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장재현 감독 “1000만 깜짝, 김치찌개 통했다 싶었죠”
1000만 돌파를 목전에 둔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는 여러 면에서 기념비적이다. 오컬트 장르 최고 흥행작이자 장 감독에게도 최다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됐다. 1000만 관객까지 남은 관객은 47만7241명(20일 기준). 진기록을 앞둔 21일 서울 안국동 한 카페에서 장재현 감독을 만났다. 감독은 진중한 목소리로 “관심을 많이 받고 있어 납작 엎드려 있다”고 하면서도 이내 영화 이야기가 나오자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장재현 감독과 나눈 대화들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Q. 1000만 영화의 고지가 보이고 있다. 소감은?
“많은 사랑을 받다 보니 부담감과 함께 더 잘 만들었어야 했다는 자괴감도 든다. 그렇지만 배우들을 비롯해 주변에서 이런 날이 또 오지 않을 수도 있다며 축하해주고 있다. 지금은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투자사, 제작사, 홍보·마케팅 담당 등 ‘파묘’ 팀 분위기도 정말 좋다.”
Q. 주변 반응은 어떤가.
“가족 단체 대화방이 활발했던 적이 없다. 늘 대화목록의 아래에 있었는데 요즘은 가족들이 매일 응원한다는 말을 해줘서 위쪽에 보인다. 날 이렇게나 사랑하는 줄은 미처 몰랐다(웃음). 다니는 교회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내주신다. 목사님이 이 영화를 ‘과거를 들춰서 회개해야 한다’며 기독교적으로 잘 해석해 주셔서 감사했다.”
Q. 흥행을 예상했을까.
“전혀 하지 못했다. 아직도 실감 나지 않는다. 만들 땐 마니아 영화라고 생각했다. 다만 직관적이고 체험적인, 오락성 강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는 확실했다.”
Q. ‘파묘’의 어떤 점이 대중에게 통한 걸까.
“배우 각자가 가진 잠재력이 잘 모인 덕이다. 배우들이 각 캐릭터가 가진 요소를 잘 살려줬다. 배우들의 궁합이 ‘파묘’의 가장 큰 흥행요인이라 생각한다.”
Q. 무대인사 행사 역시 연일 화제였다. 특히 최민식은 여러 꾸밈새로 MZ세대 관객 사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민식 선배가 ‘이 맛에 영화를 한다’더라. 영화를 찍는 것도 좋아하지만 극장에 관객이 가득한 모습에 신나 한다. 다른 배우들도 열기를 느끼며 행복해한다. 김고은 역시 고생한 만큼 좋은 보답을 얻어서 행복해하고 있다. 언제나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런 기회가 잘 오지 않는다더라. 갈증이 해소된 것 같아 나 역시도 기쁘다. 군 생활 중인 이도현은 함께하지 못해 계속 아쉬워한다. 조만간 면회라도 갈 생각이다.”
Q. 작품을 향한 관심이 많다 보니 시기 어린 시선도 있었다.
“한 작품엔 여러 의견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각자 시선도 다르다. 그것 역시 관심이라 고맙다. ‘파묘’는 어떤 이데올로기를 내세운 게 아닌,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보편 가치를 담은 작품이다. 이 역시도 누구나 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의도한 건 전혀 없는 만큼 한 부분만 보고 이야기가 나오는 것엔 크게 개의치 않는다.”
Q. 한국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해외에서도 인기다. 반대로 풍수나 파묘 등 한국적인 요소로 국내에선 중장년층에게 사랑받았다. 대중적인 인기 비결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그동안 영화를 만들 때 메시지나 사상을 앞세우지 않았다. 1순위 목표는 언제나 장르적으로 재밌고 긴장감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파묘’ 역시 그렇다. 한국인만이 느낄 수 있는 이야기도 있지만 외국 관객은 순수하게 장르적 재미를 즐기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중장년층도 그렇다. 특정 연령대를 타깃으로 삼진 않았다. 팬데믹 당시 촬영한 만큼 우울함을 가시게 하는 체험적인 오락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다만 4050 관객이 강시 영화에 가진 향수가 있으리라 봤다. 그때 느낀 재미를 다시 줄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Q. 팬데믹 이후 관객 정서도 많이 달라졌다. 현장에서 체감한 분위기는 어떠한가.
“팬데믹 이후 관객은 극장에 가야 할 이유를 찾는 것 같다. 나 역시도 영화를 만들 때 극장에서 봐야 하는 까닭을 생각한다.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할 때도 극장에 앉아있다고 상상하며 작업했다. 극장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은 분명히 있다. 극장용 영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장르 영화 외에도 다양한 작품을 극장에서 보면 좋겠다. 극장에서 보면 확실히 다르다. 요즘 N차 관람이나 ‘밈’이 유행해서 반갑다. 영화의 생명력이 길어져서 기쁘다. 모두가 극장에 추억을 가지는 시기가 다시 오길 바란다.”
Q. 영화 일을 시작하고 1000만 감독이 되리란 생각을 해봤나.
“단 한 번도 없다. 우리나라가 유독 1000만에 관한 편견이 있다. 그에 관해서는 앞으로도 크게 신경 쓰려하지 않는다. 다음 영화가 낮은 성적을 기록해도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지 않으면 좋겠다. 사랑을 받으면 그걸로 족하다.”
Q. 앞으로 ‘파묘’가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남다른 자식 같은 영화다. 처음 볼 법한 장면도 많이 넣으려 했고 물리적으로 힘든 순간 역시 여럿 있었다. 하지만 후반작업 막바지 때 영화를 보니 캐릭터들이 참 사랑스럽더라. 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더 부각하고 싶어 배우의 얼굴이 나오는 엔딩 크레디트를 급하게 만들었다. 다시 말하면 ‘파묘’는 ‘묘벤져스’가 남은 작품이다. 확실히 한국인은 김치찌개지 않나. ‘묘벤져스’가 (그 역할을) 잘해줬다.”
Q. ‘검은 사제들’, ‘사바하’, ‘파묘’ 등 이른바 장재현 유니버스를 바라는 목소리도 있다. 차기작과 앞으로의 계획은?
“나 역시도 이런 기회를 기다리지만, 캐릭터들을 아우르는 좋은 이야기를 만나는 게 우선이다. 불행히도 작품마다 투자사가 달라 쉽진 않을 듯하다. 배트맨과 아이언맨이 함께 나오는 영화가 나오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도 좋은 이야기만 나온다면 당장이라도 시나리오를 쓰겠다. 차기작은 아직이다. 지금은 ‘파묘’와 잘 사귀고 있다. 헤어질 준비를 슬슬 해보겠다. 그래도 5년 고생한 만큼 스크린에 오래 걸려있길 바란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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