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4일, 5000개 영상… 세월호 유가족의 다큐 ‘바람의 세월’

임세정 2024. 3. 27.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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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슬픔은 밀도가 높아서 아무나 비집고 들어가기가 힘들다.

세월호 유가족 방송인 유튜브 채널 '416TV'의 제작자이기도 한 문 감독은 그간 유가족들의 발자취를 담은 영상 5000여개를 촬영하고 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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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일 참사 10주기 맞춰 개봉
안전한 사회 요구해 온 세월 기록
“모두에게 위로와 힘 됐으면”
다큐멘터리 ‘바람의 세월’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10년을 담았다. 유가족 중 한 사람이기도 한 문종택 감독은 “내레이션을 녹음하는데 영상 앞뒤 과정이 모두 떠올라 감정을 추스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시네마 달 제공


어떤 슬픔은 밀도가 높아서 아무나 비집고 들어가기가 힘들다. 아직은 차가운 4월의 바다에서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들의 마음은 10년이 지나도 계속해서 그 자리를 맴돌았다. 그리고 또다시 봄이 왔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인천에서 출발해 제주를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탑승객 대부분은 수학여행을 가던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었다. 세월호는 304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사고 예방 조치도, 제대로 된 구조 행위도 없었다. 책임자들의 진심 어린 사과도, 속 시원한 진상규명도 요원해 보이기만 했다. 세월호 참사로 단원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딸을 잃은 아버지는 그해 여름 카메라를 들었다.

다큐멘터리 ‘바람의 세월’이 26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공개됐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아버지 문종택 감독,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온 김환태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았다. 다큐멘터리는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다음 달 3일 개봉한다.

‘바람의 세월’은 사랑하는 이를 잃은 가족들이 비극적인 참사를 알리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아이들에게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달려온 10년의 세월을 담았다. 세월호 유가족 방송인 유튜브 채널 ‘416TV’의 제작자이기도 한 문 감독은 그간 유가족들의 발자취를 담은 영상 5000여개를 촬영하고 올려왔다.

문 감독은 “10주기라고 해서 특별한 건 아니다. 이 다큐멘터리가 남겨진 부모들에게 누가 될까봐, 상업적으로 이용될까봐 걱정도 많이 했다”며 “유가족들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왜곡되는 상황이 있었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못하더라도, 처해있는 상황만이라도 보여드리자는 생각에서 ‘바람의 세월’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구성 면에서 연대기로 펼쳐놓는 게 중요했고, 유가족들이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보여주려 했다. 그들이 지난 10년을 회상하면서 느끼는 감정과 한국 사회에 대한 생각을 녹이려 했다”면서 “다음 10년의 발걸음이 어떻게 이어져야 하는지 고민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유가족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 힘이 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감독은 100여분 내내 감정을 억누르며 내레이션을 이어간다. 그는 “많은 영상을 처음부터 돌려볼 수밖에 없는 작업이었다. 다큐멘터리에 꼭 담아야 하는 장면을 추려내고 또 추려내며 여러 번 가편집을 했다”며 “원고를 들고 내레이션을 녹음하는데 화면 속 영상의 앞뒤 과정이 모두 떠올라 감정을 추스르기 힘들었다. 김 감독이 ‘국어책 읽듯이 담담하게’라고 계속해서 말했다”고 제작 당시를 돌이켰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순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관객들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단순히 슬프다고만 여기지 말고 무엇을 이야기하는지를 생각하면서 봐주셨으면 한다”며 “10년간 활동해왔고 앞으로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모든 재난, 참사를 기억하고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져야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큐멘터리는 문 감독의 목소리로 끝을 맺는다. “어떤 사람은 이제 그만하라고, 어떤 이는 가슴에 묻으라고 한다. 언젠가 아이들을 다시 만나는 날 엄마 아빠는 적어도 잘 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했노라 말할 수 있게 되길 이 자리에서 바라고 또 바란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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