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윤非명'은 조국 향하는데…'非윤反명'은 이준석 안가는 이유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다는 윤정환(45·회사원) 씨는 투표를 망설이고 있다. 자신을 '중도보수'라고 한 윤씨는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는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 문재인 정부 때 최저임금을 마구 올리던 것과 다를 게 없지 않냐"고 토로하며 "야당은 조국혁신당이라는 대안이 있으니 부럽다"고 말했다.
2주 전만 해도 야권 분열로 여당의 승리가 조심스레 점쳐졌던 4·10 총선은 이제 야권의 우세로 저울추가 기우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여권 지지층은 혼돈, 야권 지지층은 결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국갤럽이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만 18세 이상 국민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4.3%)의 비례대표 투표 의향 조사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준다. 민주당의 위성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23%)과 조국혁신당(22%)의 지지율을 합치면 45%로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얻은 득표율 47.8%에 근접한 수치다.
반면 여권은 국민의미래(국민의힘 위성 비례정당) 30%와 개혁신당 5%를 합쳐도 35%로 윤석열 대통령의 득표율 48.7%에는 한참 모자라다.
이런 결집력 차이에 대해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민주당의 공천 파동 때만 해도 실망한 야권 지지층은 투표 동력을 잃은 상태였다”며 "하지만 조국혁신당이 등장하면서 윤석열도 싫은데 이재명도 마음에 들지 않는, 이른바 '반윤비명'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론 조국혁신당이 포지셔닝 전략에서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일단 조 대표는 이재명 대표 및 민주당과 각을 세우지 않고 있다. 조 대표는 "(여당을 포위하는) 학익진의 총사령관은 이재명 대표" "민주당에서 하고 싶은 행동이 있지만 조심해야 할 부분을 나서서 싸울 것"이라며 '원팀'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비례정당으로 등장하면서 '사표 방지' 우려도 덜어냈다.
반대로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이 지지부진한 것도 포지셔닝의 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국혁신당과 달리 '반명비윤' 성향의 표심을 담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개혁신당은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대해 날카롭게 각을 세워 '반명비윤' 보수층이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지역구에 대거 후보를 내 '사표 방지' 심리가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찍은 표심의 4분의 1 정도가 갈 곳을 잃은 상황이며, 그중 상당수는 2030 남성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지지기반으로 알려졌던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는 최근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만든 소나무당을 지지하겠다는 게시글이 부쩍 늘고 있다. 이 대표가 이낙연 전 총리나 류호정 전 의원 등 야권 및 페미니즘 지대의 정치인들과 손을 잡으면서 이탈한 2030 남성 표심이 소나무당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소나무당은 송영길 전 대표와 손혜원 전 의원 등 민주당 출신 인사가 주축이다. 에펨코리아의 성향과는 다른 색깔이지만 반페미니즘, 반뉴라이트 운동가로 알려진 권윤지 작가를 영입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한다.
에펨코리아 유저인 김정환(35)씨는 "윤 대통령도 싫고, 이준석 대표에게도 실망하다보니 정치혐오와 허탈감 때문에 '차라리 소나무당이라도 띄워보자'는 심리"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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