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외인 투자자 '44%'…주총 표대결 '분수령'

김흥순 2024. 3. 2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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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투표제 도입…사내외 이사 선임 안갯속
외국인 주주 비율, 3년새 35%→44% 상승
국내 최고 수준 주주환원 정책
CEO출신 67% 사외이사 중심 전문경영 부각

KT&G가 오는 28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방경만 차기 사장 후보를 비롯해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놓고 표대결을 벌이는 가운데 외국인투자자의 '표심(票心)'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회사 측이 주주제안을 수용해 올해 처음으로 집중투표제가 도입, 지분율이 45% 가까운 외국인투자자들이 판세를 결정할 최대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회사 측은 국내 최고 수준의 주주환원 정책과 전문성을 강화한 지배구조 등을 부각하며 외국인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방경만 KT&G 차기 사장 후보[사진제공=KT&G]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G 이사회는 이번 주총 안건으로 방경만 총괄부문장(수석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민규 후보(엘엠케이컨설팅 대표)를 사외이사로 각각 추천했다. 지분 7.11%를 보유한 단일 최대 주주 IBK기업은행은 손동환 후보(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내세웠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묶어 후보 3명 중 상위 2명을 이사로 선임하는 집중투표제에 따라 주주들은 선임되는 이사 수에 비례해 1주당 의결권 2개씩을 행사할 수 있다.

기업은행은 방 후보자에 대해 사실상 공개적인 반대 입장을 드러내면서 손 후보에게 몰표를 줄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분율 1% 미만의 행동주의펀드 플래시라이트 캐피털 파트너스(FCP)도 기업은행 측 후보에 힘을 싣기로 했고,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도 방 총괄부문장의 대표이사 사장 선임에 사실상 반대를 권고한 상황이다. 다만 한국ESG연구소와 한국ESG기준원, 글래스루이스 등 다른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에서는 방 후보자의 선임 안건에 찬성을 권고하면서 팽팽한 대결이 예상된다.

KT&G 입장에서는 이사회가 추천한 후보 2명을 모두 선임하기 위해 외국인투자자의 표를 최대한 흡수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KT&G는 그동안 외국인 지분율이 꾸준히 상승해온 기업이다. 2021년 말 35.1%에서 지난 18일 기준 44.3%로 뛰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배경에 KT&G의 강력한 주주환원정책과 경영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진 중심의 지배구조가 있다고 본다.

한국거래소가 작성한 '주주의 이익환원 정책으로서의 배당성향'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투자 대상 기업을 고를 때 주주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KT&G는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포함해 지난해 총주주환원율 99%를 기록했고, 최근 3년(2021~2023년)간 수치도 평균 95%를 웃돌았다. 이 기간 주주환원을 실행한 금액은 2조7500억원에 달한다. 이번 주총에서 의결할 2023년 배당금도 전년보다 200원 늘어난 1주당 5200원으로 책정했다.

한국재무관리학회의 '외국인투자자의 배당선호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배당 규모는 외국인투자자의 결정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다. 이에 따라 배당금 상향이 외국인투자자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실제 2018년 백복인 사장의 2연임 당시 기업은행은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꾸며 반대에 나섰지만, 당시 외국인투자자들이 백 사장 편에 서면서 연임이 이뤄졌다. 특히 프랭클린뮤추얼은 과거 2006년 KT&G의 최대주주에 오르며 주총에서 ‘백기사’ 역할을 맡았다.

전문 경영인 출신 사외이사가 주축이 된 이사회 중심의 경영 체계도 외국인투자자를 고려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KT&G 이사회 8명 가운데 6명(75%)이 사외이사로, 이들 중 4명(67%)은 주요 기업의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다. 이는 CEO 출신 사외이사가 각각 80%와 60%를 넘는 애플과 필립모리스 등 주요 글로벌 기업의 사외이사 구성과 비슷한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임민규 KT&G 이사회 의장은 OCI머티리얼즈·SK머티리얼즈의 대표이사 사장으로서 대규모 상장회사를 이끌면서 조직 운영과 리스크 관리,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또 삼성물산 석유화학사업부장, 삼성물산 상사 부문 파리지사장 등을 지내며 공급망과 해외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보유한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됐다. 자본시장업계 관계자는 "국내 상장기업의 사외이사가 교수·법조인 위주로 구성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다"며 "KT&G 이사회가 추천한 전문경영인 출신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장기 주주가치 제고에 적합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방 총괄부문장이 지난달 22일 차기 사장 후보자로 선정된 이후 KT&G의 외국인 지분율이 42.7%에서 2%포인트가량 늘어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방 후보자는 3년 전 사내이사에 취임한 뒤 회사 3대 핵심사업(글로벌 궐련·전자담배·건강기능식품)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20% 가까이 높이는 데 기여하고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도 주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투자자 피드백을 주주환원 정책에 반영하는 등 기업설명(IR)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만큼 방 사장 후보 선정이 긍정적으로 평가될 것"이라며 "향후에도 주주환원 정책 강화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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