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통신정책에서 사회주의적 색깔을 지워야 한다

2024. 3. 2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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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이라 불리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 개선에 관한 법률'을 10년 만에 폐지한다고 한다.

단말 가격을 낮추고 유통 질서를 잡는다는 애초의 법률의 취지도 달성하지 못하고 이통사, 제조사, 소비자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폐기 수순에 들어간 단통법이 대표적으로 현실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회주의적 사고를 가진 강성정치인들에 의해 모든 국민에게 언제 어디서든 동등한 가격으로 서비스와 단말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법이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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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규제 ‘단통법’ 폐기 수순
통신을 사회적 공기라고 여겨도
최소한의 룰과 규칙에 국한해야

단통법이라 불리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 개선에 관한 법률’을 10년 만에 폐지한다고 한다. 단말 가격을 낮추고 유통 질서를 잡는다는 애초의 법률의 취지도 달성하지 못하고 이통사, 제조사, 소비자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다른 사람보다 단말을 비싸게 사는 호갱(호구+고객)을 막겠다는 단통법이 전 국민을 호갱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다.

유선전화나 초기의 인터넷은 접속으로서의 역할이 커 모든 국민이 동등하게 접속되어야 할 권리가 있다고(access equality) 여겨 전화나 인터넷의 보급을 위해 국가가 책임을 다하려 노력했다. 아마존 같은 오지를 끼고 있는 나라들이나 광활한 대지를 가지고 있는 호주 같은 나라에서도 밀림, 사막 어디서나 접속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통신이 국가가 책임지고 있던 단순 접속 기능을 넘어 멀티미디어 통신, IT 서비스, 음악·영상·게임 같은 콘텐츠 서비스 등으로 기업을 트랜스포메이션하기 위하여 대부분의 선진국이 통신사를 민영화했다. 정부 기관에서 민간 사업체로 전환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통신을 뛰어넘는 영역(beyond telecom)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사명에서도 통신이라는 단어를 떼고 있다.

민간 기업으로의 전환은 엄청난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한 막대한 자본을 민간으로부터 확충하는 의미가 있고, 더불어 정부로부터 독립되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통신기업의 탈바꿈이 절대절명(絶對絶命)인 시기에 자율은 창의적인 발전을 가능케 한다. 최소한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규제기구를 두고 있지만, 민간기업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와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경우에는 정부가 방송통신위원회라는 규제기관을 통해 아직도 통신사를 통신영역에 묶어 두려 한다. 한때는 통신사에 대해 통신 사업에만 집중하라는 압박을 가하기도 하였다.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동등한 통신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사고가 여전히 존재하며, 통신사의 경영에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폐기 수순에 들어간 단통법이 대표적으로 현실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회주의적 사고를 가진 강성정치인들에 의해 모든 국민에게 언제 어디서든 동등한 가격으로 서비스와 단말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법이 만들어진 것이다. 지역, 시기, 물량에 따라 인건비, 임대료, 물류비 등의 유통 비용과 조건이 다른데 어떻게 배급을 주듯이 동일한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는가. 자본주의 사회의 유통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규제였다.

통신을 사회적 공기라고 여겨 규제하더라도 우선 인사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최고경영자(CEO) 선정에 개입하고 그를 통해 기업 경영의 방향에까지 간섭하는 것은 자본주의 민간 기업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통신을 규제하고 더 개입하려면 통신 부분을 분리해 독립적인 거버넌스를 만들 필요가 있다. 그 규제도 최소한의 룰과 규칙에 국한해야 하고 가격, 약관과 같은 상행위(商行爲)에 대해서는 더 유연해야 한다.

통신 비용을 낮추겠다고 제4이동통신을 발족시키는 발상도 이해할 수가 없다. 경제성이 열악한 초고대역주파수(28㎓)를 가지고 출발하는 신생 통신사가 경쟁력을 갖는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우며 칩, 안테나, 단말 등의 수급 경쟁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 사회주의 국가에서처럼 국가가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아니라면 이런 신설통신사를 통해 이득을 취할 사람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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