[손영옥의 컬처 아이] 베니스비엔날레 30주년에 바란다

손영옥 2024. 3. 28.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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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20일 개막하는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에서 한국관이 황금사자상을 받으면 황금사자 트로피는 누가 가져가지, 하는 싱거운 질문이 시작이었다.

그의 석사학위 논문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미술 전시의 제도와 운영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09년의 경우 작가 듀오 엘름그린 & 드라그렛이 각각 덴마크, 노르웨이 출신인 점이 고려돼 국가관 전시 사상 처음으로 덴마크관과 노르딕관이 통합 운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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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20일 개막하는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에서 한국관이 황금사자상을 받으면 황금사자 트로피는 누가 가져가지, 하는 싱거운 질문이 시작이었다. 베니스비엔날레는 건축전과 미술전이 매년 번갈아 열린다. 1895년 시작된 이 비엔날레는 두 트랙으로 진행된다. 자르디니공원 안에 지어진 국가관 건물에서 치르는 국가전과 총감독이 별도로 참여 작가를 초청해 아르세날레에서 꾸미는 국제전이 그것이다.

한국은 1995년 자르디니공원 안에 마지막 26번째로 국가관을 마련할 수 있었고 2014년 건축전에서 커미셔너(전권이 위임된 최고책임자)였던 조민석 건축가가 한국관 사상 최초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미술전에서는 한국관이 상을 받은 적이 없다. 황금사자 트로피 소유권에 대한 말초적 관심이 일었던 건 그래서다. 조민석 건축가 사례에서 보듯 과거에는 주관처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가 선정한 커미셔너가 큐레이터 역할은 물론 자금 조달과 외교, 마케팅 등 총책임을 졌다. 그랬다가 2016년부터 커미셔너의 역할과 책임이 쪼개졌다. 문예위가 커미셔너를 맡아 전시 외적인 일을 담당하고 큐레이터가 하는 전시 기획은 예술감독이 맡도록 했다.

“황금사자상 수상 사례가 나오자 앞으론 우리가 상을 받겠다며 문예위가 커미셔너를 자처했다”는 루머도 돌았지만 그건 억측이다. 2015년에 중국이 케냐관을 빌려 중국관을 하나 더 만드는 바람에 논란이 일었고, 베니스비엔날레재단 측이 커미셔너 역할 강화를 각국에 요구한 것이 배경이 됐다고 한다. 문예위 관계자는 “바뀐 제도 덕분에 예술감독은 자금 조달과 외교 등 전시 외적인 업무 부담에서 벗어나 전시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노후화한 한국관의 개보수, 전시가 없는 휴지기의 대처 등은 문예위가 커미셔너를 맡을 때 효과적이다. 문예위가 개막식 주요 인사 초청을 위해 물밑에서 다각도로 뛴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처럼 지원 시스템이 안정되어가는 것으로 판단되니 새로운 질문이 생긴다. ‘한국관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이다. 베니스비엔날레만의 독특한 국가관 제도는 ‘미술올림픽’이라는 수식어를 낳을 정도로 내셔널리즘을 자극하며 장수해온 비결로 꼽힌다.

그러나 국경을 넘는 이주가 비엔날레의 단골 주제로 정착이 된 지금의 다문화 시대에 국수주의는 폐기해야 할 시대정신이 아닌가. 베니스비엔날레재단 측도 국수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의식해 초국가적인 브랜딩 전략을 쓰고 있다고 미술기획자 호경윤씨는 분석한다. 그의 석사학위 논문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미술 전시의 제도와 운영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09년의 경우 작가 듀오 엘름그린 & 드라그렛이 각각 덴마크, 노르웨이 출신인 점이 고려돼 국가관 전시 사상 처음으로 덴마크관과 노르딕관이 통합 운영됐다. 2013년에는 프랑스관과 독일관이 서로 장소를 바꾸어 전시했고 각각 다른 국적의 작가를 초청해 전시를 열었다.

한국은 어떤가. 여전히 애국심 마케팅이 판친다. 그렇지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이 이번에 처음으로 공동감독으로 선정되는 등 역사는 나아가고 있다. 덴마크인 야콥 파브리시우스와 한국인 이설희 큐레이터가 함께하면서 외국계가 처음으로 한국관 예술감독으로 진출했다. 아직 외국인 작가의 한국관 진출 사례는 없다.

미국 국적의 백남준이 독일관 작가로 참여해 황금사자상을 받은 게 1993년이다. 프랑스 여성 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가 미국관 작가로 참여하는 등 다른 나라 작가를 기용하는 국가관 사례가 적지 않다. 포용적인 초국가주의는 개관 30주년을 맞아 한국관 커미셔너 문예위가 짊어져야 할 왕관의 무게 중 하나로 보인다.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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