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입양아 칼의 선택 [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데스크 2024. 3. 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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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캄차카반도 쿠릴 호수에서 8월이 되면 태평양의 20%의 연어가 이곳으로 알을 낳기 위해 돌아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연출을 맡은 말레나 최감독은 한국인 입양아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회귀'에 이어 두 번째로 해외 입양아 문제를 그렸다.

영화 '조용한 이주'는 인간의 회귀본능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해외 입양아들이 느끼는 정체성과 소속감에 대한 혼란을 조명해 입양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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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용한 이주’

러시아 캄차카반도 쿠릴 호수에서 8월이 되면 태평양의 20%의 연어가 이곳으로 알을 낳기 위해 돌아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산란을 위해 상처투성이가 된 연어를 보면 연어와 인간의 회귀 본능이 결코,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영화 ‘조용한 이주’는 덴마크로 입양된 19세의 청년 칼이 겪는 고립과 복잡한 심리를 전달한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말레나 최감독은 한국인 입양아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회귀’에 이어 두 번째로 해외 입양아 문제를 그렸다.

덴마크 시골 마을에 운석이 떨어지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한국인 아이를 차에 태운 부부는 자신의 농장으로 이동하고 칼(코르넬리우스 원 리델클라우센 분)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아이는 열아홉 살 때까지 양부모와 함께 낙농업을 하며 조용한 삶을 살고 있다. 세상과 자신에 대한 궁금함과 호기심으로 가득한 칼에게 양부모는 가족의 농장을 물려받아 가업을 잇기를 바라지만, 칼은 현재의 집과 더불어 자신이 태어난 나라인 한국, 두 세계 모두에 끌리기 시작한다. 한국의 전통시장을 찾은 칼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지만 곧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이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 그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영화는 해외 입양아가 겪게 되는 고립감을 다룬다. 한국계 덴마크 감독인 말레나 최는 실제로 생후 6개월 때 덴마크로 입양되어 작은 마을에서 자랐다. 감독의 자전적 요소가 짙게 깔린 작품인 만큼 좋은 부모님 밑에서 성장했지만, 입양아로서 느끼는 고립감과 어려움을 감독만의 시선으로 영화에 담아냈다. 겉보기에는 평범하고 문제없어 보이지만, 입양가정에서 생기는 미묘한 갈등 특히 가업인 농장을 물려받기를 바라는 양부모와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 대한 동경, 덴마크와 한국의 경계에서 느끼는 혼란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해외 입양아의 복잡한 심리와 인종차별은 물론 이방인으로 느끼는 정체성과 소속감 그리고 입양가족 형성에서의 어려움도 함께 조명하고 있다.

감독의 독특한 연출 방식도 신선하다. 영화는 극영화이지만 다큐멘터리 형식의 관찰을 통해 해외 입양에 대한 현실과 입양아의 복잡한 감정 그리고 양부모의 심리도 섬세하게 담는다. 덴마크의 사실적인 풍경을 담으며 잔잔하고 담담하게 진행되던 영화가 때로는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넘나들기도 한다. 이를테면 한국을 찾은 칼이 시장에서 자신과 닮은 중년의 여성을 만나지만 그것이 현실이지 비현실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소녀가 칼 주변에 등장하고 조용히 떠나곤 한다. 곳곳에 판타지 같은 환상을 심어놓아 소외된 입양아가 빠져드는 상상의 세계를 그려냈다. 이러한 독특한 연출로 영화는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덴마크의 목가적인 전원생활을 느낄 수도 있다. 칼은 독립할 나이가 됐지만, 여전히 시골에서 양부모와 함께 젖소를 키우며 오래된 농장의 일을 돕는다. 어느 사회에서도 속할 수 없는 입양아의 고립감은 덴마크의 대자연, 수려한 경관과 대비를 이루며 극대화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덴마크의 전원생활, 푸른 잔디가 광활하게 펼쳐진 시골 풍경은 잠시나마 관객들에게 해방감과 평온함을 느끼게 해주기 충분하다.

한국은 한때 해외 입양아 수출국 1위였다.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해외로 나간 입양 인구는 20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지금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저출산과 인구 감소 문제로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다. 영화 ‘조용한 이주’는 인간의 회귀본능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해외 입양아들이 느끼는 정체성과 소속감에 대한 혼란을 조명해 입양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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