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만 보시나요? 우리도 있어요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4. 3. 2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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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AI ‘골드러시’ 수혜주

10년을 내다보고 지금 매수해야 할 종목 2개를 고른다면?

미국 투자 전문 매체 ‘모틀리 풀’은 당장 사서 10년을 묻어둘 종목 중 하나로 엔비디아를 꼽았다. 엔비디아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AI 시대 최대 수혜주다. 2020년 말 기준 3200억달러 수준이던 시가총액이 지난해 1조달러, 지난 2월 2조달러를 넘어섰다.

월가에서는 엔비디아의 미래가 더욱 밝다고 전망한다.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블랙웰’이라는 이름의 ‘괴물칩’을 공개했다. 2090억개 트랜지스터를 탑재해 전작 호퍼(800억개)보다 연산 속도가 2.5배 빨라졌다. 엔비디아는 수많은 트랜지스터를 담기 위해 두 개의 반도체를 연결해 하나의 GPU처럼 작동하게 했다. 엔비디아는 AI 칩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엔비디아를 쫓아 반도체 전쟁에 뛰어들었지만, 10년 전부터 준비해온 엔비디아의 경쟁력은 아직까지 ‘넘사벽’이다.

엔비디아는 모두가 인정하는 종목이라고 치자. 또 다른 종목은? 역시 AI 관련주인 슈퍼마이크로컴퓨터(슈퍼마이크로)다. 슈퍼마이크로도 엔비디아 못지않게 흥행세를 기록했다. 지난 1년간 엔비디아가 400% 급등할 때 슈퍼마이크로는 1200% 폭등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100달러에도 못 미치던 주가는 한때 10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슈퍼마이크로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엔비디아와 CEO 출신 국가와 설립연도까지 같은 짝꿍”이라며 “무명의 서버 제조 업체가 S&P500지수에 편입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슈퍼마이크로는 AI 서버·데이터센터 전문기업이다. 엔비디아와는 상호 의존 관계가 뚜렷하다. 지난해 5월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콘퍼런스에서 찰스 리앙 슈퍼마이크로 CEO와 젠슨 황 CEO가 키노트 공동 연사로 나섰을 때 대화에서 이런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당시 리앙 CEO가 엔비디아 칩 수급 상황에 따라 신규 AI 서버 출시 시기가 좌우될 수 있다며 “칩을 더 달라”고 했다. 그러자 젠슨 황 CEO는 “이(칩 공급)는 슈퍼마이크로(신규 AI 서버)에 달려 있다”고 답했다.

슈퍼마이크로는 올해 1분기 매출이 30억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과 같은 수준 실적으로, AI 전용 서버의 폭발적인 수요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다. 모틀리 풀은 엔비디아와 슈퍼마이크로에 ‘매수 후 보유(Buy & Hold)’ 전략을 적용하면 장기간 상당한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AI 시대 맞아 서버 증가세 뚜렷

데이터 네트워킹 기술도 부각

엔비디아 주가 급등 이후 월가는 다음 타자 찾기에 분주하다. 네트워킹 소프트웨어 기업 아리스타네트웍스(아리스타), 통신용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 하드웨어·네트워크 기업 델테크놀로지(델) 등이 후보군이다.

아리스타는 네트워킹 소프트웨어 업체다. 데이터센터가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해결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아리스타의 네트워킹 스위치는 서버끼리 대규모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데이터 흐름을 통제하고 정리해 순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해준다. AI를 활용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가 급증하며 아리스타 기술이 부각됐다.

신한투자증권과 JP모건 등은 브로드컴을 추천했다. 브로드컴은 글로벌 반도체 5위, 시스템 반도체 3위 기업이다. 특히 네트워킹과 서버 등 통신용 반도체에 강점이 뚜렷하다. 최근 1년간 주가가 급등하며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시가총액 1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AI 서비스 확산으로 통신 칩 수요가 급증하며 기업가치가 치솟았다. AI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면 통신 네트워크 성능도 높여야 하는데 브로드컴이 그 길목을 지킨다. AI 칩이 제아무리 고성능이라도 데이터센터 속도가 느려 터지면 의미가 없다.

브로드컴 목표주가는 1500달러 선이다. 1238달러(3월 19일 기준)인 현 주가를 감안하면 20% 이상 상승 여력이 있다. 산한투자증권 기업분석부 반도체팀(오강호·김형태·남궁현·허성규)은 “네트워크 인프라 업그레이드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브로드컴이 클라우드 업체 VM웨어를 인수하며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PC 제조사로 유명한 델도 추천 종목 리스트에 올랐다. 델은 지난 3월 초 하루 만에 주가가 30% 이상 폭등했다. 최근 분기 실적 발표에서 AI 관련 매출이 급증했다는 점에 매수세가 몰렸다. 델은 엔비디아가 만든 GPU 반도체로 서버를 깔아주는 역할을 맡는다. AI에 최적화된 서버로 49억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제프 클라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AI에 최적화된 강력한 서버 모멘텀이 이어져 전년 대비 40% 가까이 주문이 늘었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델을 ‘최고 추천주(top pick)’로 선정하고 목표주가를 100달러에서 128달러로 올렸다. “델의 AI 스토리가 이제 시작됐고, 모멘텀을 맞이할 준비를 끝냈다”는 표현을 썼다. 웰스파고 역시 델의 목표주가를 140달러로 올리고 ‘비중 확대’ 의견을 밝혔다.

스마트폰 칩 강자 퀄컴

에지 AI 단계에서 주목

엔비디아를 포함한 아리스타, 브로드컴, 델은 AI 시대 클라우드 확대 수혜주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개인용 하드웨어 기기에서의 AI 혁명에 주목한다. 이른바 에지(edge), 온-디바이스(On-device) 단계에서의 AI 수요 급증이다. PC와 노트북, 스마트폰 등에서 AI 서비스를 실행시켜 AI 콘텐츠를 활용하는 단계다.

여기서 부각될 기업이 퀄컴이다. 시그널65 사장이자 슈라우트리서치 설립자인 라이언 슈라우트의 생각이기도 하다. 그는 PC와 스마트폰 반도체 시장에는 인텔, AMD, 퀄컴 등이 경쟁하는 가운데 퀄컴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안드로이드 기반에서 AI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때 퀄컴 칩 경쟁력이 뛰어나서다. 퀄컴은 최근 최신 셀룰러 모뎀인 스냅드래곤 X80 5G뿐 아니라 최신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광대역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패스트커넥트 7900 칩을 공개하며 기술력을 자랑했다. 신한투자증권 반도체팀은 “스마트폰에서의 강점을 유지하는 동시에 노트북용 CPU를 출시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2의 엔비디아로 불리는 AMD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엔비디아 대비 경쟁률이 떨어지고, 최근 주가 급등세가 지나치다는 분석이다. 최근 엔비디아가 차세대 칩 ‘블랙웰’을 공개한 날 엔비디아 주가가 1% 이상 오른 반면, AMD는 5% 가까이 급락한 게 그 사례다. “엔비디아가 경쟁사보다 한두 발짝 앞섰다(JP모건)” “엔비디아가 AMD와의 격차를 벌렸다(뱅크오브아메리카)”는 해석이 나왔다.

AI 낙관론에 관련 기업 주가가 단기 과열됐다는 목소리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일례로 슈퍼마이크로는 지난 3월 19일 200만주를 신규 발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하루 사이 10% 가까이 조정받았다. 회사 측은 “신주 발행 자금으로 서버·데이터센터 생산능력을 키우고 연구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는 매도 신호로 인식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2호 (2024.03.27~2024.04.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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