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불평등’ 남녀간 부의 격차 또 다른 원인
셀린 베시에르·시빌 골라크 지음, 이민경 옮김
아르테, 372쪽, 2만9800원
남성과 여성의 부는 평등하지 않다. 프랑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 간 부의 격차는 1998년 9%였고 2015년 16%로 늘어났다. 성별 부의 격차는 그동안 주로 소득불평등이란 측면에서 분석돼 왔다. 여성은 소득이 적은 일자리에 종사하고 가사, 양육, 돌봄 등 무료 노동을 맡는 경우가 많다. 또 동일 업종이나 직장에서 동일 노동을 하더라도 남성보다 임금이 낮은 경우가 많다.
프랑스의 두 여성 사회학자가 쓴 ‘자본의 성별’은 성별 부의 격차를 낳는 또 다른 원인을 드러낸다. 바로 자산불평등이다. 자산은 저축을 하거나 상속을 받는 방법으로 형성되는데, 프랑스 내 개인들이 보유한 사적 자산에서 상속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대에 60%를 차지한다.
이혼은 부부의 공동자산을 나누는 과정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개인의 자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프랑스에서 이혼율은 50% 선이다. 저자들은 상속과 이혼이라는 자산 형성의 결정적 과정에서 가족자산이나 부부자산이 주로 남성에게 넘어가며, 이것이 남녀간 부의 격차를 낳는 또 하나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먼저 상속을 보자. 저자들은 프랑스의 여러 가족을 대상으로 상속 사례를 조사하는데, 가족 내에서 특히 남성을 상속자로 정해 기업체, 주택, 토지 등 핵심 자산을 물려주는 경우를 다수 확인한다. 한 빵집 주인은 아들에게 빵집과 제과점의 영업권을 승계한다. 이 영업권의 가치는 약 5만∼10만 유로에 달하지만, 자녀들이 함께 나눠야 할 상속자산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상속에서는 ‘성별화된 자산 분배’가 이뤄지며, 특별한 재산을 물려받지 못한 자녀들은 일반적으로 현금으로 보상을 받는다. 상속 분쟁을 벌인다고 해도 여성은 가진 자본이 적기 때문에 중도 포기하거나 패배하기 쉽다. 상속은 남성을 더 부유하게 하고 여성을 더 가난하게 만든다. 이혼도 마찬가지다. 저자들은 이혼에 대한 사법적 처리 사례와 절차를 들여다보며 이혼의 경제적 측면을 탐구한다.
결혼 후 일군 모든 재산은 기본적으로 부부의 공동재산으로 양측이 균등한 지분을 가진다. 하지만 남편과 함께 부동산을 소유했던 많은 여성은 전남편에게 집을 내주고 한 푼도 못 받거나 현저히 적은 금전적 보상을 받으면서 결혼 생활을 종료한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부부의 이혼에서 보듯 부부가 함께 일군 기업이라고 해도 기업이 여성의 몫이 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책은 가족자산을 평가하는 공증사무소, 분배를 결정하는 재판부, 분배 합의를 끌어내는 이혼 법률사무소 등을 조명하면서 부부 공동자산이 여성에게 불리하게 분배되는 관행을 폭로한다. 여성의 자산 기여는 낮게 평가되며, 남성은 자산을 숨기기도 한다. 판사나 변호사는 합의를 위해 주로 여성에게 희생을 요구한다. 저자들은 “가족 관련자들 간의 경제적 이전에는 성차별적 사고가 가득 차 있고, 그것은 공증인과 변호사의 회계 방식에 내재해 있으며, 이 회계를 통해 은폐되거나 법적으로 정당화된다”고 비판한다.
여성들은 가족자산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권리를 주장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기업인, 자영업자, 상인, 농부의 아내, 딸 자매 중 많은 사람이 이혼이나 상속 시기에 가족의 자산 규모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이혼과 상속이라는 순간을 맞는다. 그리하여 자신들이 알지 못하고 인정받기 어려운 부의 권리를 주장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그렇게 해서 여성들은 재산권에서 배제된다.”
여성은 재산이 적고 자녀를 책임져야 할 가능성이 커 결혼 생활이 파탄에 이르면 경제·주거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의 통계조사들은 여성들이 이혼한 후에 평균적으로 매우 낮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남성들은 생활 수준이 안정적이거나 오히려 향상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저자들은 “이혼의 증가는 여성들이 재산 축적 및 전달 과정에서 피지배자로 자리매김하게 한다”고 말한다.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을 통해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소득보다 자산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이 책은 여성의 경제적 열세가 소득 때문만이 아니라 자산 불평등 때문이라는 걸 알려준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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