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최고 엔터테이너, 표지부터 남달랐던 '대박 앨범'
[염동교 기자]
▲ 팀버레이크의 두 번째 정규 앨범 < FutureSex / LoveSounds > |
ⓒ bugsmusic |
빌보드 핫100 19위에 오른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2024년 첫 싱글 'Selfish'는 21세기 대표 엔터테이너의 저력이었다. 세기말 보이그룹의 왕좌에 오른 엔 싱크를 시작으로 사반세기(25년) 미국 대중 문화를 대변하는 음악가 겸 배우로 활약한 팀버레이크는 'Can't Stop the Feeling!'과 컨트리 뮤지션 크리스 스테이플턴과 함께한 'Say Something'같은 곡들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2004년 작 < Confessions >로 팝계를 제패한 어셔의 왕좌를 이어받는 듯한 2006년 앨범 < FutureSex / LoveSounds >는 흑백을 아우르는 대중성에 음악가의 자의식을 투영한 수작이다.
멀끔히 세공된 댄스 팝으로 백스트리트 보이스와 더불어 1990년대 후반을 제패했던 엔 싱크지만 팀버레이크의 눈높이는 비교적 획일적인 틴 팝을 상회했다. 녹음 당시 불과 스물하나였던 앳된 청년은 2002년 솔로 데뷔작 < Justified >를 통해 왬!의 조지 마이클과 테이크 댓의 로비 윌리엄스처럼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Happy'를 부른 퍼렐 윌리엄스와 채드 휴고의 프로젝트 넵튠스와 당대의 래퍼 미시 엘리엇과 특출한 랩 앨범을 합작했던 팀발랜드 등 특급 프로듀서진을 확보했고 팀버레이크도 작사작곡으로 지분을 높였다. 정통 알앤비 질감을 살린 'Like I Love You'나 'Cry Me a River'는 보이그룹의 막내의 급성장 증명이었다.
맘껏 풀어헤친 음악적 자의식
4년이 지나 나온 소포모어 앨범 < FutureSex / LoveSounds >는 확고한 기량에 소리 실험을 가미했다. 팀발랜드와 팀버레이크가 공동 프로듀서로 나섰고 2023년 예술에 관한 세계관을 담은 저서 <창조적 행위: 존재의 방식(The Creative Act: A Way of Being)>을 내놓은 프로듀서 릭 루빈도 제작에 동참했다. 막강 지원군 화력에 자신감 솟은 팀버레이크는 클럽 속 미러볼을 부수는 중의적이고도 역설적인 앨범 이미지처럼 보편타당한 댄스 뮤직에 예술적 성취를 뒤섞었다.
2000년대를 대변하는 클럽 뱅어 'Sexyback'과 그에 준하는 중독성을 담보한 'Sexy Love'와 트랩 뮤직의 권위자 티아이가 참여한 'My Love' 등 소구력이 확실하다. 상기한 세 곡은 모두 빌보드 핫100 정상에 올랐고 각각 6위와 17위에 오른 'Summer Love'와 'LoveStoned'까지 히트 퍼레이드를 펼쳤다. 메가톤급 상업적 성과는 일견 음반의 선입견을 부여하나 트랙의 면면을 뜯어보면 < FutureSex / LoveSounds > 진면목이 외려 음악적 차별점에 있음을 알게 된다.
구성의 특이점은 5번 트랙 'LoveStoned / I Think She Knows (Interdlude)'부터 선명하다. 본 곡 이외에도 'What Goes Around… / …Comes Around (Interlude)'와 'Set the Mood Prelude / Unitl the End of Time'처럼 /(슬래시) 기호 뒤로 프렐류드(전주곡)와 인터로드(간주곡)를 삽입했다. 자연스레 곡은 6~7분대로 길어졌지만 물 흐르듯 유기적 구조 덕에 과장 혹은 무리한다는 느낌은 없다.
곡의 본체 앞뒤로 붙은 부수 테마들은 팀버레이크의 관심과 취향에 기인한다. 당시 'Purple Rain'의 프린스와 '록 계의 카멜레온' 데이비드 보위, 호주 뉴웨이브 밴드 인엑시스(INXS)를 즐겨들었던 팀버레이크의 너른 포용력은 마이클 잭슨의 1982년 명반 < Thriller >처럼 흑백을 하나의 음악으로 통합했다.
뮤지션십의 바로미터
인트로 트랙 'FutureSex / LoveSounds'에서 기타 리프에 기반한 록적인 질감을 드러냈고, 'Summer Love' 뒤에 흐르는 'Set the Moon Prelude'와 베이스가 통통 터지는 'Sexy ladies'에서 프린스의 시그니쳐 사운드인 펑크(Funk), 록과 신스팝의 교배종 미네아폴리스 사운드(Minneapolis Sound)를 구사했다. 간드러진 고음 가창으로 1970년대 소울 펑크를 소환한 'Damn Girl'까지 자칫 산만할 수 있는 다양성을 아티스트 자신의 천부적 감각과 베테랑 조력자들의 연륜 하에 대중음악으로 솎아냈다.
< FutureSex / LoveSounds >는 작곡과 가창, 기악과 즉흥 요소 같은 일종의 테크닉 이외에도 새로운 영역을 탐색하는 태도적 측면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뮤지션십(Musicianship)의 잣대 같은 작품이다. 소리 품질과 곡 구성 등 기본 요소가 탁월하지만 너른 취향과 개방적 수용력에서 비롯한 번뜩임이야말로 이 음반을 특별하게 만들어준 이유다.
팀버레이크의 3번째 정규작 < The 20/20 Experience >(2013)는 <FutureSex / LoveSounds > 이후 7년이 걸려 나왔다. < The 20/20 Experience – 2 Of 2 >까지 약 2시간 반에 달하는 장대한 구성으로 팬들의 오랜 기다림에 화답했고 'Mirrors'와 'Not a Bad Thing'으로 장대한 사운드스케이프를 구현했다. '과작 뮤지션'임에도 늘 웰메이드 팝을 선사하는 그이기에 선공개 싱글 'Selfish'와 'Drown'을 포함한 2024년 발매 예정작 <Everything I Thought It Was>는 '사십대 팀버레이크'의 내공과 깊이를 한껏 드러낼 것이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어른의 몸에 아이 뇌를 이식? 그가 매춘을 선택한 까닭
- "가만히 있으면 개가 되지 않겠습니까" 이 밴드의 일갈
- 딸 숨겨서 데려온 필리핀 불법체류 가정부, 위험한 선택
- 싱글은 우울해지는 영화... '현실 결혼'에 응답한 관객들
- '골때녀' 승부차기 키커만 18명... 정규시즌 못잖은 뜨거운 접전
- 로맨스 공식 벗어난 '패스트 라이브즈'가 남긴 여운
- 짧은 곡, 의미 없는 가사? 트렌드 벗어난 데이식스의 강렬함
- "다음 대본 주세요" '하이드' 배우들이 이렇게 외친 까닭
- 덴마크로 입양된 한국인, 축사의 송아지 안고 자는 사연
-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