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충돌에 무너진 美 다리…"완공 당시보다 배 크기가 커진 영향"

이춘희 2024. 3. 27. 17:4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선박 충돌로 대형 교량이 무너지는 사고가 벌어진 가운데 다리가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대 이전에 설계되면서 충돌로 인한 충격을 버티지 못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간) 새벽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인근의 패타스코강을 가로지르는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에 볼티모어 항을 출발한 싱가포르 국적의 컨테이너선 달리가 충돌하면서 약 20초 만에 다리 대부분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선박 충돌로 대형 교량이 무너지는 사고가 벌어진 가운데 다리가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대 이전에 설계되면서 충돌로 인한 충격을 버티지 못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가 컨테이너선과 충돌해 무너져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새벽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인근의 패타스코강을 가로지르는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에 볼티모어 항을 출발한 싱가포르 국적의 컨테이너선 달리가 충돌하면서 약 20초 만에 다리 대부분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로 다리 위에서 포트홀(도로 파임) 작업을 하던 인부 8명 중 구조된 2명을 제외한 이들이 실종됐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메릴랜드주 당국은 "다리가 기준을 완벽히 지켰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이 다리가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대 이전인 1977년에 완공된 만큼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충돌을 견딜 만큼의 대비가 돼 있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다리 완공 후 교량 설계 기술이 개선돼왔지만 그사이 컨테이너선의 용량이 최근 10년 사이에만 50%가량 증가하는 등 선박의 규모가 더 빨리 커졌다는 분석이다.

앤드루 바 영국 셰필드대 토목공학 교수는 "동영상에서 다리의 구조적 결함은 보이지는 않지만 대형 선박과의 정면충돌에서 살아남도록 설계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화물선의 크기와 설계가 변하면서 더 위험해진 선박 충돌을 완화할만한 보호 인프라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산자야 아르와드 미국 매사추세츠 애머스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다리는 선박으로부터의 충격을 견딜 수 있게 설계돼야 한다"면서도 "모든 구조물과 공학 체계는 구조물이 설계된 목적을 넘어서는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건도 그런 상황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사메 배디 미국 조지워싱턴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1970년대 이후 (교량 설계 기술의) 많은 개선이 있었다"며 "붕괴 전 영상을 몇 개 봤는데 (당시 여건 기준으로는) 구조적으로 매우 안전했던 것 같다"고 봤다. 로베르토 레온 버지니아공대 토목·환경 공학과 교수 역시 엔지니어들이 설계 과정에서 '극단적인 사건'을 고려하지만 "다리가 건설될 때는 이만한 규모의 선박이 없었다"며 "이 정도의 하중은 실제로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다리는 상당히 무방비했다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미국 내 노후 교량의 안전성 문제가 대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도로교통건축협회(ARTBA)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4만3000개 이상의 교량이 상태가 좋지 않고 '구조적으로 결함이 있는' 것으로 분류되고 있다. 인프라 정책 전문가인 리처드 개디스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재난은 미국의 인프라가 의도적인 파괴뿐 아니라 갑작스러운 사고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선박과 교량 충돌에 대비한 보호 강화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봤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