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캡틴' 손흥민의 선제골...한국, 태국과 충격적 1-1 무승부 [현장리뷰]
(엑스포츠뉴스 서울월드컵경기장, 김환 기자) 빛바랜 손흥민의 선제골이었다. 한국이 손흥민의 선제골에도 불구하고 태국을 상대로 승리하지 못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태국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손흥민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후반전 태국에 동점골을 내주며 1-1로 비겼다.
이날 원정석을 포함해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전석 매진되면서 팬들의 뜨거운 열기를 자랑했다. 추운 날씨 속에도 64912명이 경기장을 채운 가운데 한국은 '구름 관중'이 모인 상암벌에서 태국을 상대로 승점 3점을 획득하는 데 실패했다.
앞서 대표팀은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시절 치른 싱가포르전과 중국전에서 2연승에 성공하며 승점 6점을 획득, 조 1위에 올라 있었다. 조 2위 태국과의 경기에서 승리해 격차를 벌리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이날 무승부에 그치며 승점 1점 획득에 만족해야 했다.
황선홍 감독은 4-2-3-1 전형을 선택했다. 조현우 골키퍼가 골문을 지킨 가운데 김진수, 김영권, 김민재, 설영우가 수비진을 이뤘다. 허리에는 황인범과 백승호가 섰고, 2선에는 '캡틴' 손흥민과 함께 정우영과 이재성이 배치됐다. 최전방에는 최고령 국가대표가 된 주민규가 공격을 이끌었다.
태국도 4-2-3-1 전형으로 맞섰다. 태국의 이시이 마사타다 감독은 파티왓 캄마이 골키퍼에게 골문을 맡겼다. 티라톤 분마탄, 수판 통송, 판사 헴비분, 니콜라스 미켈손이 수비진을 구성했다. 허리에는 위라템 폼판과 피라돈 참랏사미가 배치됐다. '태국 메시' 차나팁 송크라신과 자로엔삭 웡고른, 수파촉 사라찻이 2선에서 공격을 지원했다. 수파차이 자이디드가 최전방에서 한국의 골문을 노렸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명단이 발표될 때부터 경기장에 모인 6만여명의 팬들은 선수들을 향해 환호를 보냈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강인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날 이강인은 선발이 아닌 교체 명단에 포함됐지만 팬들은 이강인의 이름이 불리자 환호했다.
팬들이 환호만 한 건 아니었다. 환호에 이어 팬들의 분노가 섞인 목소리가 경기장에 울려퍼졌다. 바로 정몽규 회장을 향한 분노였다.
붉은악마가 위치한 N석에서는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KFA의 수뇌부를 저격하는 걸개가 올라왔다. "KFA는 정몽규의 소유물 X", "몽규 OUT!", "몽규가 있는 축협에는 미래가 없다" 등의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팬들은 걸개와 함께 "정몽규 나가!"를 외쳤다.
팬들은 경기가 시작된 이후에도 종종 "정몽규 나가!"를 외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낼 때를 제외하면 팬들은 계속해서 정몽규 회장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KFA, 특히 정몽규 회장을 향한 분노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팬들의 목소리였다.
◆ 손흥민, 124번째 A매치 '자축'...한국, 손흥민 선제골로 1-0 리드
전반전은 태국의 선축으로 시작됐다. 태국은 전방으로 긴 패스를 보냈지만 한국이 강한 압박과 협력 수비로 뺏어냈다. 태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당초 수비적인 운영을 할 거라고 예상됐던 태국은 경기 초반부터 라인을 높게 올려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경기 초반부터 아찔한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설영우가 상대 공격수와 경합하는 과정에서 어깨가 탈구됐다. 기존에 습관성 탈구로 인해 고생하던 설영우에게 부상 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설영우는 의료진과 함께 잠시 경기장에서 빠졌고, 김문환이 몸을 풀었다. 다행히 설영우가 다시 경기장으로 들어오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태국이 밀어붙였다. 태국은 전반 5분 프리킥으로 한국의 골문을 위협한 데 이어 조현우가 쳐낸 공을 잡은 참랏사미가 다시 한번 슈팅을 시도했지만 한국 수비가 몸을 던져 막았다. 이어진 코너킥에서 나온 태국의 슈팅은 빗나갔다.
한국은 측면을 통해 반격에 나섰다. 전반 7분 김진수가 침투하는 이재성을 향해 깊게 찔렀지만 패스가 길었다.
전반 초반 태국의 공격이 상당히 거셌다. 전반 8분 한국이 또 태국에 위협적인 슈팅을 허용했다. 후방 빌드업 도중 백승호가 터치 실수를 범해 상대에게 공이 넘어갔고, 자이디드가 먼 거리에서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지만 조현우가 뛰어올라 쳐냈다.
한국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전반 11분 이재성의 패스가 주민규에게 연결되면서 역습을 펼치려고 했으나 상대 수비수가 거친 태클로 주민규를 저지했다. 주민규는 통증을 호소했고, 주심은 태클을 시도한 통송에게 경고를 줬다.
태국은 대표팀 핵심 송크라신을 중심으로 공격에 나섰다. 송크라신은 공 간수 능력을 앞세워 후방부터 공을 몰고 올라가려 했으나 한국의 압박 수비를 넘지 못했다.
초반부터 밀리던 한국은 세트피스로 분위기 전환을 노렸다. 전반 18분 김진수의 코너킥을 이재성이 다이렉트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수비 맞고 나왔다. 두 번째 코너킥에서는 유효타를 입히지 못했다.
한국이 절호의 찬스를 놓쳤다. 전반 19분 정우영이 내준 패스를 받은 황인범이 왼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고, 이를 태국 골키퍼가 확실하게 처리하지 못해 앞에 있던 주민규에게 향했다. 주민규는 곧바로 슈팅을 때려봤지만 몸의 밸런스가 무너진 탓에 확실하게 임팩트를 하지 못했다.
기회를 살리지는 못했으나, 위협적인 찬스로 분위기를 가져온 한국은 후방에서부터 천천히 공을 돌리며 빌드업을 했다. 하지만 태국이 수비 상황에서 라인을 낮게 내리고 촘촘한 수비 간격을 유지한 탓에 상대 진영에서 공격을 전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태국은 전반적으로 수비에 집중하는 듯했으나, 공격 시에는 진형을 순식간에 넓히면서 빠른 역습을 시도했다. 또한 한국이 공을 돌리면서 기회를 엿보자 패스길을 막으며 한국의 패스 선택지를 줄이는 모습도 있었다.
이에 한국은 측면에서 이재성, 정우영, 황인범의 개인 능력으로 한 차례 기회를 만들려고 했다. 전반 25분 황인범의 왼발 크로스가 반대편에 있던 손흥민에게 향했으나 약간 길었다. 황인범은 전반 27분에도 슈팅으로 골문을 노려봤지만 이번엔 수비에게 막혔다.
황인범이 계속해서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줬다. 전반 28분 박스 앞에서 슈팅 페이크를 시도한 황인범은 상대의 파울을 유도하며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키커는 손흥민과 김진수.
손흥민이 한 차례 예리한 슈팅을 시도했다. 전반 31분 손흥민이 골문 오른편 하단 구석을 바라보고 슈팅했지만 태국 골키퍼가 손끝으로 쳐냈다.
한국의 공격이 계속됐다. 전반 32분 측면에서 공을 끊어낸 뒤 이재성이 문전으로 낮게 깔리는 크로스를 보냈고, 주민규가 공을 향해 쇄도했으나 태국 수비가 걷어낸 탓에 슈팅으로 이어가지는 못했다. 한국은 이후에도 높은 라인을 유지한 채 높은 위치에서 공을 탈취하려고 했다.
한국이 아쉬움을 삼켰다. 전반 37분 전방에서 손흥민, 이재성, 주민규가 연계로 상대 수비를 벗겨낸 끝에 이재성이 내준 공을 손흥민이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손흥민의 슈팅은 골문 위로 크게 벗어났다.
계속 두드리던 한국이 마침내 선제골을 터트렸다. 해결사는 주장 손흥민이었다.
전반 42분이었다. 측면 돌파에 성공한 이재성이 골문 앞으로 컷백 패스를 내줬다. 이를 침투하던 손흥민이 방향만 바꾸는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태국 골망을 갈랐다. 손흥민이 자신의 124번째 A매치에서 터트린 45호골.
손흥민은 득점 이후 관중석으로 다가와 포효했다. 이후 동료들과 선제골의 기쁨을 나눈 뒤 자신의 시그니처 세리머니인 '찰칵 세리머니'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터트린 45번째 골을 기념했다.
손흥민의 선제골을 기점으로 한국이 더욱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한국은 추가골을 바라보며 태국 수비를 공략하기 위해 시도했다. 태국은 한국의 거센 공격에 수비라인을 낮게 내릴 수밖에 없었다.
전반전 추가시간은 2분. 한국은 추가골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반 추가시간 2분 역습 찬스와 정우영의 슈팅 모두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전반전은 한국이 리드한 채 1-0으로 끝났다.
◆ 매서웠던 태국의 반격...한국, 결국 홈에서 태국과 1-1 무승부
한국과 태국 모두 변화 없이 후반전을 시작했다. 선제골로 기세를 탄 한국이 후반전 초반부터 경기를 주도했다. 전반전 초반과 다른 양상이었다. 후반 6분 정우영이 박스 안에서 공을 터치하며 좋은 기회를 잡았으나 득점에는 실패했다.
한국이 땅을 쳤다. 후반 8분 빠르게 공격을 전개하는 상황에서 정우영의 슈팅이 나왔지만 정우영의 슈팅은 골키퍼 손에 맞고 골대를 강타했다. 득점은 기록하지 못했으나 후반전 초반 경기 분위기를 한국이 휘어잡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태국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빠르게 교체를 준비했다. 후반 13분 자로엔삭 웡고른이 나가고 수파낫 무에안타가 들어왔다. 무에안타는 투입 직후 동료의 패스를 받아 한 차례 크로스를 시도했으나 김민재가 걷어냈다.
하지만 태국의 득점 의지는 강했다. 결국 한국은 태국에 동점골을 실점하고 말았다.
후반 16분 오른쪽 측면에서 미켈손이 시도한 슈팅이 낮은 크로스처럼 골문 앞으로 향했고, 이를 교체 투입된 무에안타가 밀어 넣었다. 한국은 동점골 실점 이후 주민규와 정우영을 홍현석, 이강인으로 바꿨다.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로 올리겠다는 생각이었다.
한국은 다시 리드를 가져오기 위해 힘을 쏟았다. 후반 19분 선제골의 주인공 손흥민이 태국 박스 오른편에서 왼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두 번째 득점을 노렸지만 골키퍼에게 막히며 무산됐다.
또다시 해결사로 손흥민이 나서는 듯했으나, 이번에는 오프사이드에 걸리고 말았다. 후반 24분 왼쪽 공간을 파고든 홍현석이 긴 패스를 받아 문전으로 향하는 손흥민에게 내줬고, 손흥민이 이를 밀어 넣었지만 홍현석이 공을 받을 때 이미 상대 수비 뒤에 있었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한국이 계속 두드렸다. 후반 26분 이강인이 손흥민에게 가볍게 공을 내줬고, 손흥민이 오른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노렸으나 손흥민의 슈팅은 수비에 맞고 나갔다. 그사이 한국은 조규성과 이명재를 준비시켰다.
세 번째, 네 번째 교체카드였다. 후반 28분 이재성과 김진수를 대신해 조규성, 이명재가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명재와 조규성은 전방과 측면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며 공격에 힘을 더했다.
태국의 동점골 이후에도 한국이 주도하는 그림이었지만, 태국이 낮은 위치에서 타이트하게 수비한 탓에 한국이 수비를 쉽게 열지 못했다. 몇 차례의 중거리 슈팅이 나오기는 했으나 태국의 수비벽을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이 다시 한번 머리를 감싸쥐었다. 후반 43분부터 계속 몰아쳤지만 한국의 공격 시도가 모두 태국 골키퍼의 선방쇼에 막혔다. 손흥민의 컷백 패스를 받은 홍현석의 슈팅, 이어진 코너킥에서 김영권이 몸으로 밀어넣은 공 모두 태국 골키퍼가 막았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후반 45분 백승호의 슈팅마저 골문을 외면했다.
후반 추가시간은 6분이 주어졌다. 여전히 한국이 공격하고 태국이 막는 흐름이었다. 한국 팬들은 끝까지 선수들을 위해 응원을 펼쳤다. 후반 추가시간 4분 조규성의 헤딩이 나왔으나 골문 위로 향했다.
한국은 마지막까지 공격의 고삐를 당겼지만 결국 다시 리드를 가져오는 데 실패했다. 결국 전반전에 터진 손흥민의 선제골은 빛바랜 득점이 되고 말았다. 한국은 26일 태국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에서 열리는 4차전에서 다시 승리를 정조준한다.
사진=서울월드컵경기장 고아라 기자, 대한축구협회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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