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으면 개가 되지 않겠습니까" 이 밴드의 일갈

장성준 2024. 3. 2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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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외유내강의 친절한 메탈밴드 '원조뫼를'

[장성준 기자]

▲ 원조뫼를 대전의 인디밴드 원조뫼를
ⓒ 원조뫼를
 
대전 시내의 한 지하 연습실에는 매주 불이 켜진다.

"저흰 매주 연습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요즘엔 아닌가 봐요."

웬만한 공연장은 무대에 서면 머리가 천장에 닿을 것 같은 190Cm의 거구, 원조뫼를의 보컬 석명길의 말이다.
 
원조뫼를은 뉴메탈을 기반으로 하드코어성향의 헤비하며 그루브한 음악을 추구하는 밴드이다. 대전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보컬 석명길,기타 백승훈, 베이스 강희성, 드럼 김지후로 구성된 4인조이다. 2018년 EP OZM을 발매, 부산 락페스티벌과 문래메탈시티의 메인무대에 선 실력파이다.

인디밴드를 하는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직장인 밴드'라고 칭한다. 대부분이 생계를 위해, 혹은 밴드의 유지를 위해 음악활동만으로는 돈이 되지 않아 직장생활을 하는 데에서 오는 자조적인 뉘앙스이다. 

하지만 직장생활이 어디 만만하던가? 하루 9시간 이상 일을 한 뒤의 저녁시간은 오롯이 다음날의 반복되는 일을 위한 휴식에 쓰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주말 역시 다음주를 위한 휴식으로 치부될 뿐이며 놀러 가는 것 또한 어떤 이들에겐 또다른 에너지의 소비활동으로 여겨질 뿐이다.

그럼에도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평일 저녁에 모여서 연습하기를 10년 가까이 해 온 것이 그들, 원조뫼를이다.

10년간 쌓아온 노력과 자부심
 
▲ 원조뫼를 인터뷰 ⓒ 원조뫼를

 
원조뫼를은 2013년 결성되었다. 대전의 유명한 원조국밥집에서 몇시간을 팀명을 결정하는 데 허비하던 덩치 큰 네 명의 사내들을 보다못한 주인할머니가 "아 너희도 그냥 원조메탈 혀!"라고 하셔서 OnezoMetal(OZM) 한국명칭 원조뫼를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원조'라는 이름을 내건 곳의 숙명인 것처럼 밴드명으로 조롱 아닌 조롱을 듣기 일쑤이지만 언제나 웃으며 그런 게 아니라고 유래를 설명하는 모습에는 오만이나 적개심이 아닌 스스로에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10년간 켜켜이 쌓아 온 자신들의 진지한 노력과 경험들에서 온 것들이다.

1년여 전의 일이다.

섭외한 밴드가 병으로 못 오게 되었다는 연락을 3일 전에 받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포기하려다가 얼마 전 알게 된 밴드에게 연락을 했다. 원조뫼를이었다. 그리고 멤버만장일치로 한번에 대전에서 서울까지 오겠다는 말을 들었다.

이유는 '그냥 공연이 하고 싶었다'고 한다. '자신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스튜디오급의 녹음을 원테이크로 진행하는 형식상 스스로의 실력에 자신이 없다면 꺼려하는 무대였지만 주말 오전에 최상의 퀄리티를 가진 무대를 보여주었다.

이것이 놀라웠던 것은 당시는 코로나 시국으로 원조뫼를은 지난 1년간 단 한 차례의 공연만을 가졌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해왔던 평소의 연습(5인 이상 집합금지에 해당되지 않았기에)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으리라.

밴드들과 만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인간군상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저변에 깔린 감정들도 다양해서 극단적으로는 '서로 숨 쉬는 걸 보는 것마저 꼴 보기 싫은' 밴드들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공연은 이루어지지만 그 공연장에서의 만남-연주가 그 밴드의 유일한 활동인 경우마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화목한 가정을 꾸민다는 어린시절의 이야기가 성인이 되어서는 상상 이상으로 크고 무겁게 다가오는 것처럼 밴드활동도 이와 같아, 매주 만나는 것이 생활이 된 그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빛이 날 정도로 매력적이다.

물론 그들에게도 고민은 있다.

"우리끼리는 저희를 실미도 밴드라고 불러요."

합주연습 보다 무대에 서고 싶다는 바람은 밴드라면 누구나 하는 생각일 터이다.

밴드 활동을 시작한 뒤 그 실력을 인정받아 부산락페스티벌과 문래메탈시티의 무대에 선 것은 좋은 시작이었다.하지만 그 악몽같았던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고 그들은 서서히 잊혀져갔다. 좁아진 시장은 대전이라는 지방의, 중년의, 비주류인 메탈을 하는 그들을 찾아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들을 찾아주는 무대에는 빠지지 않고 올라갔다. 사비를 들여 무대를 만들어 오르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 무대에는 본인들을 불러주었던 밴드를 초청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원조뫼를이 주최하는 공연 A LIVE 공연 포스터. 2024.5.18, 대전 그린빈버찌 라이브 하우스.
ⓒ 원조뫼를
 
소탈하고 웃음 섞인 친절한 멘트에 이어지는 폭발하는 듯한 그로울링(울부짖는 듯한 창법)은 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강한 에너지의 분출과 해학적인 노래들은 메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그 열기가 전해진다. 처음 듣는 사람도 단체로 합창하게 되는 곡 'Broken Tooth'에서는 "원펀치"를 외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앞서 이야기 한 1년여 전 그들이 온 공연에서 앵콜 예정은 없었다. 하지만 뜨거운 열기에 카메라를 든 채로 나는 앵콜을 외쳤고, 그들은 약간의 부끄러움과 숨을 이기며 멘트를 했다.

"저희는 정치적인 건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개가 되지 않겠습니까."

앵콜곡 'DOG'를 열창하는 그들의 모습은 숨길 수 없는 외유내강 그 자체였다.  
 
▲ 원조뫼를 : DOG 가사 : 입을 틀어 막아! 생각따위는 사치다! 꿈틀거리는 지렁이 보다 꿀먹은 벙어리 ⓒ 칼박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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