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여의도역 20분 인사…출근길 시민, 앞만 보고 갔다
의·정 갈등의 중재자를 자임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총선 지휘자로 돌아와 1인 다역을 소화했다. 출근인사→저출생 대책 발표→격전지 지원→불법 사금융 대책 발표로 이어진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며 다소 기운 판세를 뒤집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모처럼 한 위원장의 입은 ‘반이재명’이 아닌 ‘민생’을 향했다.
저출생 대책의 핵심은 ‘세 자녀 이상 가구 대학 등록금 전액 면제’다. 서울 성동구 한양대 동문회관에서 열린 당 중앙선거대책위 회의에서 한 위원장은 “서울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55명으로 전국 0.72명과 비교해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인구 위기 해결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국가 현안”이라고 말하며 정책 패키지를 내놨다. 등록금 지원 정책 외에 ▶저출생 정책 소득기준(현행 소득 요건 연간 1억3000만원 이하) 폐지 ▶다자녀 기준 완화(세 자녀→두 자녀) ▶전기·가스 요금 감면 및 대중교통 할인 두 자녀 가구로 확대 ▶육아기 탄력근무제 의무화 등이 포함됐다.
또 국민의힘은 반사회적 불법 채권추심의 경우 대부계약을 원천 무효로 하는 방안을 도입하겠다고도 밝혔다. 홍석준 선대위 상황부실장은 “피해자의 계약 무효화 소송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매일 폭발력 있는 민생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현장에서 한 위원장이 맞닥뜨린 수도권 민심은 차가웠다. 한 위원장은 오전 8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5번 출구 앞에서 20여분간 벌인 출근길 인사 때 고령층 일부가 그를 향해 목례를 하거나 ‘셀카’를 요청했지만 시민들은 대체로 무관심했다. 김현준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이 다가와 “산업은행 이전은 왜 하는 거냐”고 소리치자 한 위원장이 “부산 이전을 반드시 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공약”이라고 대꾸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의 한 서울 후보는 “당원이 동원되지 않은 첫 유세라 한 위원장도 당황했을 것”이라며 “이게 수도권 민심”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시내 5곳(여의도·왕십리·신당동·암사동·천호동)에서 거리 인사를 했다. 전날 “상대보다 한 분이라도 더 많이 만나고 손잡고 우리의 진정성을, 이 선거의 중대함을 피력하자”고 강조한 뒤 한 장소에서 메시지를 쏟아내던 패턴에 변화를 준 것이다.
그럴수록 ‘한동훈 원톱’ 체제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늘고 있다. 홍석준 선대위 종합상황부실장은 YTN 라디오에서 “스피커가 너무 하나로 쏠려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 후보는 “당 지지율이 올라 내심 기대했지만 한동훈 효과가 체감되진 않는다”고 토로했다. 친여 성향 신평 변호사는 이날 CBS 라디오에서 “한 위원장의 당무 독점, 전횡에 국민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 위원장은 영입인재, 대통령실과 조율된 정책 등을 현장에서 깜짝 발표하곤 했다. 전날 전국의대교수협의회(이하 전의교협)와의 면담도 “당일 아침 알았다”(선대위 관계자)는 이가 많다.
‘한동훈 올인 체제’ 극복 카드로는 유승민 전 의원이 반복 거론된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유 전 의원의 합리적 보수 이미지는 격전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친윤계 의원은 “대통령 동의 없이 투톱 선대위로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심새롬·김기정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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