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감귤→오렌지…애플레이션이 촉발한 도미노 상승
한달 수입량 8%·4.4% 불과
사과·배 대체재 감귤값도 올라
오렌지 가격도 상승세
정부가 농·축산물 긴급 가격안정자금 1500억원을 투입하면서 하락했던 사과와 배 가격이 다시 반등했다. 사과값 고공행진 여파로 감귤을 비롯한 제철 과일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수입과일 2000t을 직수입해 과일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계획이지만, 시장에선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사과(후지·상품) 10개 소매 가격은 20일 기준 2만3776원으로 전날(2만3725원)보다 0.2% 상승했다. 사과 가격은 이달 7일 3만원(3만877원)을 넘어선 후 전날까지 20%가량 떨어진 뒤 등락을 이어가는 중이다.
사과·배 가격 주춤했다가 다시 반등…정부 직수입 물량도 적어
배(신고·상품) 10개 소매 가격은 4만1594원으로 전날(4만1486원)보다 0.3% 상승했다. 1년 전(2만7273원)과 비교하면 1만4000원 비싼 상황이다.
정부는 전날 '농식품 비상 수급 안정 대책 회의'를 열고 가격이 폭등한 사과와 배의 수요가 분산될 수 있도록 이달 안에 바나나 1400t과 오렌지 600t을 직수입해 마트에 20% 낮은 가격에 공급키로했다.
하지만 이번에 공급하는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고, 특히 오렌지의 경우 예년보다 가격도 비싼 상황이라 큰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세청에 따르면 오렌지는 올 1월과 2월 각각 2532t과 7431t을 수입했다. 바나나는 같은 기간 3만1056t과 3만1446t을 들여왔다. 지난달 수입물량을 기준으로 하면 이번에 정부에서 추가 공급하는 물량은 오렌지 8%, 바나나 4.4%를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는 바나나와 달리 오렌지는 가격도 높다.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오렌지(네이블 미국, 상품) 10개의 소매가격은 20일 기준 1만6236원으로, 지난해(1만5561원)보다 4.3%가 높다. 오렌지 가격은 이달 7일 1만7197원으로 1만7000원을 넘었다가, 15일부터 1만6200원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과일 가격 안정을 위해 할당관세를 적용했지만 오렌지 가격은 오히려 올랐다는 것이다. 오렌지는 1월 19일부터 할당관세 적용으로 관세가 50%에서 10%로 낮아졌다고 이달부터 0%를 적용받고 있지만, 오히려 전년보다 가격이 올랐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렌지 가격의 경우 생산지의 인건비 상승과 환율의 영향 등으로 가격이 올랐다"며 "정부가 추가하는 바나나 물량의 경우 이틀치 정도밖에 되지 않게 때문에 과일 가격 안정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대체 과일까지 가격 상승…"상황을 더 지켜봐야"
오렌지 가격이 오른 것은 비슷한 과일인 감귤 가격이 오른 영향도 있다. 감귤의 경우 사과와 배 가격이 오르자 동반 상승했다. 일부 과일 가격이 뛰면서 다른 과일까지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가락시장에서 판매되는 감귤(5kg) 1상자의 도매가격은 19일 5만4712원으로 지난달(4만4553원) 대비 18.5%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 가격 2만6190원과 비교하면 52.1%의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사과와 배의 경우 지난해 이상기온과 흉작 등이 겹치며 생산량이 줄어들자 가격이 상승했다. 하지만 감귤의 경우 출하량이 크게 줄어들지 않았지만, 가격은 절반 이상이 오르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감귤 노지온주의 출하량은 지난해 12월의 경우 전년대비 3.1%가 늘어났으며, 올 1월 이후에도 0.2%만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감귤의 가격 상승은 인기 과일인 사과와 배의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비싸진 사과와 배 대신 대체재로 감귤을 선택했고, 이로 인해 가격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감귤 가격상승과 관련 "출하량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대체 과일 가격 상승으로 전년대비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에서는 일부 인기품목이 전반적인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자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상승이 주도하는 물가상승)'을 경계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6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1% 상승했다. 물가를 올린 건 과일과 채소로 전년 동월 대비 사과는 71.0%, 귤은 78.1%, 배는 61.1% 올랐다.
당분간 과일과 채소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10일 발간한 '농업관측 3월호' 보고서를 통해 이달 토마토, 딸기, 참외 등 주요 과채류 가격이 작년 같은 달보다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토마토와 대추방울토마토의 도매가격은 각각 전년보다 43.9%, 11.2% 오를 전망이며 딸기와 참외 도매가격도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각각 17.7%, 5.1% 비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특정 제품의 가격이 하락한다고 해서 곧바로 가격안정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른 측면이 있다"며 "짧은 기간 등락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과 등의 햇과일이 나오는 7월 전까지는 전반적인 가격이 예년 수준을 회복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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