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산, 불온한 바다…김형석ㆍ홍성철ㆍ공성훈 전시
◇김형석ㆍ홍성철 2인전 ‘행간(Between the Lines)’이 다음 달 4일까지 서울 서초구 스페이스21에서 열린다. 김형석의 그림에는 늘 산이 들어있다. 때론 화려하고 떠들썩한 색채로, 때론 눈 덮인 바위산처럼 희고 고요하다. 검은 박스에 둘러싸인 산은 화가 자신이기도 하다. “세상의 시끄러움 속에서 나의 내면을 강건하게 할 수 있는 건 뭘까” 화가의 질문이다. “그림은 침묵의 공간이다. 그림 안으로 한 걸음 들어가면 언어 이전의 침묵을 만나고 자신의 존재를 회복하고 제 모습을 감추어 버리고 타자로 남은 자연과 화해할 수 있다.”
홍대 조소과와 칼아츠(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 대학원을 졸업한 홍성철은 유학 시절 느슨한 곡선 형태를 쭉 당기면 팽팽한 직선이 되는 줄을 다시 봤다. 평면 위에 실을 일정한 간격으로 두니 보는 각도에 따라 움직이는 듯한 착시 현상이 생긴다. 02-515-6921.
◇화가 공성훈(1965~2021)의 타계 후 첫 개인전이 그의 고향인 인천 선광미술관에서 다음 달 2일 개막한다. 바다를 주제로 한 그림들이 대거 선뵌다.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년 이인성 미술상을 받은 그는 암 투병 중이던 2021년 갑작스러운 패혈증으로 56세에 타계했다.
‘올해의 작가’ 선정 당시 국제 심사위원단은 “더는 새로울 게 없을 것 같은 회화에서 혁신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경기 고양시 벽제에서 직장인 용인대까지 왕복 5시간 출퇴근하며 그렸던 도시 변두리의 풍경이 대표적이다. 출퇴근 길에 본 개장수집 개들, 인공 호수에 떠 있는 오리 등 변두리의 근린 자연을 2m 넘는 화폭에 장대하게, 정성 들여 그렸다. 얼핏 보면 낭만적인 풍경화 같지만 다가가 보면 너절한 장면에 불과하다. 그는 이를 ‘사건으로서의 풍경’이라고 명명했다.
불온하고, 씁쓸하고, 헛헛한 그의 그림은 피로사회ㆍ위험사회의 풍경화다. 극히 일상적인 소재임에도 사람들의 삶과 욕망, 고독과 아이러니가 진득하게 묻어난다. 4월 6일 심상용 서울대 교수,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 하계훈 단국대 교수 등이 공성훈의 작품 세계에 대해 대담한다. 6월 1일까지. 032-773-1177.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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