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미 토스뱅크 대표 내정자, 재무·전략 ‘양수겸장’…국내 네 번째 女 행장 [CEO 라운지]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3. 2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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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생/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도이치은행 서울지점 CFO(최고재무관리자)/ HSBC 서울지점 CFO/ HSBC 홍콩지역본부 아태지역총괄 상업은행 CFO/ 대구은행 CFO/ 토스뱅크 대표 내정자(현)
제3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가 창사 3년 만에 2기 대표를 맞았다. 통상 IT 전문가가 오겠거니 했는데 아니었다. SC(스탠다드차타드), 도이치뱅크, DGB대구은행 등 정통 은행에서 근무한 커리어우먼 CEO였다. 이은미 대표 내정자(51) 얘기다. 이 내정자가 토스뱅크 대표로 본격 활동하면 권선주 전 IBK기업은행장,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강신숙 Sh수협은행장에 이어 국내 네 번째 여성 은행장 기록을 세우게 된다.

토스뱅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이 내정자는 10년 이상의 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 경험을 통해 건전성을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 능력을 쌓았고, 리스크 관리 능력이 탁월하다고 봤다. 국내외 은행 근무 경험을 통한 글로벌 감각과 금융당국과의 소통 능력, 솔선수범하는 리더십도 보유했다”고 평가했다.

토스뱅크는 1대 CEO인 홍민택 대표가 ‘슈퍼앱’ 토스 안에서 은행 기능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IT 서비스 안착에 기여했다면 이 내정자가 바통을 이어받아 이제는 안정화, 은행 주요 기능 업그레이드 등에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내정자는 25년 경력의 금융 전문가로 다양한 국내외 금융사에서 근무하면서 은행 본연 업무, 사회 공헌, 규제당국과의 역학 관계 등 고차 방정식을 풀어온 인물이다.

게다가 그의 학력, 경력을 살펴보면 ‘이래서 다양한 시각을 겸비할 수 있었겠다’ 싶은 여정을 걸어왔음을 알 수 있다. 서강대에서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한 이 대표는 부전공으로 경영학을 택해 문·이과 균형을 맞췄다. 더불어 이화여대 통역학 석사,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 홍콩대 MBA 등을 거치면서 다양한 지식을 습득했다.

회사 생활에서도 여러 분야에서 맹활약했다. 특히 10년 넘게 국내외 유수 은행에서 최고재무책임자·전략담당임원(CFO·CSO)으로 두루 일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이런 역할을 하려면 경영학, 회계학, 재무 분석, 리스크 관리 등을 이해해야 한다. 학창 시절부터 직장 생활과 MBA를 병행했던 시기까지 부단히 해당 분야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은 결과라는 것이 대내외 평가다. 그만큼 자기관리가 철저하다는 후문. 매일 오전 4~5시에 기상, 명상과 요가로 하루를 시작하고 30분 조깅 후 국내외 금융 상황을 두루 챙긴 후 오전 6~7시에 출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직장 생활 중에도 IT 감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전문가들이나 들을 법한 데이터 분석 과정(파이썬, R, SQL 등)도 이수했다. 이 내정자는 이를 그냥 두지 않고 현장에 적용시켜보면서 자연스레 디지털 전환 선봉장에 서기도 했다.

HSBC 서울지점 CFO로 재직할 당시 에피소드 하나. 당시 팀원들과 함께 프로그램 언어인 파이썬을 함께 스터디했다. 이후 재무 전망·리스크를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팀 내에서 직접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본사는 물론 전 세계 지점에도 퍼졌다. 효율성, 전문성을 크게 향상시킨다는 극찬 덕분이었다. 결국 아태지역 내에서 우수 사례로 선정돼 지역 내 타 국가 지점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실제 업무에 투입하기도 했다. ‘CFO지만 디지털 전환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직전 직장인 대구은행 시절에도 여러 기록을 세웠다. 대구은행 최초로 외부에서 CFO 자리에 영입된 전문가일 뿐 아니라 여성 임원이 CFO에 오른 첫 사례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이뿐 아니다. CFO를 넘어 경영전략을 아우르는 경영기획본부장에 올라 ‘재무전략통’이라는 독특한 본인만의 전문성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 내정자는 대구은행 시절 ‘시중은행 전환’을 주도해 업계 주목을 끌었다. 대구은행은 윤석열정부가 추진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움직임에 따라 가장 먼저 움직였다. 인가 추진을 위해 DGB금융지주와 공동으로 ‘시중은행전환TFT’를 구성했는데 이때 TFT 공동 의장에 이 내정자가 당시 천병규 DGB금융지주 그룹경영전략총괄 전무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시중은행전환TFT는 사업계획 수립, 조정과 시중은행 전환의 장점을 활용한 경쟁력 제고 방안 등을 마련하는 DGB 핵심 조직이었다. 이 내정자는 대구은행 이름 대신 모바일뱅킹 플랫폼인 ‘아이엠(iM)뱅크’를 새 시중은행명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는 물론 전국구 조직 체계를 수립하는, 이른바 ‘아예 새로운 은행 하나를 만든다’는 개념으로 일에 몰입했다는 후문. 1년여 노력 끝에 조만간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더해 이 내정자에게 토스뱅크가 기대하는 지점은 글로벌 감각이다.

국내 은행뿐 아니라 해외 은행 근무 경험을 통해 글로벌 금융, 거시 경제에 대한 깊은 이해도가 있다는 평이다. 뉴욕, 런던, 홍콩, 싱가포르 등 주요 금융 허브에서 학위 이수 또는 근무 경험을 토대로 토스뱅크에서 다양한 사업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 주변 기대다.

단순히 해외 시장 개척에만 발군은 아니었다. 위기관리 관련해서도 많은 경험을 갖췄다. 2008년 5월 금융위기 직전 2살 된 아들을 데리고 스탠다드차타드 싱가포르지점으로 파견을 나갔다. 그런데 4개월 후 금융위기가 터졌다. 싱가포르는 금융 허브로서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았다. 당시 금융 산업에 최대 위기가 닥쳤는데 이 상황에서도 당시 이 내정자는 살아남았다. 이때 동료들과 위기를 극복한 과정이 SC 본사에서도 회자되면서 몸값이 더 올랐다는 후문이다.

물론 이 내정자가 해결해야 할 숙제도 여럿이다. 당장 수익성 개선이 급선무다. 하나금융지주 사업보고서에 잡힌 토스뱅크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당기순손실이 159억원대로 나온다. 물론 2022년 대비 당기순손실 규모를 크게 줄였고 지난해 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도 맞다. 다만 연간 흑자를 기록하려면 갈 길이 멀다.

중·저신용 대출 비중 올려야

은행 후발 주자로 혁신 상품을 여럿 내놓은 토스뱅크지만, 리스크 관리에서는 ‘아쉽다’는 인상도 개선해야 할 변수다.

토스뱅크의 대표 히트상품 ‘외화통장’이 대표적인 예다. 올해 1월 ‘평생 환전 수수료 무료’를 앞세운 토스뱅크 외화통장이 출시되면서 3주 만에 60만계좌가 개설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런데 얼마 뒤 부작용이 노출됐다. 출시 당시 월 거래한도 규정(30만달러) 외에 별도 거래한도 규정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토스뱅크가 초단타 환투기장이 됐다는 오명을 얻게 됐다. 실시간으로 바뀌는 환율을 이용, 1억원어치 외환을 매일 사고팔면서 수십만원씩 수익을 내는 사람들이 생겼다.

최근 ‘외화통장’ 거래한도를 월 1억원으로 줄이고 하루 환전할 수 있는 금액도 1000만원으로 제한하는 등 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경험 부족’이라는 평가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더불어 애초 설립 취지에 부합하게 중·저신용 대출 비중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하는 숙제도 있다. 토스뱅크의 중·저신용 대출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31.5%로 인터넷은행 중에서는 가장 높다. 다만 연말 목표치 44% 달성에는 실패했다. 그렇다고 대출을 늘리자니 연체율이 신경 쓰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토스뱅크 연체율은 1.18%로 전년 대비 0.8%포인트 증가한 바 있다. 이 내정자 취임 후 이런 각종 지표 관리를 어떻게 하면서 성장동력도 마련해야 할지, 그러면서 본인의 장기인 해외 진출을 인터넷은행 차원에서 모색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2호 (2024.03.27~2024.04.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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