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묵의 과학 산책] 얽히고설킨 실타래, 마음타래

2024. 3. 2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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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묵 미국 텍사스A&M대 생명공학부 교수

머릿속이 복잡하다는 표현은 여러 경우에 쓰인다.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 여러 변수가 얽혀있어 판단 내리기 어려울 때 등 누구나 접해보았을 상황이다. 그런데 ‘복잡’이란 단어는 상당히 물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복잡계 과학’이란 말도 있다. 예로 엉킨 실타래를 생각해보자. 실이 별 규칙 없이 얽히고설켜 있다. 실이 아니라도 전깃줄이건 선물 포장용 리본이건 엉킨 것을 푼다는 면에서 비슷한 범주의 문제이다.

과학 산책

실 가닥의 끝이 보일 경우 이것을 꼬인 실 사이로 참을성 있게 꾸준히 빼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다 풀 수 있다. 하지만 실이 아주 길거나 끝이 연결된 고리들이 뭉쳤을 경우 한 가닥만 쫓아가는 것만으로는 푸는 것이 실질적인 불가능에 가까울 수 있다. 반면 일반적으로 꽤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아무렇게 엉킨 실타래를 아무렇게 여기저기 살살 잡아당겨 전반적으로 느슨하게 만들고 나면 훨씬 풀기 쉬워진다. 이열치열의 원리다. 당장 손끝에 잡힌 한 가닥에 매달리지 않고 엉킨 실타래 전체의 상태를 풀기 좋게 바꾸는 작업이다. 중요한 것은 ‘살살’에 있다. 너무 힘을 주면 잡아당긴 곳은 느슨해지지만 다른 곳들은 더 조이게 된다.

엉킨 실타래 풀기는 마디마디 발생하는 마찰력을 이기고 제한된 공간 사이로 실 가닥을 움직여 풀린 상태에 도달하게 하는 과정이다. 느슨해지면 마찰력과 공간의 제약 둘 다 줄어들어 풀기 쉬워진다. 정량적 분석은 안 해도 이 지식은 복잡한 머릿속에도 적용할 수 있다. 뇌 신경망 신호들의 패턴이 엉킨 실타래처럼 특정 상태에 몰려있는 것일 테다. 이를 느슨히 만드는 것은 긴장을 풀고 차분·침착해지는 것으로 이룬다. 이러면 실이 풀리듯 생각을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 엉킨 실타래 풀기가 더 복잡한 뇌 활동에 대한 지극히 간단한 모델이 되겠다.

황원묵 미국 텍사스A&M대 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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