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위기]4월 위기설에 당국 "안정 수준"…시장선 "착시효과"
22대 국회의원 선거란 대형 정치 이벤트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본격적으로 터져나올 수 있다는 이른바 '4월 위기설'과 관련해 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PF 대출의 만기도 다변화돼 있는 데다, 연체율도 역사적 고점(historic-high) 대비로는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다.
다만 일각선 상대적으로 낮은 연체율은 과거 부실 PF 사업장 만기연장 등에 따른 '착시효과'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사업장 옥석가리기를 통해 PF 시장 연착륙을 추진하겠다는 당국의 구상과 관련해서도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기 전까진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4월 위기설에 선 그은 당국 "옥석가리기 본격화"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전체 금융권의 PF 대출 연체율이 직전 분기 대비 0.28%포인트 상승한 2.70%로 집계되는 등 추이와 관련해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연체율·미분양 주택수 등 부동산 PF와 관련한 주요 지표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타났던 역사적 고점 대비로 매우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말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2.70%)은 앞서 역사적 고점을 기록한 2012년 말(13.62%)과 비교해 10.92%포인트의 격차를 보인다. 높은 연체율로 우려를 사는 증권사(13.73%)·저축은행(6.94%) 역시 역사적 고점인 2013년, 2015년 말엔 62.00%, 36.58%에 달한 바 있다. 미분양 주택도 역사적 고점인 2009년 말엔 16만6000호에 달해 지난해 말(6만2000호)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금융권이 이런 연체율을 감내할 충분한 체력을 갖추고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김병칠 금융감독원 전략감독담당 부원장보는 브리핑을 통해 "그동안 PF 대출에 대해 충당금 적립강화를 주문하면서 고정이하여신 대비 충당금 적립률은 109% 수준으로 높아진 상태고, (연체율이 높은) 저축은행은 약 150%에 육박하는 만큼 완만한 연체율 상승은 우리 금융시스템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원장보는 또 총선 이후 그간 이연된 부실이 터져나올 수 있다는 4월 위기설에 대해서도 "금융권의 PF 대출 만기현황을 보면, (만기가) 연중 특정한 시점에 쏠려있지 않고 골고루 분산돼 있는 만큼 특정 월에 집중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어떤 정치적 일정을 고려해 PF 시장을 관리하고 부실을 이연하는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절차를 밟고 있는 태영건설과 같은 사례가 재등장 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그는 "현재로선 우려를 나타내는 회사(건설사)는 아직 없다"며 "(건설사의) 자금조달, 금리동향 등을 꼼꼼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하면 언제든지 대응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당국은 이에 따라 부동산 PF 시장 연착륙을 위해 사업장별 옥석가리기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당국이 지난해 내놓은 PF 정상화 펀드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PF 대주단 협약 역시 사업장 정상화를 위한 대주단 간 합의에 한계를 갖고 있던 만큼 관련 제도개선을 통해 사업성 있는 사업장은 정상화를, 사업성이 미흡한 사업장은 재구조화나 경·공매 처분을 활성화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김 부원장보는 "현재 시장에서 경·공매가 눈에 띌 만큼 활성화하지 못한 것은 시행사나 채권단이 시장이 바라는 수준보다 높게 가격을 책정하는 사례 때문"이라며 "이에 PF 관련 예상손실을 장부에 반영토록 해 경·공매의 유인을 높일 환경을 조성하고, 그럼에도 경·공매가 활성화하지 못한다면 사업성 평가를 통해 사업성을 재분류하는 등의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착시효과에 건설비 등 비용증가도…쉽지 않아"
다만 금융·건설업권을 중심으론 총선 이후 잠재돼 있는 관련 리스크가 터져나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현재 연체율이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와 그 이후 국면과 대비해 낮은 것은 사실이나, 각종 연착륙 조치로 만기연장이 거듭되면서 착시효과를 일으킨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PF 대주단 협약 등 지난해부터 일련의 연착륙 조치가 이어지면서 아직 인식되지 않은 부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추산된다는 점이 그 근거다. 예를 들어 시행사가 한계 상황에 내몰린 상황이지만, 만기연장을 해 두고 이자는 후취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연장해 위기를 이연하는 사례도 많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4월 위기설은 총선 직후 대규모 부도사태가 난다는 게 아니라, 본격적인 구조조정 등을 기점으로 그동안 미뤄왔던 부실이 하나둘씩 고개를 들 것이라는 의미"라고 짚었다.
역사적 고점 대비 현재 지표가 안정적이란 해석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최근의 금리 인상에 더해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강화된 국내 노동·안전 규제 등으로 건설비가 상승한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한 금융사 고위관계자는 "절대적인 PF 대출 연체율이 당시(2013~2015년) 대비 낮은 건 사실이나, 시장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면서 "당시엔 금리수준도 낮았고, 수요도 있었을뿐더러 건설비 역시 ㎡당 500만원 안팎이었으나 지금은 금리도 높고 수요도 줄어든 데다 건설비는 서울에서도 사업을 포기하는 재건축조합이 있을 정도로 오른 상태다. 평면적 비교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사업성 없는 사업장에 대한 경·공매 처분 등 구조조정 과정이 신속하게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있다. 예컨대 브리지론 단계에 머무른 부실 사업장의 경우 지방에 소재한 경우가 많아 막대한 건설비 등을 고려할 때 사업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경·공매가 진행되더라도 양측 모두 적당한 가격대를 타협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본 PF에 돌입한 사업장 역시 높아진 사업비용과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중·소형 증권사나 여전사 등 일부 금융회사가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은행을 비롯한 다수 금융기관의 경우 그간 쌓은 체력을 바탕으로 감내하겠지만, 규모가 작거나 모회사가 없거나 모회사의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증권사·여전사의 경우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PF 대출이 적지 않은데 현재 대손충당금 수준은 충분하다고는 하나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일부 금융회사는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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