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동시다발 수사…위메이드에 무슨 일이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4. 3. 2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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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 그만두자 주가 롤러코스터
지난해 11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게임 콘퍼런스 ‘G-CON 2023’의 기조연설에서 장현국 위메이드 전 대표가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위메이드 제공)
블록체인 플랫폼 위믹스 운영사 위메이드가 지배구조에 큰 변화를 줬다.

창업주 박관호 위메이드 이사회 의장이 대표이사 회장으로 경영 일선에 전격 복귀하면서 장현국 대표는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났다.

블록체인 신사업을 주도해온 장 전 대표가 부회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블록체인 플랫폼 위믹스 사업이 어떻게 전개될지 투자자 관심이 집중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장 전 대표의 사내이사 사임과 맞물려 그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최근 위메이드는 박 의장이 대표이사 회장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고 밝혔다. 위메이드 측은 “창업주인 박관호 의장이 책임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박 의장은 국내 1세대 게임 개발자로 지난 2000년 2월 위메이드를 설립한 창업자다. 그는 한국과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은 PC 온라인 게임 ‘미르의 전설2’를 개발하고 서비스 확장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장 전 대표는 부회장으로 직함을 바꿔 달면서 2014년부터 맡았던 대표이사직을 11년 만에 내려놨다. 그는 위메이드 부회장으로 남아 박 대표 경영 업무를 후선에서 지원한다.

장 전 대표는 형식적으로는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이를 실질적인 승진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는 사내이사가 아닌 터라 이사회 등 주요 의사결정기구 참여가 배제된다.

위메이드 측은 “박관호 신임 대표는 개발자 출신으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그간 이사회 의장으로 위믹스 사업 방향에 대해서도 꾸준히 관여해왔다”며 “장 전 대표 사임 이후에도 위메이드 블록체인 사업은 문제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현국 전 대표는 박관호 대표를 도와 위믹스 관련 사업을 모두 서포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창업주의 경영 일선 복귀가 급작스레 이뤄진 만큼 그 배경을 두고 게임업계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진 악재로 위메이드 블록체인 사업이 사정당국은 물론 금융당국 조사를 받고 있는 점이 거취에 부담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 다수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검찰과 금융당국 조사가 이뤄지는 중 등기이사로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게 사업 추진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 봤다. 다만, 위메이드 측은 “장 전 대표의 대표이사 사임과 사법 리스크는 전혀 무관하다”고 적극 반박했다.

위메이드와 위믹스를 둘러싼 수사·조사는 크게 두 갈래다.

첫째, 위믹스 유통량 의혹이다. 위메이드는 지난 2022년 10월 디지털자산 거래소 협의체(닥사·DAXA) 회원사에 제출한 유통량 계획 정보와 실제 유통량에 차이가 있다는 닥사 소속 거래소 지적에 유의 종목으로 지정된 뒤 같은 해 11월 상장폐지됐다.

일부 위믹스 투자자들은 위메이드가 위믹스 유통량을 속였다며 당시 장 전 대표를 검찰에 고소했다. 현재 서울남부지검이 위믹스 유통량 의혹 관련 장 전 대표를 포함 위법 혐의 유무를 전방위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위믹스 유통량 의혹 수사

사업자 신고 회피 의혹도

둘째, 최근에는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회피 의혹에 대해 검찰과 금융당국이 동시다발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위메이드 관련 가상자산 거래소인 ‘피닉스 덱스’와 가상자산 지갑 ‘플레이 월렛’ 등이 이용자에게 개인 암호키를 지급하지 않아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게 의혹의 뼈대다.

피닉스 덱스는 위믹스 탈중앙화 거래소로, 위믹스와 연계된 토큰 현황을 확인하거나 교환할 수 있다. 플레이 월렛은 위믹스 관련 가상자산을 담고 있는 위믹스 메인넷 지갑이다. 위믹스 생태계에 속한 모든 게임 재화를 지원하고 이 재화를 위믹스로 전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지원한다. 즉, 위메이드 지원 게임에서 얻은 아이템을 게임 내 재화로 바꾼 뒤 이를 위믹스 생태계 기축통화인 위믹스로 교환하고, 이를 다시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이나 현금 등으로 바꿀 수 있게 하는 식이다.

현행법상 가상자산 매매, 교환, 이전, 보관, 관리, 중개 등의 영업을 하면 반드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지갑서비스업자가 개인 암호키 등을 보관하는 프로그램만 제공할 뿐 독립적인 통제력을 확보하고 있지 않다면 개인의 매매에 관여할 수 없다고 보고 별도로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번 의혹은 로그인 제한 등 조치로 위믹스가 개인의 매매 행위에 실질적인 통제권을 갖고 있어 미신고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번 조사를 두고 두나무 측 집중 견제가 발단이 됐다는 시각도 있다.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회피 의혹에 대한 조사는 국내 5개 가상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인 닥사가 관련 내용을 FIU에 전달하면서 시작됐다. 특정금융정보법 제7조에 따르면 내국인을 대상으로 미신고 영업을 하는 국내외 가상자산 사업자가 제보 대상이다. 닥사는 접수된 제보를 검토한 뒤 그 결과를 FIU에 전달하는데, 닥사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곳은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다. 지난 2022년 말 닥사는 위메이드가 유통량을 허위 공시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위믹스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이후 위메이드 측 소명 절차를 거쳐 빗썸과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은 위믹스 거래를 재개했지만, 업비트에서는 현재도 위믹스를 거래할 수 없다. 조사 결과에 따라 위메이드 블록체인 사업 향배가 가려질 전망이다.

특정금융정보법 등에 따르면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부정한 의도로 회피한 사업자는 5년 이하 징역형에 처해진다.

위메이드는 사업자 신고 회피 의혹을 적극 반박한다.

블록체인 플랫폼 위믹스는 “플레이 월렛은 탈중앙화 지갑 서비스로 개인 암호키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있지 않다”며 “지갑 속 자산에 대한 관여가 기술적으로 원천 차단돼 신고 대상이 아니며 피닉스 덱스는 통제권이 없는 거래소로 단순히 매매 제안을 게시할 수 있는 시장만 제공하고, 이용자 간 개별 거래로 가상자산 교환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위믹스는 “개인 암호키는 보안상 이유로 소유자에게 공개되진 않았지만, 지갑에 소유자만 접근할 수 있도록 보관돼 있었다”며 “어뷰저로 판단되는 계정에 대해서는 지갑 접근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은 맞지만 해당 지갑의 자산을 몰수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각에서 플레이 월렛에 대한 근거 없는 문제제기를 함에 따라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지갑 소유자에게 개인 암호키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 사업을 주도해온 장 전 대표가 물러났지만, 위믹스 관련 사업은 단기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박 대표 역시 지금까지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며 위믹스 관련 사업 보고를 받았고 주요 의사결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왔기 때문이다. 당장 실적 반등을 이끌어내는 게 박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매출 6072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실 1126억원, 당기순손실 2096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블록체인 플랫폼 매출이 약 94억원에 그쳐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단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편, 갑작스러운 CEO 교체로 위메이드 주가 변동성은 크게 확대됐다. 장 전 대표 사임 소식이 전해진 후 2거래일 동안 20%가량 폭락했던 주가는 최근 급락에 따른 반발 매수세 유입으로 반등세를 탔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장 전 대표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블록체인 사업에 대한 투자자 불안감이 커진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 중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나이트 크로우’를 비롯 ‘판타스틱4 베이스볼’ ‘미르4(중국)’ ‘레전드 오브 이미르’ ‘미르M(중국)’ 등 올해 신작을 기대할 때”라고 진단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2호 (2024.03.27~2024.04.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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