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가정에”…완벽 유부남 미남재형의 유튜브 회심

이현성 2024. 3. 26.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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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50만 유튜버 미남재형
50만 유튜버 미남재형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슈퍼 모델 포즈를 보여주고 있다. 장진현 포토그래퍼

배구 선수→슈퍼 모델→개그맨→유튜버.

일생에 한 번도 경험하기 어려운 직업을 모두 가져봤다. 하지만 직업을 잇는 연결고리는 모두 고난의 연속이었다. 배구는 소질이 없어 관뒀고 모델 에이전시에선 “머리가 크다”고 꺼렸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지원한 개그맨 공채까지 붙었지만 얼마 못 가 프로그램 자체가 폐지됐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던 찰리 채플린의 격언이 적용되는 인생이었다. 그의 삶은 번쩍이는 무대만큼 화려하지 않았다.

유튜버가 된 뒤에도 행복은 멀리 있었다. 동료 개그맨들과 코미디 채널을 만들었는데, 조회수가 조바심을 부추겼다. 한 번 웃기면 다음 주엔 더 웃겨야 채널이 유지됐다. ‘몰카(몰래카메라)’를 주력 콘텐츠로 내밀면서 관심을 반짝 얻었지만 자극적인 콘텐츠를 궁리할수록 몸과 마음은 피폐해졌다. 한때 공황장애와 조울증에 시달린 그는 “몸이 간지러워서 긁었는데 긁는 느낌도 안 났다”고 기억했다. 또 “돈을 못 버니까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이러다가 전업 주부 되는 거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며 “샤워하다가 털썩 주저 앉고 펑펑 울며 기도한 적도 있다”고 했다.

행복은 가정에 있었다.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난 유튜버 미남재형(정재형·38)은 “아내와 함께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동태 같던 눈이 맑아졌다”며 “행복으로 더 가까이 이륙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내 힘을 빼니 하나님께서 인도하셨다”며 “1년 만에 구독자 50만명이 모인 건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했다.

-유튜브 채널 이름이 ‘미남재형’이다. 무슨 뜻인가?

“미친 완벽 유부남 정재형의 준말이다. 와이프가 작명했다. SBS 개그 프로그램 ‘웃찾사’에서 ‘우주 스타 정재형’ 코너를 도맡았었는데, 현실에 맞춰 각색했다.”

-모델은커녕 개그맨을 했을 때와 비교해도 외모가 많이 달라졌다.

“결혼하고 체중이 36㎏ 늘었다. 야식을 많이 먹어서 그런 것 같다. 지방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병원에서 초음파가 배를 못 뚫더라. 간 수치도 정상보다 3배 높아서 요즘 건강 관리 중이다.”

-채널명 ‘미남’과 달리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난닝구를 즐겨 입던데.

“이런 역설적인 모습이 또 웃기지 않나. 내 개그코드는 ‘반전’과 ‘병맛’이다. 유부남의 삶을 보여주는 만큼 여러모로 난닝구가 최고다.”

미남재형의 결혼 전·후 모습. 미남재형 유튜브 캡처

유튜버 미남재형의 콘텐츠는 ‘유부남의 애환’으로 요약된다. 주로 하얀 ‘난닝구’ 차림으로 등장해 아내와 육아에 붙잡혀 사는 에피소드로 젊은 부부들의 공감을 산다. 난닝구를 비집고 나온 뱃살과 폭삭 늙어버린 외모에 “사람이 발효됐다” “젊음을 따님께 물려줬다”는 얼굴 평가 댓글도 달리지만 “먹고 살기 위해 모든 걸 내려놓고 최선을 다하는 아빠의 모습에 눈물이 난다” “이 땅의 육아 맘들을 위로해주는 것 같아 감사하다”는 반색도 적지 않다.

개인 채널이 초창기부터 관심을 받은 건 아니었다. 6년 전부터 지난해 2월까지 약 20개 영상을 뜨문뜨문 올렸으나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진 못했다. 좀처럼 늘지 않았던 조회수는 난닝구를 입은 뒤 껑충 뛰었다.

-아내의 비위를 잘 맞추는 ‘프로 유부남’ 콘셉트는 어떻게 잡았나.

“아내의 제안으로 시작했다. 옆에 있던 난닝구에 반바지를 입고 스마트폰으로 대충 찍었는데 조회수가 터졌다. 영상엔 내가 주로 나오지만 지금도 아이디어는 아내가 더 많이 낸다.”

-유부남 콘텐츠가 먹힐 거라 예상했나.

“전혀 아니다. 아내가 처음 제안했을 때도 ‘이건 절대 성공 못 한다’며 억지로 찍었다. 대충 찍었던 영상이었는데 조회수가 100만 200만 500만 이렇게 치고 올라갔다.”

-그전까지 올렸던 콘텐츠 반응은 어땠나.

“‘폭망’이었다. 그전엔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와 격투 게임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이오리를 흉내내는 개인기를 올렸는데 솔직히 이건 먹힐 줄 알았다. SBS 공채 개그맨 타이틀을 거머쥐게 한 필살기였다. 내 생각과 방법대로 안 되더라.”

-아내와 함께하는 유튜버 삶은 행복한가.

“너무 행복하다. 아내를 비롯해 세 아이와 웃는 시간이 많아졌다. 동태 같던 눈도 맑아졌다. 쇼츠 영상을 통해 위로를 얻었다는 젊은 부부들의 댓글을 볼 때마다 힘을 얻는다.”

50만 감사 영상을 촬영 중인 미남재형과 그의 아내 최수아씨. 미남재형 유튜브 캡처

-어떤 사람들이 미남재형 영상을 많이 보나.

“구독자 중 남자가 85%다. 아내들에게 구박받고 계신 유부남들이 댓글도 많이 달아주신다. ‘너도 별 볼 일 없구나’ ‘너도 똑같이 살고 있구나’ 이런 댓글들이 많이 올라온다. 어떤 유부남 구독자들은 자신의 사연을 대본으로 만들어 보내주기도 했다.”

-미친완벽유부남 정재형이 생각하는 완벽 유부남의 기준은?

“초식 동물 같은 남편이다. 반박 시 결혼 5년 차 미만이다. 집 밖에선 어깨를 펴야 하지만 집 안에선 안으로 말려야 한다. 이건 주님께서 주신 자세다. 벼가 익듯 고개를 숙이고 웅크리고 있어야 가정에 평화가 찾아온다.”

-결혼한 여성들에게도 조언이 있나.

“남편의 편이 돼줘라. 잘 될 거라고 응원해줘라. 그럼 안 될 남자도 뭐라도 되더라. 나도 와이프 덕분에 이렇게 살고 있다. 남편이 똥개처럼 보여도 넌 말라뮤트고 골든 리트리버라고 격려하라. 아내들이 힘을 주면 똥개는 골든 말라뮤트가 된다.”

-앞으로 어떤 유튜버가 되고 싶은가.

“하나님께선 가정을 통해 나를 회복시키셨다. 주님께서 우리 가정에 주신 기쁨을 영상에 녹여 시청자와 나누고 싶다. 20년간 실패를 거듭하며 느낀 게 있다. 돈보다 가치를 따르는 삶이 최고다. 하나님의 위로와 격려를 영상에 잘 담아낼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

미남재형이 고개를 숙이고 웅크린 채 "이 자세로 아내 눈치를 살펴야 가정에 평화가 찾아온다"고 설명하고 있다. 장진현 포토그래퍼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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