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간호조무사 과실로 수술받던 환자 화상… 의사 금고형 집유 확정

최석진 2024. 3. 21.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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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조무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전기수술기를 이용한 수술 도중 환자에게 화상을 입힌 의사의 유죄가 확정됐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업무상 과실치상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금고는 징역형과 마찬가지로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노역이 강제되지 않는 형벌이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상 과실치상죄에서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인과관계, 의료법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서울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던 A씨는 2018년 4월 한 30대 여성의 가슴확대 및 팔지방흡입 수술 과정에서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환자에게 전치 8주의 화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간호조무사가 환자에게 전기수술기의 패치를 부착했는데, 사용 지침을 준수하지 않고 잘못된 부위에 붙이는 바람에 패치가 수술 도중 떨어지면서 전류로 인한 스파크로 환자가 발목과 발에 3도 화상을 입었다.

검찰은 A씨가 간호조무사의 업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보고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A씨가 패치를 뼈가 없고 근육이 많은 종아리, 배, 허벅지, 위팔 등의 적절한 부위에 단단히 접착되도록 수술부위와 패치 부착 상태를 직접 확인하거나 간호조무사에게 패치 부착 업무를 대신하도록 할 때에는 전기수술기 패치의 적절한 부착 부위 및 화상의 위험성에 대해 교육을 하고 패치 부착이 제대로 됐는지 관리·감독해 피해자의 피부와 패치가 분리되지 않도록 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하고 간호조무사가 뼈가 있는 정강이 부위에 패치를 부착한 상태에서 그대로 수술을 진행한 것은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이 밖에 검찰은 A씨에게 수술의 진단 및 치료내용, 수술 중 화상을 입은 사실 등을 진료기록부에 제대로 기록하지 않은 혐의(의료법 위반)도 적용했다.

A씨는 법정에서 전기수술기의 오작동으로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고, 패치 부착은 간호조무사의 업무이므로 자신에게 형사 책임이 없다고 항변했다.

반면 간호조무사는 "A씨로부터 패치를 붙이는 부위에 대해 특별히 교육받은 적이 없다. 피부가 닿으면 된다고 배웠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1심 법원은 "의사로서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의료사고가 발생했다"며 A씨의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의료법 위반에 대해서는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간호조무사에게 패치를 부착할 부위와 방법을 충분히 교육하지 않았으며, 수술 중에도 패치가 제대로 붙었는지 확인하지 않은 점에서 과실이 인정되며, 그 같은 A씨의 과실과 환자가 입은 상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의료법 위반 혐의와 관련 A씨는 "전체적인 수술 경과 및 내용과 수술 도중 화상을 입은 사실이 간호기록지에 기재돼 있으므로 진료기록부 미작성 또는 허위 기재를 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 수술을 집도한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그와 관련해 수술기록지, 의사기록지, 경과기록지 등 의사가 환자를 진단 및 수술하는 경우 통상 작성하는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지 않았고, 수술을 마친 후부터 비로소 경과기록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라며 "이 사건 수술과 관련해 간호조무사가 작성한 간호기록지가 있기는 하나, 해당 서류에는 간호조무사의 시점에서 관찰 및 실시한 수술 내용만이 기재돼 있을 뿐인 점, 간호조무사의 의료지식이 전문적인 교육 및 훈련을 받은 의사의 의료지식에 준한다고 볼 수는 없는 점과 같은 사정에 비춰볼 때 위 서류의 기재 내용만으로는 의사인 피고인이 확인 및 판단한 환자의 상태와 치료의 경과에 관한 정보가 의료행위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상세하게 기재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A씨가 불복했으나 항소심과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A씨는 금고형이 확정됐지만 개정 전 의료법은 의료 관련 법을 어겨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만 의사 면허를 취소하도록 정했기 때문에 의사직을 수행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작년 11월부터 시행된 개정 의료법은 모든 범죄로 의사 면허 취소 대상 범위를 넓혔지만, 업무상 과실치상죄는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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