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모 증후군을 조심하세요 #돈쓸신잡 142
포모라는 악령이 다시 대한민국을 뒤덮었다. 포모(FOMO)는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다. 직역하면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부동산 시장이 뜨거울 때 '벼락거지'라는 신조어가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것 역시 포모 증후군의 대표 사례다.
현재 대한민국에 다시 포모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비트코인 때문이다. 비트코인에 대한 찬반 논란은 여전히 뜨겁지만, 어쨌든 미국은 비트코인을 제도적으로 받아들였다. 미국이 움직이면 다른 나라들도 움직일 수밖에 없고, 그 결과 비트코인은 점점 자산의 한 종류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그것이 비트코인이든 주식이든 혹은 부동산이든 '이거 안 사면 나만 거지 되는 것 아닌가?'라는 마인드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다. 왜냐면 투자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베스트먼트(investment)이지, 베팅(betting)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들이 다 하니까' '나만 안 하면 손해 볼 것 같으니까' 이런 생각으로 어딘가에 돈을 던지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베팅이다.
이처럼 같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투자자의 퀄리티는 다를 수밖에 없다. 당연히 조정기 없이 무조건 오르기만 하는 자산은 없는데, 비트코인은 더더욱 그렇다. 그 어떤 자산보다 변동성이 극심하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고 다시 또 몇 년간의 지루한 조정기를 거치게 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이런 상황이 오면 초조함에 떠밀려 투자한 사람들은 웬만하면 못 버티고 나가떨어지게 된다.
반면 주식과 코인은 어떤가. 굳이 빚을 내야만 투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일반인이 압구정 아파트에 쉽게 투자할 수 없지만, 적어도 세계 최고의 기업인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엔 투자할 수 있다. 월급 중 일부만 떼어내도 세계 최고 기업의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
하지만 포모 증후군에 떠밀린 사람들은 한 방에 역전하고 싶은 초조함 때문에 결국 빚까지 내서 주식이나 코인을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최근 투자 커뮤니티를 보면 "마통 뚫어서 비트코인 사도 될까요?"라는 질문이 꽤 많이 올라온다. 최근엔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관련 테마주들까지 급등하면서 이런 주식을 빚내서 투자하는 사람이 확 늘기도 했다.
중간중간에 차익실현을 할 기회가 오더라도 좀처럼 하기 어렵다. 왜냐면 이렇게 위험한 방식으로 투자하는 것 자체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여윳돈으로 투자하는 것과 비교해서 빚까지 내서 투자를 하면 어떤 식으로든 짜릿한 건 맞다. 그 과정에서 우리 뇌에선 도파민이 과다 분출하게 된다. 점점 뇌는 즉각적인 보상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찌들게 되고, 그 결과 위험한 베팅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투자가 아니라 위험한 게임을 하는 것이다. 요즘처럼 포모라는 악령이 활개 치는 시기엔 가급적 몸을 사리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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