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항 사고… “신고 2분 만에 대응, 참사 막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에서 발생한 교량 붕괴 사고는 조난 신호에 신속히 대응한 당국 조치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난신호 접수 후 현장 통제까지 2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볼티모어 항은 미국 동부 주요 수출입 허브로 공급망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확보한 해안경비대 보고에 따르면 사고 선박인 싱가포르 국적의 대형 컨테이너선 ‘달리’는 26일(현지시간) 밤 12시 28분 출항했다. 오전 1시 24분부터 동력을 상실한 듯 조명이 깜박이기 시작했고, 2분 뒤 항로가 다리 쪽으로 향했다. 달리호는 오전 1시 28분 충돌했고, 다리는 20여 초 만에 완전히 붕괴했다.
달리는 충돌 직전 메릴랜드주 교통국에 “선박이 동력을 잃어 통제력을 상실했으며, 교량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조난신호(Mayday·메이데이)를 보냈다.
즉각 경찰이 교통 통제에 나섰다. 오전 1시 27분에 녹음된 경찰 무전에는 “다리의 모든 교통을 통제하라. 통제를 잃은 배가 접근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국은 조난신호를 받은 직후 곧바로 다리 주변 교통을 막았다고 한다. AP통신은 “경찰이 다리 위 교통을 멈추는 데는 2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교량에는 도로 보수 작업을 하고 있던 8명의 인부가 있었고, 이 가운데 2명만 구조됐다.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는 “조난신호가 왔을 때 교량을 통제한 당국자들에게 감사하다. 이들이 영웅”이라며 “이들이 지난 밤 생명을 구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기자회견을 열고 “선박 위의 선원들이 메릴랜드 교통부에 (자신들의) 배를 통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고, 그 결과 지역 당국은 선박이 다리에 충돌하기 전에 통행을 차단할 수 있었으며 이에 따라 (추가 피해를 막아)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까지 상황은 끔찍한 사고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실종자 수색 및 구조작업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의도적인 행동이 있었는지를 믿을만한 어떤 이유나 징후가 없다”고 설명했다.
볼티모어 항은 폐쇄됐고, 화물선 운항도 중단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선박 출입과 볼티모어 항구 가동은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중지된다”며 “선박 통행이 재개되려면 수로를 치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볼티모어 항은 미국의 가장 큰 해운 허브 중 한 곳으로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이를 가동할 것”이라면서 “연방 정부가 교량을 다시 짓는 데 필요한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것이 제 의도”라고 말했다.
연방 해양위원회도 “항구 밖으로 아무것도 나갈 수 없다. 잔해를 치우지 않는 한 당분간 아무것도 들어올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스콧 키 브리지 붕괴는 전쟁과 기후 변화, 고금리 영향으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에 새로운 골칫거리”라며 “이번 사고는 미국 동부 해운 물류에 심각한 혼란”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도 “파나마 운하의 가뭄과 2개의 전쟁(우크라이나, 이스라엘)으로 전 세계 화물 운항이 어려운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라고 설명했다.
볼티모어 항은 미국에서 9번째로 큰 항구로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폐지, 고철, 자동차 등을 주로 수출해 왔다. 지난해 자동차와 소형트럭 84만7158대가 이 항구를 통과했고 5200만t의 국제 화물이 처리됐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자동차와 석탄, 기계 무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최대 에너지 수출 업체인 엑스콜 에너지 앤 리소스 어니 트래셔 최고경영자(CEO)는 “볼티모어 다리 붕괴로 최대 6주 동안 석탄 수출이 중단돼 최대 250만t의 석탄 운송이 차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은 약 7400만t의 석탄을 수출했고, 볼티모어는 석탄 수출의 두 번째로 큰 항구였다.
블룸버그는 “주요 석탄 공급망 허브가 폐쇄되면 에너지 공급망이 타격을 입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물류 혼란이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전망했다. 무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국가 기반 시설과 공급망의 취약성을 일깨워주는 사건이지만, 교량 붕괴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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