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우울함은 때론 창의성의 원천 … 걸으며 감정 거리두면 독창성 키울 수 있어

이민영 2024. 3. 2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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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함과 창의성 상관관계

‘광기 없는 천재는 없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우울함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부정적인 것처럼 보이는 내면의 그림자가 때로는 독창적 사고인 창의성의 원천으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최근 분당서울대병원·삼성융합의과학원·삼성서울병원 공동 연구팀이 발표한 ‘창의성과 정신장애 간의 유전적 조성 규명’에 따르면 창의성과 우울증은 96%의 유전 변이를 공유한다. 유럽인 24만 명, 351개 직업을 분석했다.

연구결과에서 주목할 점은 두 요소의 방향성이 항상 같지 않으며 개인별로 다르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위 연구를 진행한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명우재 교수는 “우울증과 창의성의 관계는 단순히 비례·반비례하지 않으며 다양한 유전적 요소가 여러 방향으로 작용함을 연구에서 이야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창의성엔 다양한 면이 있어서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같이 순간적으로 높은 창의성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생각이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자라려면 이를 실현해 나가는 꾸준함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한순간의 창의적 생각을 넘어 창의적인 삶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명우재 교수의 도움말로 우울함을 창의적인 힘으로 전환하는 스위치 작동법과 주의할 점을 알아봤다.


1. 생각하는 법 꾸준히 연습


우울할 땐 생각을 끊기 어렵다. 방향성에 따라 병의 증상이 되기도, 창의적인 발현이 되기도 한다. 명우재 교수는 “만나는 환자를 살펴보면 기분 조절이 어려운 시기에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평소 쉽게 하기 어려운 생각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를 많이 본다. 방향에 따라 점차 우울한 생각으로 빠져드는 경우가 있고, 창의적인 사업 계획이나 예술적 영감 내지 기발한 스토리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우울증을 이겨나가기 위해 실천하는 방법들이 긍정적인 방향 전환으로의 스위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생각하는 방법을 연습하거나 좋은 생활 습관을 실천해 보려 하고, 대인관계에 변화를 주려는 것들이 도움된다는 것이다.

2. 걷기 집중하며 감정과 거리 두기


우울할 땐 먼저 자신에게 쏟아진 감정·생각에서 한 발짝 떨어져 거리 두는 연습을 시도해 보길 권한다. 걷기·호흡 등에 집중하며 자기 생각을 잠시 다른 곳으로 옮겨보면 뜻하지 않게 떠오르는 여러 생각과 느낌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기도 한다. 나만의 시각으로 독창성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창의적이 되기 위해 일부러 우울해지려는 건 역효과다. 명 교수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노래·글·그림으로 옮기고, 연구하거나 사업으로 만들려면 꾸준함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계속 우울함에 빠져 있는 상태에선 어렵다”고 했다.

3. 요리·공예 등 내게 맞는 재미 찾기


우울감을 배움의 계기로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그림·악기·공예·요리 등 여러 분야에서 자신이 공감하는 게 뭔지 알아보는 것이다. 창작 활동은 자신을 표현하며 감정을 해소하는 수단의 하나다. 활동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면 회복의 시간이 된다. 높은 수준의 창의성을 요구하는 일이 아니어도 된다. 낙서·색칠, 음악 듣기 등 쉬운 활동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다. 뜨개질도 몰입과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손을 쓰는 활동은 상황 판단,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전전두엽을 활성화하고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물질(CRH·부신피질자극호르몬 방출 인자) 분비 감소를 돕는다. 기분 안정에 도움된다. 온라인·오프라인 수업에 참여하고, 같은 취미·생각을 가진 이들과 소통하며 지지·격려하는 적극적인 방법도 좋다. 명 교수는 “다만 이런 활동을 할 때 ‘나는 왜 이런 것도 하지 못할까’ 자책하고 ‘난 한번 시작하면 완벽하게 해야 한다’며 자기에게 부담을 지우는 생각은 회복에 방해된다”고 조언했다.

4. 노년기는 창의성 꽃피우는 시기


인생 후반은 은퇴·사별·이별 등 상실을 겪는 과정이다. 우울감이 나타나기 쉽다. 우리나라 전체 우울증 환자의 35.69%(2021년 기준)는 60대 이상이다. 노년기엔 감정·생각을 표현하는 법을 익히고 실천하는 것이 도움된다.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서툴수록 두통·근육통·소화불량 같은 증상이 잘 나타난다는 여러 연구결과가 있다. 나이가 들었다고 학습 능력과 창의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노년에는 노화로 암기력이 떨어질지는 몰라도 종합적인 판단력은 오히려 높아진다. 인생 경험에서 다져진 지혜로 수용 능력은 성숙해져 있다. 학습 욕구를 채우는 활동을 활발히 하면 나이와 상관없이 뇌 신경망 연결이 촘촘해진다. 바흐·스트라빈스키·모네 등 여러 예술가는 노년에도 위대한 창작물을 완성했다. 갈릴레이는 자신의 최고 저서인 『새로운 두 과학』을 72세에 저술했다. 명 교수는 “경험·지혜를 갖추고 있으므로 다른 각도에서 사물을 보고 익숙한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을 피하며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경청하면 노년기에도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5. 조절력 기르는 감정 일기 쓰기


우울감이 부정적인 감정으로 자주 몰려오면 감정을 조절하는 힘을 길러주는 데 도움되는 감정 일기를 써볼 만하다. 글로 적으면 상황을 객관화시키고, 감정에 대한 통제력을 길러준다. 어떤 상황에서 우울감이 반복되는지 알아차리면 반복되는 단순 반응에서 벗어나 감정을 조절해볼 수 있다. 우울감 등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사건 자체의 객관적 크기보다 그 사건을 당사자가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당시의 사건과 감정, 현재의 감정, 그에 대한 생각과 신체 감각도 써넣으면 좋다. 꾸준히 적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울감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추적하는 데이터가 된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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