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선대식 기자]
▲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이 허용한 범위를 넘어서 전자정보를 수집하고 보관해왔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대검은 적법한 절차라고 반박하며 법원의 판례를 제시했지만, 전체 판결문은 대검의 해명 취지와 달랐다. 사진은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서울고등검찰청사 모습이다. |
ⓒ 권우성 |
검찰이 급했던 걸까? 압수수색 영장이 허용한 범위를 넘어서는 전자정보를 검찰이 수년간 내부 예규를 통해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보관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대검찰청은 적법한 절차라고 반박하며 법원의 판례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 판례는 대검의 주장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검찰의 위법 수사를 질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1일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의 폭로 이후, 검찰이 범죄혐의와 무관한 전자정보를 위법하게 보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야당은 앞다퉈 검찰 관계자들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는 한편, 국정조사도 예고했다.
검찰은 이 대표의 휴대전화 전자정보 전체를 대검의 디넷(D-NET) 서버에 저장한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디지털 증거의 동일성과 무결성, 진정성 등을 법정에서 다툴 경우를 대비한 적법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특히 검찰은 대법원이 이런 목적을 위한 보관을 인정했다고 해명하면서 관련 판례를 제시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가 판결문 전문을 입수해 검토한 결과, 검찰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검찰이 범죄혐의와 무관한 전자정보를 무단으로 보관하고 있었고, 여기에 더해 별건 사건의 증거로 사용한 것이 재판부에 의해 제지된 판결이었다.
▲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가 촬영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목록에 없는 전자정보에 대한 지휘> 공문. |
ⓒ <뉴스버스> |
대검은 25일 4페이지짜리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대검의 전자정보 이미지 보관은 법률과 판례에 따른 적법한 형사 절차"라면서 "사건당사자의 일방적이고 잘못된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수사기관이 동일성, 무결성 입증 및 공소사실과 직접적으로 관련성 있는 전자정보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해당 재판의 확정 전에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체 전자정보에 대한 이미지 파일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압수목록이나 전자정보 상세목록에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 부분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위와 같이 파일 전체를 보관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을 부기하며, 위 상세목록에 기재되지 않은 무관정보는 '본래 압수수색 영장의 취지에 따라 삭제·폐기되어야 하지만 유관정보의 증거가치 유지를 위하여 부득이하게 보관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무관정보에 대하여 새롭게 압수·수색하지 않는 등 영장주의와 적법절차 원칙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이 판결 내용 전체를 살펴보면, 검찰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전개로 이어진다.
제시한 판례 전체를 찾아보니
이 판결문에서 따지고 있는 수사는 2020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검찰 수사팀은 사건관계인 A씨의 휴대전화 전자정보(이미징 파일) 전체가 이미 대검 디지털 포렌식 서버에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이를 다시 압수했다. 검찰이 과거 다른 사건(별건 사건)과 관련해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필요한 정보를 추출해놓고도 전체 전자정보를 삭제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압수 대상과 무관한 전자정보는 삭제·폐기 또는 반환하고 그 취지를 통지하여야 한다'는 법원의 압수수색영장에 반한다.
검찰은 이런 방식으로 재압수한 휴대폰 전자정보에서 추출한 증거를 법정에 증거로 제출했다. 하지만 법정에서 한 피고인이 이를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1심의 판단은 수사 과정에 문제가 없다며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인천지법 2020고합628). 하지만 2심에서 뒤집혔다(서울고법 2022노594). 검찰이 위법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 판단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대법원 2022도10452). 대검이 이번에 제시한 판례는 이중 2심 판결이다.
재판부는 우선 검찰이 과거사건에서 압수한 증거를 보관한 것 자체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별건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 있는 정보를 선별하여 압수한 후에도 그와 관련이 없는 나머지 정보를 삭제·폐기·반환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보관한 것은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이 없는 부분에 대하여는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넘어서는 전자정보를 영장 없이 압수·수색하여 취득한 것이어서 위법하다"라고 판시했다.
그런데 별건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A에게 압수한 전자정보 상세목록을 교부하였다거나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성 없는 정보를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등 조치를 취하였다는 자료가 없다. 오히려 A는 이 사건 압수수색절차와 같은 날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 '별건 사건의 압수수색영장이 집행된 후 압수된 전자정보 동일성 등을 확인하기 위하여 재판 종결시까지 위 전자정보가 대검찰청 디지털 서버에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범죄혐의와 무관한 전자정보에 대한 삭제·폐기·반환의무를 강조하며 검찰의 위법행위를 질타했다.
휴대전화 전자정보의 경우 하나의 파일에서 피의사실과 직접 관련이 있는 전자정보만을 분리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렵고, 휴대전화 대신 이미 보관 중인 전자정보를 압수하는 것이 압수당사자의 사생활 보장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사정을 들어 위와 같은 절차로 취득한 증거 및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한다면, 이는 범죄혐의와 관련 있는 압수 정보에 대한 상세목록 작성·교부의무와 범죄혐의와 관련 없는 정보에 대한 삭제·폐기·반환의무를 사실상 형해화하는 결과가 되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절차 조항을 마련한 취지에도 반한다.
판례가 진짜 말하는 것들
▲ 이진동 <뉴스버스> 발행인 겸 대표기자 |
ⓒ 김종철 |
첫째, 이 판결문에 적시된 2020년에도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한 증거물 수집이 완료된 후에도 사건 관계자의 휴대전화 전자정보 전체를 대검 서버에 보관했다. 즉, 이런 행태는 최소한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둘째, 이 판례를 이번 이진동 대표 사건에 적용하면 검찰의 행위는 위법 가능성이 크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압수수색 절차가 끝난 후 휴대전화 전자정보 전체를 D-NET에 업로드 하면서 이 대표에게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성 없는 정보를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로 정보 전부를 삭제-폐기했다는 '삭제-폐기 확인서'를 교부했다. 이번 사례는 그런 확인서에도 불구하고 전체를 보관하려다가 현장에서 걸린 경우다.
셋째, 대검이 제시한 판례에 따르더라도, 최소한 2020년에 이미 법원에 의해 인정되지 않는 방식을 2024년에도 관례 또는 예규라는 명목으로 계속 하고 있다.
[관련기사]
- 검찰, 언론사 대표 휴대전화 정보 통째로 서버에 저장 (https://omn.kr/27x8c)
- 조국 "검찰 서버에 '디넷' 등록, 민간인 불법사찰...국정조사 필요" (https://omn.kr/27yi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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