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윤중제’는 제방을 뜻하는 일본말

2024. 3. 28.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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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는 1968년까지만 해도 섬이라기보다는 홍수가 나면 물에 잠기는 큰 모래밭에 가까웠다. 67년 박정희 대통령의 의지와 김현옥 서울시장의 추진력으로 여의도 개발 계획이 세워지고, 68년 밤섬 폭파를 시작으로 110일 만에 섬을 두르는 강둑(7㎞)을 쌓는 공사가 완공된다. 강둑은 ‘윤중제’로, 강둑을 따라 길게 뻗은 도로는 ‘윤중로’로 명명됐다.

이렇게 해서 한국의 맨해튼이라 불리는 여의도가 탄생하고 윤중로를 따라 심은 1400여 그루의 벚나무는 해마다 서울시민들에게 벚꽃의 향연을 베풀어 준다. 봄마다 펼쳐지는 여의도 벚꽃 잔치를 지명을 따 ‘여의 윤중제 벚꽃 잔치(축제)’ 또는 ‘윤중로 벚꽃 잔치(축제)’라 부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여의 윤중제 개막식’이라 하거나 ‘여의 윤중제 시작’이라고 하는 걸 보면 ‘윤중제’를 축제 이름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는 듯하다.

그러나 ‘윤중제’라는 이름은 애초에 잘못된 것이다. ‘윤중제(輪中堤)’는 일본말인 ‘와주테이(わじゅうてい)’의 한자 표기를 우리 발음으로 읽은 것이다. ‘와주테이’, 즉 ‘輪中堤’는 강섬을 둘러 쌓은 제방을 뜻하는 일본말이다.

‘윤중제’는 우리 식으로는 ‘방죽’ 또는 ‘섬둑’이다. ‘여의 윤중제’를 ‘여의 방죽’ 또는 ‘여의 섬둑’이라 불러야 한다. 86년 서울시 지명위원회는 ‘여의 윤중제’를 ‘여의 방죽’으로, ‘윤중로’는 각각 ‘여의도 서로’ ‘여의도 동로’ ‘국회뒷길’ 등으로 고쳐 쓰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도 ‘윤중’이란 말을 그대로 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축제를 부를 때는 그냥 ‘여의도 벚꽃(봄꽃) 축제’라 하면 된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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