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소재 다큐·영화 봇물…화제성 이면에 관객들 피로감

임세정 2024. 3. 2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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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관련된 역사적 사건이나 정치인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와 영화들이 잇달아 공개되고 있다.

가수 김흥국은 최근 자신이 세운 제작사 '흥.픽쳐스'를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그리고 하얀 목련이 필 때면'을 제작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전 세대에서 정치적인 대립이 강해지면서 한쪽의 입장을 강조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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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총선,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등 몰려
작품성보다 이념 싸움으로 마케팅 ‘눈살’
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의 모습. 연합뉴스

정치와 관련된 역사적 사건이나 정치인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와 영화들이 잇달아 공개되고 있다. 올해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세월호 참사 10주기, 제22대 국회의원 총선이 맞물리며 요즘 극장가엔 ‘정치 열풍’이 일고 있다.

물꼬를 튼 건 지난해 11월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이다. 영화는 10·26 사태와 12·12 군부 쿠데타를 다루며 우리 근현대사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을 환기했고, 긴박감을 살린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은 신드롬급 인기를 불러왔다. ‘서울의 봄’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네 번째 1000만 영화의 반열에 오르며 한국 사회를 강타했다.

연초부터 정치인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작품들은 줄지어 스크린에 걸렸다. 지난 1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길 위의 김대중’이 개봉했다. 지난달 개봉한 ‘건국전쟁’은 한 달이 넘게 박스오피스 10위권을 지키며 116만2253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정치인을 다룬 다큐멘터리 가운데선 185만명의 관객을 모은 ‘노무현입니다’(2017) 이후 두 번째 흥행 스코어를 기록했다.

'건국전쟁' 포스터. 다큐스토리 제공

개봉을 앞둔 작품도 여러 편이다. 가수 김흥국은 최근 자신이 세운 제작사 ‘흥.픽쳐스’를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그리고 하얀 목련이 필 때면’을 제작한다고 밝혔다. 오는 28일엔 김 전 대통령의 대권 도전기를 담은 ‘다시 김대중-함께 합시다’가 공개된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1980’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1980년 5월 17일 전남도청 뒤편에 개업한 화룡반점 가족들이 열흘간 겪은 일을 그리며 ‘서울의 봄’이 다룬 12·12 이후의 모습을 담았다. 다음 달엔 제주 4·3 사건 당시 불법 군사재판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수형인들의 증언을 담은 ‘돌들이 말할 때까지’가 개봉한다.

지나온 역사는 콘텐츠의 좋은 소재가 된다. 정치인이나 관련 사건을 다룬 작품들은 대중이 그동안 잘 몰랐던 이야기를 알려주고 잘못 알고 있던 사실을 바로잡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요즘처럼 선거를 앞둔 기간에는 정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기 때문에 제작하는 입장에선 화제성을 키울 수 있다.

'다시 김대중-함께 합시다' 포스터. 블루필름웍스 제공

그러나 영화를 정치적인 선전 도구로 활용하는 분위기에 대해선 우려의 시각이 크다. 작품성이 아닌 정치적 코드를 강조하고 극장가에 이념 싸움을 끌고 오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는 관객도 많다.

직장인 정현미(35)씨는 “그렇지 않아도 현실 정치에 넌더리가 나는데 극장에까지 정치 싸움을 끌고 오려는 것 같아 눈살이 찌푸려진다”며 “그런 작품들을 굳이 여가 시간을 할애해서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 세대에서 정치적인 대립이 강해지면서 한쪽의 입장을 강조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영화가 역사와 정치를 다루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영화가 분열과 대립을 부추기는 상황”이라며 “예술이 사회의 통합성을 높이지는 못할망정 특정 정파를 대변하거나, 사람들의 대립을 이용해 매출을 올리는 것은 문제다. 논란이 가져오는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만드는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선동하거나 역사를 왜곡하지 않고 사회의 발전을 위해 진정성을 담아야 한다. 소비자들은 콘텐츠들 가운데 옥석을 가려 성숙한 태도로 소화하고 정파적으로 접근하는 태도를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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