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사건 항명 재판’ 박정훈 측 “이종섭 증인 신청해 재판 세울 것”

이유정 2024. 3. 2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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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오른쪽)이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출석하기 전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해병대 채모 상병의 순직 사건과 관련해 군 수뇌부의 지시를 어기고 조사 기록을 경찰에 넘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대령) 측이 21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현 호주 대사)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령은 이날 오전 서울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상관 명예훼손·항명 혐의 군사재판의 3차 공판에 출석했다. 그는 법원에 들어서기 전 해병대 예비역 지지자들과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소장 등 수십 명과 함께 현수막을 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대령의 변호를 맡은 김정민 변호사는 “변호인 측의 신청 증인 1번은 이종섭 국방 장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물어야 할 것들이 분명히 있다. 당연히 법정에 세워야 하고 이 재판에 부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나오지 않을 이유도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 옆에 서 있던 박 대령은 기자들의 질의에는 답하지 않았다.

박 대령 측은 지난해 7월 말 채상병 사건과 관련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관련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이종섭 장관을 비롯한 당시 군 수뇌부가 경찰로의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한 것이 수사 외압(직권남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박 대령 측이 증인 신청을 한다 해도 이 대사가 실제 증인으로 채택될 지는 미지수다. 증인 채택 여부는 변호인·검사의 신청에 따르거나 재판부가 직권으로 결정할 수도 있다. 앞서 군 검찰은 수사 외압 주장으로 박 대령이 이 대사의 명예를 훼손했으며, 이 대사는 피해자라는 입장이었다. 증인 채택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종섭 주한호주대사가 2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공항을 떠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이날 공판에는 김화동 해병대 사령관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화동 실장은 지난해 7월 31일과 8월 1일 김계환 사령관이 주재한 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당시 이종섭 장관의 지시에 따라 채 상병 순직 사건 기록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한 김 사령관의 결정에 “강압이나 회유는 없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김 실장은 “8월 2일 수사단장(박 대령)이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는 것을 알고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고, 지휘관(김계환 사령관)으로선 사건의 이첩을 보류하라는 국방 장관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 한 게 돼 난처한 상황이 됐다’고 생각했다”면서 “김 사령관에게 수사단장의 직무를 정지하시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그 무렵 김 사령관과 박 대령, 방첩부대장 등이 함께 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 박 대령이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강한 불만을 털어놨다고도 전했다. 그는 “(박 대령이)임 사단장은 매번 잘 빠져나가는데 이번에는 가만두지 않겠다. 처벌 받게 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말했다.

채 상병은 지난해 7월 경북 예천군에서 실종자 수색 작전 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다. 박 대령은 관련 사건의 수사단장을 맡아 임성근 1사단장 등 8명에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8월 2일 경북경찰청에 사건을 인계했다. 그러나 국방부 군 검찰단은 하루 만에 이첩 자료를 회수하고, 박 대령을 보직 해임한 뒤 항명죄로 입건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후 법률 검토를 거쳐 “인과 관계성이 있는 대대장 2명에게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결론을 내린 뒤 사건을 다시 경찰로 넘겼다.

국방부는 박 대령이 채 상병 관련 조사와 관련해 “법리적으로 무리한 결과를 밀어붙였다”는 입장이었다. 법조계에선 “해병대 수사단에는 내부 조사 권한만 있고 정식 수사 권한이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군사 경찰이 군인 사망 범죄를 인지했을 땐 민간 경찰에 지체 없이 이첩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독립적인 수사 기관에 대한 외압”이란 박 대령 측 주장 역시 법률적 쟁점이 될 수 있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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