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과 신여성이 동업한 경성카페 속 망국의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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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경성 한복판에 조선인이 만든 서양식 카페 '카카듀'가 들어선다.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은 영화인 이경손과 베일에 감춰진 신여성 현앨리스다.
이경손은 자신만의 명작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현앨리스는 가부장적 사회에 반기를 든다.
주인공 이경손과 현앨리스를 비롯해 나운규, 김명순 등 당대의 문화 예술인들이 소설 속에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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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련 지음
안온북스, 360쪽, 1만6800원
3·1운동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경성 한복판에 조선인이 만든 서양식 카페 ‘카카듀’가 들어선다.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은 영화인 이경손과 베일에 감춰진 신여성 현앨리스다. 젊은 예술인들이 모여 문학과 영화, 사랑과 시대를 논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카페에선 사실 비밀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박서련의 새 소설 ‘카카듀’는 일제강점기의 엄혹한 현실을 살아낸 청년들이 건네는 뜨거운 안부다. 소설 속 청년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렵고, 어떻게 살아도 제대로 사는 것 같지 않다. 어두운 세상이 더 나은 쪽으로 바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식민지의 예술가들은 애처롭고 불안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이경손은 자신만의 명작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현앨리스는 가부장적 사회에 반기를 든다. 이 소설은 당시 경성의 청년 예술가, 보헤미안, 코뮤니스트들의 이야기다. 동시에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현실을 어떻게 견뎌야 하는지 넌지시 알려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는 한 줄의 역사적 사실로부터 서사를 길어 올렸다. 박서련은 짧은 기록들의 빈칸을 상상력으로 채웠다. 주인공 이경손과 현앨리스를 비롯해 나운규, 김명순 등 당대의 문화 예술인들이 소설 속에 등장한다.
이경손의 행적을 따라가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는 의관의 집에서 태어나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식민지 현실에 방황하고 결국 예술가의 길을 선택한 인물이다. 독립운동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타협하기도 한다. 예술가로서 실패를 반복하며 불안감도 느낀다.
현앨리스의 삶은 이경손만큼 자세히 밝혀져 있지는 않다. 하와이에서 태어나 미국 여권을 먼저 얻었고, 미옥이라는 이름 전에 앨리스라는 이름을 가졌다. 목사 출신으로 독립운동에 투신한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작가의 말에서 박서련은 “허구적 재현이 역사가 미처 포착하지 못한 진실에 스칠 때가 있다고 믿는다”며 “허구인 동시에 진실의 가능성을 내포하는 양가적 상태는 이러한 믿음 위에서 비로소 가능하다”고 밝혔다. 박서련은 장편소설 ‘체공녀 강주룡’ ‘더 셜리 클럽’ ‘프로젝트 브이’, 소설집 ‘호르몬이 그랬어’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더 잘하는 게임’ ‘나, 나, 마들렌’ 등을 썼다. 한겨레문학상,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등을 받았다.
임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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