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없는 제주도 벚꽃 축제장 ‘발동동’…“그래도 마음은 이미 봄”

이번 주말 제주도 왕벚꽃 축제를 앞두고 벚꽃 개화가 늦어지면서 행사 관계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주말 제주지역에는 비까지 예보됐다. 그러나 21일 축제 현장은 화창한 날씨 속에 축제 준비로 활기가 가득했다.

제주시에 따르면 제17회 전농로 왕벚꽃 축제가 22일부터 24일까지, 제6회 장전리 왕벚꽃 축제가 23일과 24일 열린다.

축제 장소인 제주시 삼도1동 전농로와 애월읍 장전리 왕벚꽃 거리에는 행사용 천막과 현수막이 이미 설치를 마쳤다. 포토존도 거리 곳곳에 마련됐다.

하지만 축제를 각각 하루 이틀 남겨둔 상황에서 벚꽃이 만개하지 않아 행사 관계자들이 속을 끓이고 있다.

전농로 벚꽃은 이제 갓 꽃망울을 보이는 상태다. 다른 벚나무보다 일찍 꽃이 피는 올벚나무 한 그루만 만개했다. 전농로보다 지대가 높은 장전리는 개화가 더 더딘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민간기상업체 케이워더는 올해 벚꽃 개화시기가 평년(1991~2020년)보다 3~6일 가량 빠를 것으로 전망했다. 제주지역의 경우 21일 개화가 예상됐다.

하지만 최근 제주지역에 비가 잦고, 기온이 오르지 않으면서 개화 시기가 늦어졌다.

3월 들어 20일까지 제주도 평균기온을 보면 지난해엔 11.4도 가량이었지만, 올해는 9.2도로 2도 이상 낮았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7일까지 제주지역 일조시간은 84.9시간으로 평년 87.2시간보다 2.7시간 적었다. 지난해 137.6시간과 비교하면 52.7시간이나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주지방기상청 계절관측목 벚나무도 지난해보다 9일, 평년보다 8일 늦은 지난 18일에야 개화했다.

특히 이번 주말에는 22일 늦은 오후부터 산지를 시작으로 23일과 24일에는 강풍을 동반한 비까지 예보된 상태다.

벚꽃 축제는 일정대로 진행된다.

21일 전농로 현장은 벚꽃 개화와 상관없이 축제 준비로 활기가 넘쳤다.

주민 소원을 실은 청사초롱 200개가 왕복 2차선 좁은 도로를 따라 화려하게 내걸렸다.

부녀회는 천막 아래서 분주히 음식 재료를 손질했고, 행사장 가운데에선 주무대 설치가 한창이었다.

삼도1동 관계자들도 거리로 나와 축제 준비 상황을 살폈다. 인근 초등학교 교사들도 동네를 둘러보며 벚나무 개화 상태를 걱정했다.

개화가 늦어지자 삼도1동은 축제장 주변 주택 벽에 벚꽃 벽화를 그리는 등 부랴부랴 축제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지만, 올해 축제에 사람들이 얼마나 찾을 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전농로 왕벚꽃 축제에는 제주동부경찰서 추산 10만명이 다녀갔다.

송정심 삼도1동장은 “내일은 20도까지 오른다는 데 벚꽃이 아쉽다”며 “그래도 사람들 마음 속에는 이미 봄이 왔다. 함께 즐거운 시간을 나눈다는 데 의미를 두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벚꽃은 아무래도 다음 주에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사람들이 이번 주말 전농로를 찾아 이곳에서 봄을 시작하면 좋겠다”고 관심과 참여를 부탁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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