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다이아값 될라"…빨라진 벚꽃 시계, 농장주는 떨고있다

19일 강원도 평창의 한 과수원. 해발 700m의 산에서 13년째 사과 농장을 운영하는 조용조(67)씨는 착과 대비 가지치기에 몰두하고 있었다. 조씨는 온난화에 대비해 고랭지 농업을 하던 곳에 자리를 잡았지만, 4년 전부터 사과꽃이 피는 시기가 매해 5일씩 당겨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과나무에 올라온 꽃눈을 어루만지며 “지난해 병충해로 잎이 많이 떨어지고, 햇빛도 많이 못 받은 나무들은 보시다시피 꽃눈이 시원치 않다”며 “남부 지방에는 벚꽃 꽃망울이 터지고 있던데, 그걸 보니 올해도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빨라진 벚꽃 시계, 사과 농장주가 불안한 이유


벚꽃 개화 시기는 온난화의 영향으로 빠르게 앞당겨지고 있다. 기상청 계절관측에 따르면, 23일 경남 창원과 제주에서 벚꽃 개화가 관측됐다. 꽃샘추위의 영향으로 당초 예상보다는 개화 시기가 다소 늦어졌지만, 평년과 비교하면 각각 6일과 2일 이르다. 빨라진 벚꽃 시계에 맞춰 전국의 벚꽃 축제 시기도 당겨지는 추세다.
문제는 벚꽃처럼 사과꽃이 빨리 피면, 그만큼 된서리를 맞아 열매 맺기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경북 예천의 사과농장주 최효열(65)씨는 “지난해도 사과꽃이 빨리 펴 착과(열매가 열림)율이 전년보다 20% 떨어졌다. 이제는 이른 개화가 패턴으로 자리 잡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올해 착과율이 좋지 않을 거라는 또 다른 징후도 있다. 착과율의 지표인 올해 꽃눈 분화율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 사과연구센터 조사 결과, 국내 생산 사과 80%에 이르는 후지(부사) 품종 사과나무 꽃눈 분화율은 54%로 나타났는데 이는 평년보다 7% 낮은 수준이다. 사과연구센터는 “꽃눈 분화율이 60% 이하로 낮으면 수확량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며 가지치기를 할 때 열매 가지는 많이 남겨둘 것을 권고했다. 권순일 사과연구센터 연구원은 “지난해 가을 갈색무늬병이 유행하면서 사과나무 잎이 가을도 되기 전에 일찌감치 떨어졌다. 그런 탓에 나무가 영양분 생산을 많이 못 해 꽃눈 상태까지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상기후 지뢰밭 강화…다이아사과 되나

이미 지난 겨울철 기온과 강수량, 강수일수 모두 역대급 기록을 세웠다. 겨울철 전국 평균기온은 섭씨 2.4도로 평년(0.5도)보다 1.9도나 높았으며, 강수량은 236.7㎜로 평년(89㎜)의 2.6배를 넘었다. 강수일수도 31.1일로 역대 가장 많았다. 올봄에도 잦은 비로 인해 일조량이 부족한 상태다. ‘금(金)사과’로 불릴 정도로 급등한 현재의 사과 가격이 앞으로 뉴노멀이 되거나 더 올라 ‘다이아(몬드)사과’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설상가상으로 사과 재배에 적합한 지역도 기후변화로 인해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현재의 속도로 기후변화가 진행될 경우 사과 재배 적지 지역은 2020년 4만6980㎢에서 2050년 1만3206㎢로 줄어든다. 2090년에는 강원도 일부 지역(1213㎢)만 사과를 재배하기에 적합한 기후대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식량 안보 관점에서 기후 위기 대비해야”

정부는 과일값이 급등하자 할인 지원과 함께 수입 과일 관세 인하를 통한 물량 확대를 대책으로 내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기후위기의 추세적 변화에 본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나타나는 자연재해에 가장 취약한 건 농업이고, 그 여파가 과일로 나타났지만 농업 전체가 위기인 상황”이라며 “장기적 호흡에서 지역에 맞는 농가를 육성하고, 기후변화에도 강한 품종 개발과 보급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국가적으로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평창=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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