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유엔 휴전 결의에도 공격…구호품 잡으려던 가자주민 18명 사망
이스라엘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가자지구 휴전 촉구 결의 이후에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휴전 협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한 가운데, 식량 등 생필품 부족에 처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구호품을 받으려다 익사하는 등 사망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알자지라·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측은 지난 25일 즉각 휴전을 요구하는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을 채택한 이후에도 이틀 연속 가자지구를 공격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병원과 마을 주변에서 작전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테러리스트를 제거하고 테러 인프라에 대한 표적 공습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측은 북부 가자시티와 남부 칸 유니스와 라파 등에 있는 병원·주택 등을 폭격했다. 하마스가 통제하는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지난 24시간 동안 팔레스타인인 10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유엔 결의안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전투 의지는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가자지구 주민 알-달리는 "유엔 결의안도 이스라엘의 폭격이 멈출 수 있다는 희망을 주지 못했다"면서 "팔레스타인은 모든 면에서 희망을 잃었다"며 탄식했다.
휴전 협상 결렬…하마스 지도자 이란행
한편 앞서 26일 이스라엘은 하마스 부사령관의 사망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지난 11일 가자지구 중부 공습 당시 마르완 이사 하마스 부사령관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사 부사령관은 지난해 10월 개전 이래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하마스 최고위급 지도자라고 NYT가 전했다. 또다른 고위급 사령관인 가지 아부 타마는 지난 10일 누세이라트 공습 때 사망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 협상은 여전히 난항이다. 2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측은 휴전 협상 회담이 하마스의 요구로 인해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고 간주하고, 카타르 도하에서 협상단을 전원 소환했다고 밝혔다.
앞서 25일 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제안을 수용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스라엘은 지난주 재개된 휴전 협상에서 인질 130여명 중 40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800명 맞교환하는 대가로 공격을 6주간 중단하겠다고 제안했다. 다만 영구 휴전과 군대 철수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휴전협상이 재차 결렬되자 약 2주가량 남은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 기간 양 측이 휴전한다는 당초 협상 목표는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예가 26일 이란을 방문해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 등 고위 관리들을 만났다. 개전 후 두 번째 이란을 방문한 하니예는 "유엔 안보리 휴전 결의는 이스라엘이 전례 없이 정치적으로 고립됐다는 방증"이라며 "이스라엘은 이제 안보리에서 정치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뜻을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호품 잡으려다 팔 주민 18명 사망
가자 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한층 심각해진 가운데 26일 BBC는 항공기를 활용해 운송한 구호품 상자를 회수하려던 팔레스타인 18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중 12명은 바다에 낙하한 식량을 회수하려다 익사했고, 6명은 육지로 낙하한 구호품을 받으려 달려갔다가 몰려든 인파에 의해 압사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영상에는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아 근처 해변에 구호품이 떨어지자 거센 파도 속으로 뛰어드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앞서 지난 25일 이스라엘·미국·영국 등은 가자지구 북부에 물·쌀·밀가루·통조림·분유 등의 식량 구호품을 투하했다. 육로를 통한 구호품 수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최근에서 항공기로 공중에서 구호품을 떨어뜨리거나 선박을 이용해 물자를 해안으로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한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하마스 측은 "구호품을 공중 투하하는 것은 불쾌하고 부적절하고 쓸모없는 행위"라면서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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