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가는 곳마다 도 넘은 발언 수위…당내서도 "살 떨린다" 우려 [정국 기상대]

김찬주 2024. 3. 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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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당내 '설화 주의령' 발령해놓고
"강원서도 전락", 시민에 "2찍 아니겠지?"
자신은 내지른 뒤 논란 일면 "유감" 촌극
당내 "험지 도전 후보 입장서 불안할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인천 계양구 유세 중 만난 시민에게 "설마 2찍 아니겠지"라고 말하는 듯한 장면이 송출 돼 온라인상에서 화제다. ⓒ이재명 후보 유튜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현장 즉흥 발언이 빈축을 사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물의를 빚은 발언 일부에 대해선 '유감'을 표명하고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스스로가 당 구성원에 내린 '설화주의령'을 무색하게 만들며 여당에 공격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4·10 총선이 불과 16일 앞으로 다가온 25일, 야권은 이 대표의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잇단 시한폭탄 발언으로 골머리를 앓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경남 김해 율하카페거리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나라가 이렇게 순식간에 망가지는 걸 본 일이 있느냐. 차라리 (윤석열 대통령이) 없으면 낫지 않았겠느냐"라고 말했다.

앞서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자고 대통령을 뽑았는데, 지금 보니 차라리 없었으면 나았을 것"(24일 수서역 거리 인사), "자격을 박탈당할 수도 있겠구나를 생각하게 해야 한다"(23일 경기 포천·의정부 현장 기자회견에서)고 말해 '탄핵 시사' 논란을 샀음에도 사흘째 거친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탄핵을 거듭 연상케 하는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역대 선거에서 보수세와 진보세가 비등했던 지역구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총선 승리 의지는 이해하지만, 대통령도 어쨌든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라며 "차라리 없었으면 나았을 것 같다는 발언이 오히려 투표한 국민 탓으로 비쳐질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거친 입'은 국민을 향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 23일 경기북부 지역을 방문한 이 대표는 민주당 소속 김동연 지사가 추진 중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 구상에 관한 생각을 묻자 "지금 상태로 재정에 대한 대책 없이 분도를 즉시 시행하면 여러분은 '강원서도(西道)'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답하면서 '강원도 비하' 논란을 자초했다.

지난 14일 오후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경남 김해시 한 카페에서 김해지역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중앙선대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의 발언에는 강원도를 비하하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며 "그게 아니라면 '전락'(나쁜 상태나 타락한 상태에 빠짐)이라는 표현을 쓰진 않았을 것이다. 대단히 오만하고 사리에도 맞지 않는 주장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이 대표는 결국 이튿날 자신의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그는 "강원도처럼 재정적으로 어렵고 접경지대여서 개발이 어려운 지역이 될 수 있다는 표현을 '전락'이라는 표현으로 좀 과도하게 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북부와 강원 쌍방으로부터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강원 출신 노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 망발에 대해 강원도민들이 단호하게 심판하지 않는다면 '저사람들 이 정도 쯤은 괜찮구나'라는 인식을 주어 계속 만만하게 보고 무시할 것"이라며 "민주당 강원도 국회의원 0석으로 우리 스스로의 자존심을 지키자"고 호소했다.

김성원 경기 동두천연천 등 북부 5개 지역구 후보자 일동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앞에서는 지역균형발전을 말하면서도 이재명 대표의 머릿속 인식은 지역을 자신만의 잣대로 재단하고 갈라치고 있다"며 "이 대표는 153만 강원도민과 출향민에게 사과하고, 350만 경기북부 주민 앞에서 경기북부 발전을 위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재명 대표는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을 비판한다면서 그 와중에 민주당 정신의 근간 중 하나로 꼽히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문제의 발언에 빗대 비유해서 비판을 사기도 했다.

그는 지난 21일 전북 군산 유세에서 "광주에서 온 사람들 잘 들어. 옛날에 대검으로, M16 총으로 쏘고 죽이는 것 봤지. 몽둥이로 뒤통수 때려서 대가리 깨진 것 봤지. 조심해. 농담이야"라고 말했다.

그러자 광주 광산을에 출마한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5·18 민주화운동은 한국 현대사 최대의 비극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5월 광주를 언급할 때는 애도와 겸허함을 지키며 지극히 조심해야 한다" 며 "정치인의 수준이 땅에 떨어졌다"고 일침을 가했다.

국민 면전에서의 '2찍' 발언도 유명하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서 시민 인사를 하던 중 한 시민을 가리켜 "설마 '2찍' 아니겠지"라고 말했다. '2찍'은 지난 대선 때 기호 2번의 윤석열 대통령을 찍은 이들을 비하하는 멸칭이다.

이에 국민의힘이 "우리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은 비하해서 표현해도 된다는 저급한 인식"이라고 비판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자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내 발언은 대단히 부적절했다"며 사과했다.

일단 내뱉고 문제가 커지면 사과하거나 유감을 표명하는 '촌극'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2찍 발언' 사과 이후에도 "살 만하면 2번을 찍든지 아니면 집에서 쉬라"고 말해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총선 판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데, 당대표가 의지만 앞서 시한폭탄 같은 발언을 쏟아내면 선거에 당연히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특히 보수세가 강한 지역에 도전장을 던진 후보들 입장에선 살 떨리는 불안감이 느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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