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은 우울해지는 영화... '현실 결혼'에 응답한 관객들
[양형석 기자]
데뷔 초까지만 해도 작은 얼굴에 뚜렷한 이목구비, 우월한 비율을 앞세워 주로 CF나 화보에서 더욱 돋보였던 신민아는 2010년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를 통해 배우로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아랑 사또전>과 <오 마이 비너스> <내일 그대와> <보좌관> 등에서 점점 발전하는 연기를 보여준 신민아는 2021년 <갯마을 차차차>의 치과의사 윤혜진 역을 통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이처럼 지금은 남부럽지 않은 스타배우가 됐지만 신민아의 커리어에도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 바로 높은 인지도에 비해 영화에서의 흥행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신민아는 이병헌과 함께 출연한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이 127만, 로맨틱 코미디 <야수와 미녀>가 156만 관객을 동원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하지만 신민아가 출연한 영화들 중에선 전국 관객 100만을 넘기지 못한 작품도 수두룩하다.
▲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신민아의 커리어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영화다. |
ⓒ 씨네그루(주)다우기술 |
때론 새롭고 때론 아쉬웠던 리메이크 영화들
김장훈의 '고속도로 로망스', 인순이의 '거위의 꿈', S.E.S.의 'Oh My Love', '달리기', 거북이의 '사계', 임재범의 '너를 위해' 등은 기존에 있는 노래를 리메이크해 원곡보다 더 큰 사랑을 받은 대표적인 노래들이다. 리메이크는 음악에서뿐 아니라 영화에서도 자주 나오는데 영화는 워낙 많은 자본이 들어가는 예술이기 때문에 어지간한 자신감이 없으면 함부로 리메이크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
2011년 현빈과 탕웨이가 주연을 맡았던 김태용 감독의 <만추>는 1966년 고 이만희 감독에 의해 첫 작품이 만들어진 후 45년에 걸쳐 3번이나 리메이크됐던 작품이다. 1975년 고 김기영 감독은 김지미, 이정길, 박정자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을 캐스팅해 <육체의 약속>이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했다. 1982년에는 고 김수용 감독이 김혜자 배우, 정동환 배우와 <만추>를 리메이크했고 2011년에는 김태용 감독이 29년 만에 <만추>의 이야기를 꺼냈다.
사다코가 TV에서 기어 나오는 충격적인 엔딩으로 현재까지도 많은 공포영화 마니아들에게 '역대 최고의 공포영화'로 불리는 나카타 히데오 감독의 <링>은 1999년 한국에서 리메이크됐다. 5년 후 <알포인트>를 연출하는 공수창 감독이 각색에 참여했고 신인배우였던 배두나가 사다코에 해당하는 박은서 역을 맡으며 스크린에 데뷔했다. 한국판 <링>은 원작을 본 관객들로부터 많은 혹평을 받았음에도 서울관객 33만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1991년 일본 후지TV에서 방영되며 30%가 넘는 시청률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트렌디 드라마 < 101번째 프로포즈 >는 1993년 한국에서 문성근과 김희애 주연의 영화로 개봉했다. 관객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지만 한 달 후 할리우드 대작 영화 <쥬라기 공원>이 개봉하면서 서울관객 8만에서 막을 내렸다. 하지만 < 101번째 프로포즈 >는 주제가 'SAY YES'가 많은 사랑을 받았고 2006년에는 이문식, 박선영 주연의 드라마로 제작·방영되기도 했다.
지난 2022년에는 2000년에 개봉했던 유지태, 김하늘 주연의 <동감>을 22년 만에 리메이크한 서은영 감독의 <동감>이 개봉했다. 1978년과 2000년이었던 원작의 시점을 1999년과 2022년으로 바꾼 리메이크판 <동감>은 투톱 주인공 여진구와 조이현을 비롯해 김혜윤, 나인우, 배인혁 등 떠오르는 젊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하지만 리메이크작 <동감>은 원작을 뛰어넘는 매력을 어필하지 못하고 전국 49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신혼부부 또는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는 연인들에게 특화된 영화다. |
ⓒ 씨네그루(주)다우기술 |
조정석, 신민아 주연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지난 1990년 이명세 감독이 연출하고 청춘 스타였던 박중훈과 최진실이 주연을 맡았던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1990년대 한국에서 가장 세련되고 독창적인 영상미를 자랑하던 이명세 감독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서울에서만 17만 관객을 동원하며 쏠쏠한 흥행성적을 올렸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1991년 한국영화 흥행순위에서 35만 관객의 <장군의 아들2>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24년 만에 리메이크된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역시 영원한 행복을 꿈꾸며 결혼식을 올린 영민(조정석 분)과 미영(신민아 분)이 결혼이라는 '현실'에서 겪는 에피소드를 담았다는 점은 원작과 매우 유사하다. 특히 원작에서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내게 했던 집들이 장면은 미영이 부르는 노래가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 거야'에서 태연의 '만약에'로 바뀌었을 뿐 웃음포인트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원작과 연결되는 부분은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 특히 원작에서 영민이 다니는 출판사의 편집장을 연기했던 전무송 배우는 리메이크판에서는 영민이 존경하는 판해일 시인 역을 맡았다. 영민은 판해일 시인이 용기를 불어 넣어준 덕분에 시인으로 등단할 수 있었다. 역시 원작영화에 출연했던 윤문식 배우도 영민이 일하는 동사무소에 나타난 알코올 중독자 역을 맡아 원작에서 박중훈에게 했던 대사를 조정석에게 날렸다.
주로 뮤지컬 무대에서 활동하다 2012년 <건축학개론>의 납뜩이를 통해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조정석은 <관상> <역린> 등에서 준주연으로 출연했다가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통해 처음으로 투톱주연으로 나섰다. 원작에서 영민을 연기했던 박중훈으로부터 많은 조언을 받으며 캐릭터를 연구한 조정석은 때로는 코믹하고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사랑스러운 영민의 캐릭터를 잘 소화하며 214만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신혼부부의 이야기를 공감가게 표현한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혼부부 또는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연인들을 위한, 타깃이 확실한 영화다. 따라서 영화를 보고 난 후 영화 속 캐릭터에 감정이입할 배우자 또는 연인이 없는 싱글들은 오히려 기분이 우울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조정석과 신민아의 열혈팬이 아니라면 싱글남녀가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 함부로 도전(?)하는 것은 꽤 위험하다는 뜻이다.
▲ 신인 시절의 서강준(왼쪽)은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조정석의 질투를 불러 일으키는 신민아의 후배로 출연했다. |
ⓒ 씨네그루(주)다우기술 |
지금은 <걸캅스>와 <정직한 후보> <시민덕희> 등 여러 영화에서 주연을 맡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배우 라미란은 한창 활동을 늘려가던 시절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영민-미영 부부가 사는 신혼집의 주인을 연기했다. 미영은 밤마다 수상한(?) 소음으로 집주인이 잠을 설친다는 얘기에 "야구경기를 본다"고 변명을 했지만 집주인은 "그놈의 야구시즌은 대체 언제 끝난대"라는 짓궂은 농담으로 미영의 얼굴을 불타게 만들었다.
<하늘이시여>를 비롯해 <가문의 영광> <웃어요 엄마> <맛있는 인생> 등 주로 SBS 주말드라마에 집중적으로 출연했던 윤정희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작사가로 성공한 영민의 여사친 승희를 연기했다. 영민은 영화 중반 한창 끓어오르는 욕정(?)에 휩싸였을 때 승희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을 뻔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승희 앞에서 미영의 이름을 부르면서 간신히 '희대의 바람남'이 될 위기에서 벗어났다.
2023년 5월 군복무를 마친 배우 서강준에게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영화 데뷔작이었다. 서강준은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미영이 일하는 미술학원의 후배강사 준수 역을 맡았다. 서강준의 출연분량은 극장에서 우연히 미영을 만나 영민이 티켓을 구매하는 동안 미영과 대화를 주고 받다가 헤어지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영민은 둘의 대화내용을 엉뚱하게 상상하며 크게 질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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