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與 "종북 현수막 달아라" 긴급 지시…논란 되자 긴급 철회
국민의힘이 당 소속 각 지역구 후보 선거사무소에 ‘종북’ 현수막을 달라고 했다가 논란이 되자 26일 오전 긴급 철회했다. 몇 시간만에 번복한 사연은 이렇다.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전날 밤 각 선거사무소에 “더 이상 이 나라를 범죄자들과 종북세력에게 내주지 맙시다”라는 문구의 현수막 게시를 지시했다. 윤재옥 공동선대위원장 명의의 ‘긴급 지시’라고 공지했다. 27일까지 내걸 수 있는 정당 정책현수막을 통해 “많은 유권자가 볼 수 있도록 적극 게첩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도 같은 시각 전국 시ㆍ도당 단체 SNS 대화방을 통해 이 문구로 현수막을 달라는 공문을 국민의힘 각 지역구 후보 사무소에 전달했다. 현수막 시안도 같았고, 당명만 달랐다.
긴급 지시를 받은 수도권 출마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경기 지역의 한 출마자는 26일 통화에서 “격전지 승패를 가를 중도ㆍ무당층의 관심은 먹고 사는 문제 해결에 달렸다”며 “종북 이념 타령이 선거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각 지역 선대위엔 현수막 문구에 대한 후보들의 불만도 여럿 접수됐다고 한다.
앞서 국민의힘은 ‘민생 우선’에 중점을 둔 현수막 게시를 각 지역 후보에 권고해왔다. “국민의힘은 일하고 싶습니다”라는 공통 문구 앞에 “육아휴직 급여 인상, 아빠휴가 1개월 의무화”, “물가안정 1500억 투입” “13월의 월급! 연말정산 현실화” 등의 내용을 적었다. 서울 지역 출마자는 “기존에 내려보낸 민생 현수막 문구와 결이 너무 달라 당황했다”며 “선거 악영향을 막기 위해 나는 ‘종북’ 현수막을 걸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런 논란과 불만이 여럿 접수되자 국민의힘은 종북 현수막 게시를 지시한 지 몇 시간 만에 이를 거둬들였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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