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조수진 심각히 보고있다, 오늘 중 결론"…공천취소 건의도

강보현 2024. 3. 21.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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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더불어민주당 강북을 후보. 뉴스1

조수진 서울 강북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과거 성범죄 가해자 변호 이력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여성단체에 이어 야권에서도 공천 취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법연수원 35기 출신인 조 변호사를 둘러싼 논란은 자신이 운영하던 블로그에서 촉발됐다. 그가 가해자에게 ‘강간통념’(여성이 거절 의사를 표해도 실제 관계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통념) 개념을 활용하라고 조언한 사실을 스스로 블로그에 올린 것이다. 해당 블로그에는 10세 아동의 성 착취물을 제작한 사건의 변호를 맡으며 집행유예 판결을 끌어냈다는 홍보를 포함해, 가해자에게 처벌을 감경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글이 다수 발견됐다.

실제 조 변호사가 법정에서 성범죄 사건을 다수 맡은 사실도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조 변호사는 지난해 초등학교 4학년 여야를 성폭행해 징역 10년을 받은 체육관 관장을 변호했다. 당시 조 변호사는 재판에서 “다른 성관계를 통해 성병에 감염될 수 있다”며 피해 아동의 아버지가 가해자일 가능성까지 언급했다고 한다.

2022년 30대 여성 환자를 성폭행한 한의사를 변호한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진료실 내 간호사 등에게 알리지 않는 등 ‘피해자다움’이 부족하다는 논리를 내세워 변호했다. 이 밖에도 술에 취한 19세 여성을 성폭행한 남성, 여성 208명의 몰카를 찍고 음란물 사이트에서 촬영물을 다운로드 받은 남성 등 적지 않은 성범죄 가해자를 변호하는 역할을 맡았다. 조 변호사는 지난 20일 입장문을 내고 사과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페이스북에 “성범죄가 민주당을 나락으로 가게 했는데, 이번 공천에서도 그 나락의 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N번방 사건을 고발한 ‘추적단 불꽃’ 출신이다. 그는 “조 변호사 공천을 취소하는 것이 우리 당을 위하는 길”이라고 했다. 장혜영 녹색정의당 의원도 “성범죄자 감형이 더불어민주당 여성인권정책의 방향이냐”고 따져 물었다.

앞서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진 사실도 뒤늦게 공개됐다. 21일 복수의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한 여성 초선 의원은 서울 강북을 결선이 진행 중이던 지난 17일 의원단 전체 텔레그램 대화방에 과거 조 변호사가 성범죄 가해자를 다수 변호했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이력이 우려스럽다”는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이에 다른 의원이 “좋은 일도 많이 했다”며 옹호하기도 했다.

앞서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19일 “조 변호사의 행보는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 그중에서도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에게 또 다른 올가미를 씌우는 것”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같은 날 여성 주권자 행동 ‘어퍼’도 “강간 통념, 피해자다움에 관한 편견은 성범죄 가해자 처벌을 가볍게 하고 피해자 피해 회복을 어렵게 한다. 이런 통념과 편견을 활용할 것을 적극 조언하는 인물은 국민의 대표가 될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변호사가 노동자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를 변호한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법조계에 따르면 조 후보는 2020년 노동자 수십 명의 임금 약 11억 원을 체불한 제조업체 사업주의 항소심 변호를 맡았다.

광주를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1일 조 변호사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고 “국민께서 판단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오히려 “국민의힘 후보 중에 별 해괴한 후보가 많다”며 “국민의힘은 부동산 투기, 막말을 잘해야 인정받는 것 같다. 그런 후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 밤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조 변호사 문제를 심각하게 들여다 보고 있고 내일 중 결론이 날 것”이라고 기류를 전했다. 일부 민주당 수도권 의원들은 조 변호사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며 공천 취소를 당 지도부에 건의했다고 한다.

한편 민주당 일각에서는 “22대 국회에서 여성 인권을 대변할 의원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여성계를 대변해 온 권인숙·김상희·정춘숙 의원이 모두 친명계 후보와의 경선에서 패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젠더가 있어야 할 자리에 팬덤만 남았다”고 말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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