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이중 행보 [취재수첩]
3월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개인 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회’에 박순혁 작가가 등장했다. 금융감독원 초청으로 당당히 마이크를 잡고 발언할 수 있게 된 것. 앞서 국회와 한국거래소가 토론회에 박 작가를 섭외한 바 있지만 이번 금감원 초청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박 작가와 금융당국 관계는 모두가 알다시피 껄끄럽다. 박 작가는 수차례 금융당국을 저격하는 발언을 해왔으며, 심지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향한 날 선 발언도 쏟아냈다. 예를 들어 “평생 검사직에 있던 이 원장은 주식의 고평가 여부를 판단할 능력도, 자격도 없다”는 식이다.
금감원도 박 작가에 대한 인식이 좋을 리 없다. 지난해 금감원은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로 박 작가 자택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또 박 작가가 금양의 홍보이사직과 투자일임사 운용본부장직을 동시에 맡은 것을 두고 겸직 금지 위반 혐의가 있는지 조사했다.
물론 악연 관계라도 다양한 의견을 듣는다는 측면에서 금감원의 파격적인 행보를 마냥 비판할 수 없다.
다만 박 작가는 개인 투자자에게 파급력이 강한 인물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박 작가로부터 공개적으로 비난에 가까운 공격을 받은 탓에 한동안 개인 투자자의 먹잇감이 되기도 했다. 제도권 금융 시장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불신을 키운 인물이 박 작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작가가 공식 석상에서 하는 말 한마디의 파급력이 생각보다 강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른 기관에서 박 작가를 토론회에 섭외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렇지만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금감원 압수수색 대상이었던 인물을 토론회에 초청한 것은 금감원의 이중 행보라는 생각이다. 조금 더 제도권 금융의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금감원의 일관성 있는 행보를 기대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1호 (2024.03.20~2024.03.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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