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휴전 결의안’ 채택…미국은 거부 대신 기권

강태화 2024. 3. 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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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상공에 구호물품을 실은 낙하산이 투하되고 있다. 영국 공군 수송기는 이날 가자지구에 물·쌀·식용유 등 4t 이상의 구호물품을 투하했다. [AFP=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의 즉각 휴전과 인질 석방, 가자지구 등에 대한 인도주의적 접근 보장 등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지난해 10월 7일 개전 이후 최초로, 한국을 포함한 비상임이사국 10개국이 공동 제안했다.

동맹인 이스라엘을 의식해 유사 내용을 담고 있는 이전 결의안에 세번 연속 거부권을 행사해 온 미국은 이번엔 기권을 택했다. 이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예정됐던 고위 대표단의 워싱턴 파견 일정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직후 성명에서 “미국의 기권은 국제사회의 압박을 통해 인질을 풀어주지 않고도 휴전이 허용된다는 희망을 하마스에 심어줘 (이스라엘의) 전쟁과 인질 석방 노력을 훼손했다”고 비난했다. 뉴스위크는 “바이든이 네타냐후가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평가했고, CNN은 “두 사람 사이의 균열은 최저점을 찍게 됐다”고 분석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고위 대표단 파견 취소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미국 악시오스에 따르면 백악관은 표결을 앞두고 이스라엘에 기권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백악관은 이스라엘 달래기에도 나섰다. 커비 보좌관은 이번 결의안이 ‘구속력이 없다’는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의 발언을 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쟁 발발 11일 만에 이스라엘을 방문해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표명과 함께 막대한 양의 무기 지원에 나섰다. 그러다 이스라엘이 구호품을 받으려던 민간인을 공격하는 등 가자지구 내 사망자가 3만 명을 넘어서면서 입장이 변하기 시작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2국가 해법’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100만 명의 피란민이 모인 가자 최남단 라파에 대한 지상전을 준비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특히 친(親)이스라엘 정책에 불만을 품은 아랍계 유권자들이 지난달 미시간주 민주당 경선에서 조직적으로 ‘지지후보 없음’ 투표 운동을 벌이면서 바이든 캠프는 비상이 걸렸다. 최근 유태계이자 민주당 상원 1인자인 척 슈머 원내대표가 네타냐후 교체를 촉구하는 연설을 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네타냐후 총리도 퇴로가 없는 상황이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막지 못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는 확실한 전쟁 승리 외에는 정권을 유지할 동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결의안이 채택되자 국제사회에선 즉각 휴전과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X(옛 트위터)에 “결의는 반드시 이행돼야 하고, 실패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과거 안보리 결의를 가장 빈번하게 무시해 온 국가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이번에도 카츠 외무장관은 “포격을 멈추지 않겠다”고 맞섰다. 하마스 역시 결의안 통과를 환영하면서도 성명에서 포괄적 휴전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 ‘진정한 수감자 교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임을 협상 중재국들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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