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줄었는데…40대 이상 '중장년 신랑신부' 역대 최대
" 나이는 숫자, 결혼은 선택♬ " 가수 김연자의 유행곡 ‘아모르파티’의 가사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했다. 결혼 건수는 줄었는데 중·장년층의 결혼은 늘었다. 초혼 평균연령이 올라간 데는 이전까진 드물었던 40세 이상의 신랑·신부가 늘어난 게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결혼식을 올린 김모(43)씨는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대학원을 졸업한 김씨는 20대를 공부로, 30대를 일로 보냈다. 그는 “결혼 상대를 찾기에 어린 나이는 아니었지만, 나이가 문제 되진 않더라”고 말했다.
‘로맨틱 포티’ 비중 10% 처음 넘어
40세 이상 남성 초혼 비중은 20년 전인 2003년엔 1.4%(23만3854명 중 3253명)에 불과했다. 이후 점차 늘어났고, 2013년엔 4.4%로 증가했다. 서서히 늘어가던 중·장년 남편은 2021년 이후 가파르게 늘었고, 지난해 1만5390명으로 비중이 10%를 넘었다.
중년도 결혼 이상하지 않은 나이
여성 나이를 기준으로 하면 ‘로맨틱 포티’ 현상은 더 극적으로 나타난다. 2003년 초혼 신부 중 40세가 넘은 건 1025명이었다. 20년 전 초혼 건수(23만3854건) 중 40세 이상 여성은 0.4%에 불과했다. 지난해 40세 이상 신부는 6734명으로, 전체의 4.5%를 차지했다. 증가율로 따지면 20년 새 10배 넘게 늘었다. 여전히 비율 자체는 남성이 높다지만, 증가율로는 중년 여성이 남성을 웃돌았다.
중·장년 혼인 증가에 따라 지난해 평균 초혼연령은 남성 34세, 여성 31.5세로 20년 전(남성 30.1세, 여성 27.3세)보다 각각 3.9세, 4.2세 증가했다. 재혼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전체 혼인 중 40세 이상 비중은 남성 24.6%, 여성 17.3%에 달한다. 역시 역대 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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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크’도 오케이…나이 부담 덜어
평균수명이 길어진 데다 사회 전체 구성원을 한 줄로 세웠을 때 가운데 해당하는 나이인 중위연령까지 높아진 영향이 크다. 과거 ‘노총각’, ‘노처녀’ 꼬리표가 달렸던 것과 달리 최근엔 40대를 결혼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로 인식한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결혼 전 요구하는 경제력이 높아진 것도 중·장년 혼인이 늘어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결혼하더라도 자녀를 갖지 않아도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도 작용했다. 자녀 부담에서 벗어나다 보니 늦은 나이에도 결혼 선택이 자유로워졌다는 뜻이다.
결혼정보회사 모두의지인을 운영하는 신민호 대표는 “성별을 가릴 것 없이 남녀 모두 결혼 조건이 명확하고 뚜렷해지는 추세다. 사람만 보고 좋아서 연애하다 결혼까지 가는 경우가 줄어든 것”이라며 “안 맞으면 결혼을 안 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따지는 게 많다 보니 결혼 시점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력을 갖춘 여성 위주로 연하남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인식은 연상녀-연하남의 결혼 증가세로도 입증된다. 지난해 결혼한 부부 중 아내가 남편보다 나이가 많은 부부는 2만9019쌍으로, 전체 초혼(14만9649건)의 19.4%를 차지했다. 5쌍 중 1쌍은 연상이라는 의미다. 20년 전엔 연상녀 결혼 비중이 11.7%였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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