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농사일 못 해” 목소리 높이는 노년층 ‘기후 유권자’
" 날이 더워지면서 오이, 토마토 등 열매 작물의 생육 기간이 짧아지는 걸 실시간으로 보고 있습니다. 더위 때문에 오전 10시만 넘어도 해질 때까지는 농사일을 할 수 없고요. 노인들은 고립되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
충청북도 충주시에 사는 한상훈(65)씨가 26일 ‘시니어 기후 진정’ 기자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그는 20여 년 전에 귀촌해 800평 땅에서 작물 농사를 짓고 있다. 한씨는 “노지에 농사를 짓는 고령층은 앞으로 폭염으로 인해 경제활동을 비롯해 삶이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호소했다.
“정부가 노인 생명권 보호 의무 안 해” 인권위 진정
2022년 질병관리청이 발간한 제1차 기후보건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발생한 온열 질환 사망자의 65.8%가 65세 이상 고령층이다. 박태주 60+기후행동 위원은 “빈곤에 시달리는 노년층이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하다. 이들을 방치하는 건, 정글에서 늙은 얼룩말을 사자 앞에 내버려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날 서울시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정치권이 기후변화 정책에 관심을 갖도록 노년층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석좌교수는 “저도 노인인데, 옆에 앉은 청년 보기가 민망하다. 기후변화 책임은 우리에게 있는데, 청년들에게 노인들의 미래를 돌봐 달라고 하는 게 옳은 일인가 싶기도 하다”며 “기후 문제를 진작 정치의 영역으로 가져와야 했는데,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기후 유권자’로 떠오른 농업 종사 노년층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60~70대 농업인들은 지난해 기후변화로 큰 시름을 겪었고 요즘 정치권에서 언급되는 사과, 파 가격이 물가 문제가 아닌 기후 문제라는 것을 안다”며 “올해 총선이 60세 이상 유권자가 2030 유권자 수보다 많은 첫 선거인 만큼 노년층 기후 유권자의 표심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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