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만의 섬에 갇힌 사람들… 난민 문제 위선 들춰낸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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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이야기와 높은 문학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어떻게 함께 달성할 수 있을까.
이번에 국내 소개된 클로델의 장편 '아직 죽지 않은 자들의 섬'은 난민 문제를 그려낸 우화로 타인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 증오, 무관심 등을 폭로한다.
또 "세계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그 여파는 어느 나라에나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한국에도 난민들이 몰려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인들도 한 번쯤 상상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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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프 클로델 지음, 길경선 옮김
은행나무, 248쪽, 1만6800원
중요한 이야기와 높은 문학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어떻게 함께 달성할 수 있을까. 프랑스 소설가 필리프 클로델(62·사진)이 하나의 모범이 될 수 있다. 그는 지난 25년간 이민자 등 사회 문제를 다루면서 프랑스 최고 권위의 공쿠르상을 비롯해 여러 문학상을 받았다.
이번에 국내 소개된 클로델의 장편 ‘아직 죽지 않은 자들의 섬’은 난민 문제를 그려낸 우화로 타인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 증오, 무관심 등을 폭로한다. “증오는 당신의 양식이고, 무관심은 당신의 나침반이다.”
소설의 무대는 지중해 한 가상의 섬이다. 어느 날 해변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신 세 구가 발견되면서 작고 평온하던 마을은 격랑에 휩싸인다. “그것은 흑인 남자 셋의 시체였다.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단출한 차림에 맨발인 그들은 얼굴을 모래에 묻은 채 잠든 것처럼 보였다.”
소설의 도입부는 지난 2015년 전 세계를 슬픔에 잠기게 한 사진 한 장을 떠올리게 한다. 가족과 바다 건너 유럽으로 가려다 배가 뒤집혀 익사한 채 터키의 해변으로 밀려온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이 그것이다. 이 비극적 사진은 난민 수용에 부정적이던 유럽의 여론을 바꿔 놓았다. 하지만 쿠르디의 죽음은 빠르게 잊혔다. 유럽에서 난민은 다시 배척되고 있다.
클로델은 소설을 통해 다시 난민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지난 19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유럽인들은 국경을 폐쇄한 채 삶이 그대로 유지될 거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면서 “작가의 역할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설은 자신들만의 작은 섬에 갇혀 사는 사람들이 외부에서 흘러온 시신에 대해 보이는 제각각의 반응들을 묘사하면서 타자를 대하는 인간 본성의 어둡고 복잡한 측면을 드러낸다. 이 섬은 난민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에 떠는 유럽, 타자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는 세계의 모습과 겹친다.
클로델은 “타인은 적이고 위협요소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타인이 위협이 아니라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걸, 서로가 섞여서 더 풍부해진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세계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그 여파는 어느 나라에나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한국에도 난민들이 몰려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인들도 한 번쯤 상상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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