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늙는 '저속노화' 주목… ‘이 식단’으로 실천 가능

이슬비 기자 2024. 3. 2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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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가 쏘아올린 키워드, '저속노화'의 인기가 고공행진 중이다. 정 교수는 X(옛 트위터)에 지난달 22일 올린 게시물 추이가 지난 1일 기준 무려 '조회수 41만2000, 재게시 723회, 마음에 들어요 709회'에 달한다고 밝혔다. 느리게 늙는 '저속노화'에 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는, 최근 점점 빠르게 늙는 가속노화로 당뇨병, 암, 고혈압 등 각종 기저질환을 앓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지난해 1월 '노인 건강관리 정책방향' 세미나에서 "현재 3040세대는 부모보다 더 빨리 늙는 첫 번째 세대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전자 등 선천적으로 정해진 노화 요인은 바꿀 수 없다. 그러나 식습관,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 후천적인 노력으로 노화 속도를 조절할 수는 있다. 정교수는 여러 요소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식습관'을 꼽았다. 정 교수는 "큰 인구집단을 중심으로 연구해보면, 아무래도 식사가 수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며 "건강한 식사는 건강하지 않은 식사보다 10년 정도 수명을 늘려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가속노화 주범은 탄수화물

가속 노화의 주범은 ▲당순당(설탕, 시럽) ▲정제곡물 ▲탄수화물 과잉이다. 당순당과 정제곡물은 혈당을 매우 급격하게 올린다. 우리 몸은 혈당을 내리기 위해 조절 호르몬인 인슐린을 과다 분비시키는 데 이때 노화가 가속된다. 우리 몸에 들어온 에너지가 근육이 아닌 지방과 간에 쌓이도록 하기 때문이다. 또 이 과정이 반복되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은 과부하가 걸려 인슐린 분비가 어려워지는 1형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 지방에 에너지가 쌓이면 살이 찌는데, 비만해지면 인슐린이 나와도 혈당을 낮추는 기능이 작동을 안하게 된다. 2형 당뇨병이 발병하는 것. 혈당 조절이 안되면 피가 진득해져,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커진다. 시럽 속 과당은 포도당과 달리 간에서 대사되는데, 이때 요산 수치가 높아져 대사증후군을 유발하고, 콩팥 건강에 안 좋고, 통풍 발병 위험도 올라간다. 혈액 속 염증 물질까지 않아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렇게 혈당을 높이는 단순당과 정제곡물은 또 단 음식, 탄수화물이 생각나게 하는 중독을 유발한다. 결국 탄수화물을 과잉으로 섭취하게 하는 악순환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단순당이 들어간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탄수화물, 과일주스, 젤리 등이 있고, 정제 곡물 식품으로는 시리얼, 빵, 흰쌀밥 등이 있다.

◇한국식 마인드 식단으로 저속 노화 가능해

정 교수는 장수로 유명한 동네인 블루존에서 많은 사람이 선택한 식사인 지중해식단과 고혈압 예방식단을 합쳐 ‘한국식 마인드(MIND)’ 식단을 제안했다. 정 교수는 식단을 고려하지 않고 먹는 사람이 10년 늙을 때, 마인드 식단을 유지한 사람은 2.5년만 늙을 정도로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했다. 다음은 정 교수가 제안한 6가지다.

①렌틸콩, 귀리, 현미, 백미를 4:2:2:2로 혼합해 밥을 만든다.

흰 쌀밥은 대표적인 정제곡물로 만든 식품으로, 혈당을 빠르게 높인다. 노화 속도도 빨라진다. 백미에 현미, 귀리, 렌틸콩 등을 섞어 밥을 지으면, 혈당이 올라가는 속도를 낮출 수 있다. 포만감도 큰데다, 밥 세 끼만 먹어도 약 49g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 껍질을 덜 벗긴 현미는 껍질에 있는 성분인 '피트산' 덕분에, 혈당을 덜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변비를 완화하고, 과다한 활성산소를 없앨 수 있다. 귀리에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혈압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고, 혈중 콜레스테롤도 낮춰준다. 렌틸콩도 혈관에 콜레스테롤을 쌓는 LDL 수치를 낮춰 심혈관계 질환 발병 위험을 낮춘다. 또 식이섬유 함량도 다른 곡물보다 2배 이상 높다. 렌틸콩이 아니더라도, 대두, 검은콩, 녹두 등으로 대체해 먹어도 된다. 평소 소화력이 약한 사람은 통귀리나 통현미를 소화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물에 귀리와 현미를 24시간 정도 불린 후 밥을 지어 먹는 게 좋다.

②나물, 채소, 약간의 고기, 생선 등을 반찬으로 먹는다.

채소를 풍부하게 섭취하면 사망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는 매우 많다. 미국 로마린다대 보건대학원에서 채식주의자 3만7950명과 채식을 하지 않는 3만5359명을 대상으로 약 6년간 사망률을 조사한 대규모 연구에서, 채식주의자 사망률이 채식을 하지 않는 사람보다 무려 12%나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생선을 먹는 채식군의 사망률이 가장 낮았다. 특히 ①을 지키면서 채식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미국 존스홉킨스 공중보건대에서 1만 2168명을 30년간 추적한 연구에서 통곡물과 채소를 먹은 그룹과 정제된 곡물과 채소를 먹은 그룹으로 나눠 사망률을 확인했더니, 통곡물을 섭취한 그룹의 사망률이 25% 더 낮았다. 적색육은 섭취하는 것 자체가 심혈관 계통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다. 젊은 사람은 고기를 많이 먹지 않는 게 좋다. 다만 75세 이상은 근육이 빠지기 쉬우므로 반드시 적당량 고기를 먹어야 한다. 동물성 단백질에는 근육 생성을 자극하는 분쇄가지사슬 아미노산(BCAA)이 많이 들어있다.

③요리에는 올리브오일을 사용한다.

올리브오일에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혈압과 혈당 수치를 낮추고, 항염·항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성인 10만명을 대상으로 30년간 진행한 연구에서 올리브 오일을 매일 7g 이상 섭취한 그룹은 4.5g 이하 섭취한 그룹보다 ▲심장마비·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은 19% ▲암으로 사망할 위험은 18%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은 29%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올리브오일은 발화점이 낮아 200도 이상 고온에 노출시키면 트랜스 구조로 변환되므로 가열을 최대한 하지 않고 먹는 게 좋다.

④치즈와 붉은 고기, 버터, 마가린 섭취는 소량으로 줄인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진행한 위 실험에서 마가린, 버터 등 동물성 지방을 올리브 오일로 대체하는 것만으로도 사망 위험을 8~34%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즈, 붉은 고기, 버터, 마가린 등은 혈관 건강에 안 좋다.

⑤채소와 달지 않은 과일을 많이 먹는다.

과일은 섬유질, 각종 비타민, 항산화 성분 등이 풍부한 건강식품이다. 적당량 섭취하면 합병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과일에 함유된 비타민C, 비타민E, 플라보노이드 등은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해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낮춘다. 하지만 과일에는 당분이 포함돼 혈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혈당지수가 낮은 체리(22), 자몽(25), 배(35.7), 사과(36), 석류(37), 키위(39), 포도(48.1) 등을 섭취하는 게 좋다. 또 가급적 과육이 단단한 과일을 선택하는 게 좋다. 단단한 과육을 가진 과일은 섬유질을 이루는 세포 조직이 질기고 촘촘하게 이뤄져 있어서 인체 내 소화·흡수가 더디다.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는 것을 막아준다.

⑥술은 와인으로 최대 하루 한 잔만 마신다.

알코올은 백해무익이다. 그러나 못 끊겠다면 그나마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알려진 와인으로 최대 1잔까지만 마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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