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먼 홈런공 맞고도 멀쩡…고척돔 깜짝스타 ‘K전광판’
지난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메이저리그(MLB) 서울시리즈 LA 다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평가전.
1회 초 LA 다저스 프레디 프리먼의 타구가 우중간 담장을 넘어 전광판을 때렸다. 하지만 전광판은 아무런 문제 없이 작동했다. 충격을 견뎌낼 수 있도록 전면부 모듈을 특수 설계한 덕분이었다.
고척돔은 MLB 서울시리즈를 앞두고 모든 걸 바꿨다. 2015년 개장 이후 노후한 시설을 전면 교체했다. 그라운드 및 내부 시설은 물론 조명까지 하나하나 손봤다. 하지만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설치한 ‘쌍둥이 전광판’만은 그대로 유지했다. 가로 28.32m×세로 12m(337.2㎡) 사이즈로 기존 전광판(172.5㎡)의 두 배 가까운 크기로 좌우에 설치된 데다 풀 HD급(1872×800) 화질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프리먼의 홈런 타구 덕분에 견고함까지 입증됐다. 전광판을 제작한 유연길 삼익전자공업 부본부장은 “개발 테스트 당시 피칭머신을 사용해 최고 시속 100㎞까지 충격을 줬는데도 문제가 없었다”고 전했다.
서울시리즈에서도 전광판 하드웨어는 그대로 사용했다. 대신에 노출되는 정보를 표시하는 운영 시스템은 새로 만들었다. MLB 사무국이 KBO리그와 다른 기준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구속을 마일과 ㎞로 동시에 표기했다. 유 이사는 “MLB 운영 프로그램을 국내에 처음으로 적용한 사례였다. 삼익전자가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고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처음엔 MLB 측에서 ‘한국 기업이 할 수 있을까’라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업무 협의를 하면서 개발 노하우에 대한 신뢰를 보여줬다. 개발 완료까지 총 3개월 정도가 소요됐다”고 덧붙였다. 깐깐한 MLB 사무국도 국내 팀과의 평가전을 지켜본 뒤 엄지를 치켜세웠다.
1969년 설립된 삼익전자공업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전광판 전문 제작사다. 55년 동안 직접 개발한 기술력을 세계에서도 인정받았다.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의 홈구장 에티하드 스타디움에도 전광판을 공급했다. 현재 KBO리그가 열리는 9개 구장 중 5곳(잠실·고척·광주·대구·창원)의 전광판을 만들었다. 내년 3월 개장 예정인 대전드림파크에도 전광판을 공급할 예정이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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