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아이가 울 때 할 수 있는 일

문수정,산업2부 2024. 3. 25.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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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아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다만 다수의 양식 있는 이들은 내 아이가 공공장소에서 내는 큰 소리에 일종의 괴로움을 느끼게 마련이다.

생각해보면 아이가 가장 괴로울 수 있는 일이다.

좁은 공간에 오르자마자 아이가 큰 소리로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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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정 산업2부 차장


어디선가 아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높은 음역의 가늘지만 강단 있는 소리가 메아리친다. 그 장소는 하필이면 꽤나 인기 좋은 식당이다. 작은 사람이 내는 날카로운 소리에, 다 큰 사람들의 신경이 곤두선다. 누구도 원치 않는 상황일 테다. 여기서 질문. 이 식당에서 그 순간 가장 괴로운 사람은 누구일까. ①식당 주인 ②우는 아이 주변에 앉은 손님들 ③식당의 모든 손님 ④아이 보호자 ⑤아이 자신.

처음 고른 답은 ‘④아이 보호자’였다. 짜증이나 피로감 이상의 괴로움까지 느끼는 이들은 대개 아이 보호자(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다만 다수의 양식 있는 이들은 내 아이가 공공장소에서 내는 큰 소리에 일종의 괴로움을 느끼게 마련이다. 보호자의 괴로움에는 특수성이 있다. 남의 불편까지 짊어져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감이 더해진다. ‘진상 손님’이 되지 않기 위해, ‘맘충’ 취급받지 않기 위해, ‘갑질하는 자’로 오해받지 않기 위해 고도의 스킬로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게 된다. 대단한 방법이랄 게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보니 다른 결론을 내리게 됐다. 현 시점 전혀 기억에 없을 뿐 누구나 그 당사자였던 때가 있었다. ‘⑤아이 자신’인 순간 말이다. 생각해보면 아이가 가장 괴로울 수 있는 일이다. 불편과 부당을 언어로 표현할 수 없어서 큰 소리로 울어야 하다니 오죽 답답한 일일까. 부모는 미간을 찌푸리고, 주변의 어른들 또한 인상을 쓴 채 흘끔거린다. 아이도 느낀다. 감정을 고조시키는 긴장된 분위기를 감지할 능력이 아이에게는 있다.

이런 상황을 빠르게 바꾸는 방법이 있다. 부모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제삼자가 개입해야 한다. 경찰이 출동하거나 식당 주인이 정중히 나가주기를 요청하는 식의 과격함을 동원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주변의 누군가가 “괜찮다”고 해주면 된다. 부드러운 표정으로 아이를 보며 웃어주기만 해도 될 때가 있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 방법은 상황을 빠르게 수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에 이런 경험이 몇 차례 있었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식당에서 4살쯤 돼 보이는 아이가 칭얼대기 시작했다. 부모가 허리를 숙이고는 조용하고 단호한 어조로 달랬으나 소용이 없었다. 경직된 얼굴의 부모를 마주보고 있는 아이 얼굴도 굳어 있었다. 그리고 내 가방엔 젤리가 있었다. 나도 모르게 “아이가 젤리를 먹어도 되나요?” 하고 끼어들었다. 낯선 사람이 온화한 표정으로 다가오니 갑자기 분위기 전환이 일어났다. 아이는 바로 울음을 그쳤다. 잠시 뒤 젤리를 받아들고는 조물조물 만지고 노는 차분한 뒷모습이 보였다.

백화점 엘리베이터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좁은 공간에 오르자마자 아이가 큰 소리로 울었다. 안고 흔들며 달래는 부모의 등줄기에서 식은땀 흐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그 순간 “아기는 우는 소리도 귀엽네”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아이 귀가 쫑긋댔다. 알아들은 게 분명했다. 한 사람이 ‘귀엽다’고 말하니 동승한 이들이 모두 아이를 귀여워하며 쳐다봤다. 눈길을 감지한 아이는 금세 울음을 그쳤다. 모두가 웃으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수 있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돈, 시간, 노동력의 도움이 중요하다. 하지만 따뜻한 시선, 기다려 주는 마음, 너그러운 이해 같은 게 도움이 될 때가 있다. 갈등을 누그러뜨리는 건 작은 친절에서 시작하기도 한다. 유례없는 초저출생률의 시대다. 아이를 보며 웃어주고 애면글면 애쓰는 부모를 안쓰럽게 여겨주는 마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문수정 산업2부 차장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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