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일하고 3주 자리 비운다? 이종섭 '공무상 귀국' 규정 논란

박현주, 김하나 2024. 3. 21.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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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가 21일 귀국한 이종섭 주호주 대사와 관련해 "다음주 열리는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 참석을 위해 공무 목적으로 귀국했다"며 "공무로 귀국할 경우 체류 기간에 제한이 없으며 현재까지 귀국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무에 해당하는 회의가 시작하는 25일보다 나흘 앞서 전격 귀국한 데다가 이 대사 스스로도 회의 종료 뒤 국내에 더 머무를 의사를 밝혔다. 총선까지 염두에 두고 장기 체류할 경우 공무상 귀국으로 인정해야 할지를 두고서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는 모습. 공동취재단. 연합뉴스.


"회의 외 기간은 추후 판단"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 기간에는 이 대사가 공무 목적으로 온 것이 되고, 그 외의 기간은 업무의 성격과 일정에 따라서 공무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가 전날 발표한 6개국 공관장 회의는 오는 25일부터 열리며 회의와 현장 시찰 등을 며칠에 걸쳐 진행하는데 사실상 다음주 내내 관련 일정이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이 대사는 이날 입국 길에 취재진과 만나 다음주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에 참석한 뒤 "그 다음주에는 한·호주 간에 계획돼 있는 '외교·국방 장관 2+2 회담' 준비와 관련한 업무를 많이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4월 첫째 주까지는 국내에 머무르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다.


'공무' 적용·사전 허가 여부 함구


지난 10일 부임한 이 대사가 일각의 추측대로 총선(다음달 10일) 때까지 체류한다면 11일 간 근무하고 최소 3주 간 자리를 비우는 게 된다. 이 중 공지된 일정은 25일부터 열리는 방산 협력 공관장 회의가 전부다.

쟁점은 ▶이 대사가 회의 개최 전 미리 귀국한 나흘에 대한 '공무' 적용 여부 ▶회의 후 국내에 체류할 경우 해당 기간에 대한 '공무' 적용 여부 ▶회의 외 기간 체류에 대한 외교부 장관의 사전 허가를 받았는지 여부다. 공관장회의 참석의 경우 이미 장관의 복귀 명령을 받은 것이라 별도의 허가가 필요 없지만, 그 외 기간은 상황이 다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 대사의 공관장 회의 이후 활동에 대해 공무인지 아닌지는 개별 내용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는 이 대사의 추가 국내 체류 기간에 대한 공무 적용 여부를 '사후적'으로 판단하겠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장관의 허가를 의무화한 복무규정의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종섭 호주대사가 2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에 답하는 모습. 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이 당국자는 "통상 공관장 회의 참석차 공무로 (추가) 인정받는 기간은 회의 전후로 하루 정도"라고만 설명했다. 이 대사는 회의 기간에는 외교부가 제공한 숙소에 머무르는데, 그 외 기간에 무엇을 하며 어디로 출근하는지 외교부도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요 회의 앞두고 호주 대신 서울행


게다가 이 대사가 추가 국내 체류의 명분으로 꼽은 '한·호주 외교·국방 2+2' 회의는 올해 관례상 호주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호주를 번갈아 열리는데 앞선 2021년 회의가 서울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주재 대사가 현지에서 한창 행사를 준비해야 할 시기에 귀국한 데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아직 이 대사가 현지에서 신임장을 제정하지 않은 상황이라 본격적으로 외교 활동을 하는 데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앞서 이 대사가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도 받지 않고 호주로 떠난 데 대한 비판이 일었을 때 외교부가 내놓은 설명과는 모순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 대사 출국 이튿날인 지난 11일 기자들과 만나 "신임장 사본만 제출해도 대부분의 일반적인 외교 활동은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종섭 주 호주대사가 21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이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홍익표 원내대표. 김현동 기자.


이 대사가 부임 직후부터 대사관을 상당 기간 비우는 데 대한 비판도 쏟아진다. 실제 공관장의 귀국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뤄진다. 공무 외 사유일 경우 직계 가족이 사망하거나 위독한 경우, 본인이나 가족이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교부 장관의 별도 허가가 필요하며 이 또한 연 1회, 20일 이내로 한정돼 있다.


'공무 외' 간주하더라도 문제


이 대사가 국내에 3주 간 머물 경우 회의 기간 약 4~5일을 빼면 20일이라는 예외적 귀국 허가 기간을 거의 소진하게 된다. 이 대사는 앞서 "언제든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조사를 받으러 귀국하겠다"고 밝혔는데, 재외공관장은 사실 이조차 엄격한 제한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공수처 소환조사를 위해 귀국하는 건 공무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대사의 귀국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적 자원 낭비에 대한 비판도 여전히 거세다. 이 대사가 지난 10일 인천-호주 브리즈번으로 출국한 뒤 21일 호주 캔버라-싱가포르-인천으로 귀국하는 항공권은 비즈니스 클래스를 기준으로 도합 1000만원에 육박한다.

한편 이 대사의 전격적인 귀국에 대응해 공수처의 사전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 공수처는 기초 조사도 끝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대사의 국내 체류 기간 그를 부르더라도 수사를 마무리짓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비판이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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