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중 화상 사고 "조무사 책임" 주장한 성형의 금고형 확정
성형수술 중 환자 몸에 부착한 전기수술기 패치가 떨어지는 사고로 환자에게 화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된 의사가 “붙인 건 간호조무사”라며 상고했지만 금고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에서 유명 가슴 성형 전문 병원을 운영해 온 유방외과 전문의 A씨에게 업무상과실치상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각각 금고 8개월의 집행유예 및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고는 지난 2018년 4월 벌어졌다. 성형수술에는 흔히 ‘보비(Bovie)’ 라 불리는 전기수술기(전기를 강하게 흘려 절단과 동시에 단면을 지지는 도구)가 사용되는데, 이를 쓰려면 환자의 몸에 패치를 잘 붙여 둬야 한다. 수술 전 간호조무사가 “붙일 부위 피부를 직접 보진 않았고, 손의 감각만으로” 패치를 붙였다고 한다.
전기수술기 사용설명서에는 ‘근육이 많은 쪽에 패치를 붙여야 한다’고 돼 있었지만, 그날 환자에겐 종아리 앞쪽 뼈가 튀어나온 정강이 부분에 부착해 버렸다. 결국 수술 중 패치가 떨어지며 전류로 인한 스파크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환자는 발목과 발에 두 달간의 치료를 필요로 하는 3도, 심재성 2도 화상을 입었다. 미용 목적으로 찾은 병원에서 화상 흉터를 얻은 것이다.
이날 사고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전기수술기 패치 부착 행위는 수술에 참여한 간호조무사의 업무”란 주장을 폈다. 의료법상 간호조무사는 의료인이 아니며 진료 보조를 할 수는 있지만, 이는 의사의 지도하에서만 가능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심형근 판사는 “간호조무사에 대한 신뢰로 의사의 주의 의무가 경감되려면, 사고 발생 가능성이 극히 낮은 업무이거나 의사가 충분한 지도를 한 경우”인데 “이 사건에서는 둘 다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패치가 떨어지면 화상 사고가 벌어질 수 있는데, 간호조무사는 설명서 내용을 거의 모르고 있었다. 간호조무사는 “원장님으로부터 패치 붙이는 것에 대해 교육받은 적 없다”며 “설명서 주의사항은 모르고 있었고 사건이 벌어진 후에 알았다”고 증언했다.
심 판사는 지난 2022년 5월 “A씨는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로서 수술과정에서 환자의 건강이 침해되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해야 했는데 이를 게을리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수사 과정에서 사고 당일 A씨가 수술 기록지나 의사 기록지 등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지 않았고 일주일 후에야 경과 기록지만 작성했단 사실도 드러나 의료법 위반으로도 벌금 50만원이 선고됐다. A씨는 이와 관련해서도 “간호조무사가 작성한 간호 기록지가 있으므로 진료기록부 미작성이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불복해 항소한 A씨는 화상 피해를 본 환자와 민사소송을 매듭짓고 의료사고보험을 통해 배상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2심에서도 형량은 달라지지 않았다. 같은 법원 형사항소9부(부장 이성복)는 지난해 8월 “(이미) 1심에서 별도 민사절차를 통한 손해배상을 예상해 형을 정한 것”이라며 “형량을 변경할 정도의 새로운 사정은 아니다”고 봤다.
A씨는 마지막으로 대법원을 찾았으나 대법관들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업무상과실치상죄에서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인과관계, 의료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1심에서의 판단이 3심까지 이어진 셈이다.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된 경우라면 의사 면허를 잃을 수 있으나 A씨의 경우 업무상과실치상으로 금고형을,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았기 때문에 면허에는 영향이 없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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