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K반도체 두뇌 쏙 빼간다…삼성전자 이직률, TSMC 2배 [반도체 인재 쟁탈전]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국가 대항전이 되면서 인재 전쟁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195억달러(약26조원)의 미국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인텔이 파운드리(위탁생산)를 키우고 일본과 대만이 합작하면서 ‘설계의 미국, 메모리의 한국, 제조의 대만, 장비의 일본·유럽’ 분업 구조가 깨지자, 미국·일본은 한국의 반도체 인력을 탐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HBM(고대역폭메모리) 핵심 임원이 미국 파운드리 마이크론에 이직하려다 법원 제동에 가로막힌 건 상징적 사건이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애국심 강조를 넘어 인재를 끌어당길 매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韓서 데려온다’, 美 ‘모셔와 따라잡자’
미국의 ‘메이드 인 USA 칩’ 구상에 칩을 만들 인력은 필수다. 미국 정부로부터 27조원 보조금을 수혈받은 인텔은 한국의 파운드리 인재를,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은 세계 1위인 한국의 HBM 인재를 노린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공대 교수는 “삼성·SK하이닉스에서 일하는 제자들이 최근 미국 기업 이직 제안을 받는데, 어린 자녀가 있는 이들은 진지하게 미국 행을 고민하더라”고 말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인재 빼가기에 이어, 미국 기업으로 유출되는 인재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여파는 국내 소재·부품·장비 업체에도 미치고 있다.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삼성·SK 등에 기술지원을 하던 직원이 그대로 이직하는 사례가 늘어, 최근 연봉을 높이고 신규 채용도 늘리는 중”이라 말했다.


대만 반도체 처우 높고, TSMC 이직률은 삼성 절반
대만은 자국의 반도체 기술 인력들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대만 임금 근로자 소득은 한국의 69%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대만 반도체 종사자의 연봉은 최근 5년간 22.9% 증가해 대만 평균(9.3%)을 크게 상회했다. 대만 대표 반도체 기업 미디어텍과 TSMC의 2022년 비관리직 직원 연봉 중앙값은 각각 374만7000대만달러(약 1억6112만 원)과 243만5000대만달러(약 1억471만 원)로 대만 평균의 4~5배 수준이다. 대만의 경제안보를 주도하는 산업다운 처우다. TSMC 석사급 신입 엔지니어 초봉은 8360만원 수준이다. 2018년 대비 2022년 TSMC의 임금은 47% 늘었다.

TSMC 창업자인 모리스 창 박사는 지난해 가을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강연에서 ‘대만이 반도체 강국이 된 이유’에 대해 첫째로 인재, 둘째로는 낮은 이직률을 꼽았다. 대만은 반도체 엔지니어와 생산직들이 보수를 조금 더 주는 다른 직장으로 바로 떠나는 일은 거의 없고 일본도 비슷하다는 것. 창 박사는 “반면 미국 반도체 업계는 이직률이 15~25%로 높다”라며 “이래서는 제조업이 제대로 성공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TSMC와 삼성전자 이직률은 각각 6.7%와 12.9%로(2022년 기준), 삼성전자가 TSMC의 두 배다.
한국, 엔지니어 수명 늘리고 지방 인재 키워야
반면 한국은 공대를 나와 대기업에 가도 40대 중후반이면 밀려난다는 인식이 강하다. IMF 외환위기 때 경험한 대기업 구조조정의 여파는 최근 20년간 ‘공대 기피, 의대 선호’로 이어졌다. ‘후배가 먼저 임원 달면 나가야 한다’는 통념도 뿌리 깊다. 삼성전자에는 연구개발(R&D) 직군의 기술전문가를 임원급으로 대우하는 펠로우·마스터 제도가 있지만 배출된 절대 숫자가 적은 편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국내 반도체 엔지니어 수명이 너무 짧다”며“10년 이상 근무한 연구원을 다시 대학으로 보내 학위를 받게 하거나 신기술을 재교육하는 식으로 활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보상 체계도 다듬어야

한국 기업도 성과 보상을 보다 차등화·정교화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성과급은 0%로 책정됐다. 지금의 투자 계획과 기술 개발이 적어도 2~3년 뒤에나 성과로 반영되는 반도체 산업에서 단순히 사업부 1년 실적에 따라 기계적으로 모든 구성원 성과급이 사라지는 구조가 합당한지에 대한 지적이 최근 삼성 고위 임원들 사이에서도 제기됐다고 전해진다.
현재 삼성전자는 직급별 샐러리캡(상한제)이 존재해 개인이 뛰어난 성과를 내도 장기적으론 상한선에 부딪혀 직원들 보수가 대체로 비슷해지는 구조다. 이에 삼성은 지난 2022년부터 성과를 낸 직원이 연봉 상한선을 초과했을 때 차액을 인센티브 형태로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해 보완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임원을 제외한 일반 직원의 연봉 상한이 존재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삼성전자 임원은 “실리콘밸리 선순환의 핵심은 기술 인재에 대한 확실한 보상인데, 우리 기업들도 직군·직종·성과에 따른 보상을 확실히 차별화해야 장기적으로 인재를 영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서현·이희권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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