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은 되고 라면은 안 된다? 이재명도 조심하는 선거법
#. 4ㆍ10 총선에 나선 인천의 A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는 세 종류의 명함을 준비했다. 만나는 이들의 연령과 직업 등에 따른 맞춤형이다. 그러나 A는 한 자리에서 세 종류의 명함을 동시에 뿌릴 수는 없다. 각각 다른 내용이 담긴 명함을 동시에 나눠주면 공보물 배포로 간주돼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한 선거법을 위반하기 때문이다. 여럿을 만난 자리에서 A는 “셋 중 하나를 골라 주세요”라고 한 뒤, 선택된 명함 하나만 나눠주고 있다.
#. 서울의 B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1년 전부터 동네에서 가장 큰 교회에 신자로 등록해 토요일마다 새벽기도를 다닌다. 예비후보자 신분으로 평상시 다니지 않던 교회에 헌금을 내면 법 위반이 되기 때문이다.
4ㆍ10 총선의 후보등록 신청이 21일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각 지역에선 예비후보들이 바삐 움직인지 오래다. 동시에 선거법 위반 논란도 곳곳에서 속출했다. 선거법을 숙지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예비후보에 적용되는 공직선거법 규정 자체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공식 선거운동은 28일부터 가능하다.
민주당 안귀령 서울 도봉갑 예비후보가 주민센터 노래 교실에서 ‘당돌한 여자’를 불러 논란이 인 게 대표적이다. 안 후보는 노래를 부르기 전 마이크를 들고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을 규정한 선거법 59조를 어겼다고 주장한다. 안 후보 측은 “‘노래를 못해도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지 지지를 호소한 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변호사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선거법을 부쩍 신경 쓴다. 그는 전국 지원 유세를 다니면서 “선거법 검토했어요?”라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는다. 이 대표는 마이크를 잡을 때면 “언론인 여러분”이라고 운을 떼며 기자회견이라는 점을 공식화한다. 선거법상 집회 목적이 기자회견이나 언론간담회일 경우엔 마이크를 사용해도 된다.
선거법은 복장과 피켓 규정 등 구체적인 사안을 규제한다. 정치 신인들이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이유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에 예비후보자가 아닌 제3자는 기호와 이름이 적힌 점퍼를 입을 수 없다. 양당 지도부가 글자 없는 빨간색이나 파란색 점퍼를 입고 지원 유세를 다니는 이유다. 직계존비속은 예외지만, 아내나 딸 등 관계를 옷에 새겨야 한다.
장소에 따른 규정도 있다. 예비후보자 본인도 밀폐된 실내에선 기호가 적힌 옷을 벗어야 한다. 개방 공간인 지하철 개찰구 앞에선 점퍼 차림으로 인사해도 되지만, 지하철 안에선 벗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간한 ‘22대 국회의원선거 정치관계법 사례예시집’엔 이런 내용이 있다. 정당 사무소 방문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교통편의ㆍ식사ㆍ다과ㆍ음료 등이 명시돼있는데 “3천원 이하 다과ㆍ떡ㆍ김밥ㆍ음료 등 다과류 음식물”이 예시로 돼 있다. 이 때문에 “김밥은 된다는데, 라면은 안 되는 건지 황당하다”(민주당 보좌진)는 말이 나온다. “우편 수취함에 꽂힌 홍보물을 수거해 휴지통에 버리는 행위”를 금지한 예시도 있다. 홍보물도 함부로 버려선 안 된다는 얘기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후보들이 상대를 공격하려고 공직선거법 위반만 쫓는데, 총선 이후에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소송을 만드는 셈”이라며 “조직과 금품을 동원하는 구태 문화가 많이 사라진 만큼 법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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