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표 500원 싸지나… ‘그림자 조세’ 부담금 32개 항목 감면·폐지

김혜지 2024. 3. 27.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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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기획재정부 2차관(왼쪽 세 번째)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민ㆍ기업 부담 완화를 위한 '부담금 정비 방안'에 대해 관계 부처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비자가 영화표를 살 때 내야 했던 500원의 부담금이 폐지된다. 항공요금에 붙던 출국납부금도 4000원 인하된다. 전기요금을 낼 때 함께 내는 부담금인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률도 현행보다 낮아진다. 정부는 이를 포함해 30여개 항목의 부담금을 폐지하거나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줄어드는 국민·기업 부담은 연간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부담금 폐지·축소에 따라 정부 재정 여력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조원을 정부 예산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민생토론회 예산 등 신규 예산이 많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 재정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민생회의를 통해 부담금을 대폭 손질하는 방안이 담긴 ‘부담금 정비 및 관리체계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부담금은 특정 공익사업 수행을 위해 이해관계자에게 세금과 별도로 부과하는 돈이다. 국민과 기업이 인지하지도 못한 채 빠져나가는 준조세 성격이라 ‘스텔스 세금’으로도 불린다.

기재부는 현행 91개 부담금 중 35.1%인 32개 부담금을 손보기로 했다. 정부가 이렇게 대규모로 부담금을 개편하는 것은 2002년 부담금관리기본법 도입 이후 처음이다. 기재부는 해당 부담금 중 5000억원 규모인 18개 부담금은 폐지하고 나머지 14개는 감면하기로 했다. 감면 규모는 1조5000억원에 달한다. 김윤상 기재부 2차관은 “관행적인 부담금을 일제히 정비하는 데 역점을 뒀다”고 말했다.

국민·기업 체감효과가 큰 부담금을 집중적으로 손댔다. 영화관람료에 포함된 3% 상당의 부과금은 폐지하기로 했다. 영화관람료 1만5000원을 기준으로 500원 인하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항공요금에 포함된 출국납부금은 기존 1만1000원에서 7000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출국납부금 면제 대상도 2세 미만에서 12세 미만까지 확대한다. 전기요금 속 전력기금 부담률은 기존 3.7%에서 내년 7월까지 2.7%로 1% 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월 전기요금을 20만원 낸다면 2000원 정도 인하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민간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부담금도 수술대에 올랐다. 일례로 공동주택 분양사업자에게 분양가격의 0.8%를 부과하는 학교용지부담금과 껌 제조업체로부터 징수하던 폐기물부담금이 폐지된다. 그동안 사회·경제 여건이 변했는데도 관행적으로 거둔 13개 부담금도 폐기 대상이다. 1961년 도입 이래 63년 만에 폐지되는 도로법 원인자부담금과 수질개선부담금 등이 사례로 꼽힌다.

기재부는 부담금 정비분만큼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간기업의 몫이 남아 있어서다. 영화관람료에 붙는 부담금을 폐지한다고 해서 영화관을 운영하는 회사들이 가격을 낮춘다고 보장하기는 힘들다. 물가, 인건비 등을 명분으로 내세워 현행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

재정 악화 우려도 적지 않다. 부담금은 공익 목적으로 쓰도록 규정돼 있다. 영화관람료를 통해 걷는 부담금은 영화진흥사업에, 전기요금에서 걷는 부담금은 산간 도서벽지 전력공급 등 일부 에너지 사업에만 쓸 수 있다. 이에 부담금을 폐지·축소하면 공익사업이 흔들리게 된다. 기재부는 이런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필수사업에 대해서는 기금 여유 재원이나 일반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그 규모가 작지 않다. 전력산업기반기금과 같은 경우 구조조정을 통해 줄어드는 금액이 9000억원에 달한다. 결국 정부 예산 지출이 늘어날 공산이 높다. 유병서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은 “부담금이 줄어도 지출 우선순위가 굉장히 높은 부분은 당연히 재정을 투입할 계획”이라며 “다만 관행적으로 기금을 지원했던 부분은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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